청백리 오리 이원익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우려 하는가?

청렴 인성 교육관, 오리서원

국난이 극심했던 시기에 탁월한 실무능력과 청렴 정신으로, 왕에서부터 만백성에 이르기까지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이가 있다. 바로 광명시가 낳은 향토 인물이자 조선시대 대표 청백리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1547-1634) 선생이다. 최근의 한국사회를 뒤돌아보면서 이런 인물의 부재가 아쉽다면 그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 어느 때보다 청백리 선비정신과 리더십을 갖춘 공직 윤리가 나라와 민생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온 국민이 뼈저리게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금의 현실에 비춰보면 그 마음은 더 커진다.

▲ 광명시 소하동 오리서원

탁월한 행정 능력과 국난극복 지도자로 선조·광해군·인조 3대에 걸쳐 영의정 6번, 비상상황의 총책 책임자였던 도체찰사를 4번이나 역임했을정도로 현장 중심의 실천적 행정가이자 경세가였음에도 오리 이원익 선생의 업적은 후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된 연유는 자신의 공적을 지나칠 정도로 드러내기 싫어하고, 사후에 자신의 공적을 기리는 일을 하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에 광명시는 향토 인물이자 조선시대 대표 청백리이던 오리 이원익 선생의 생애와 공적을 기리기 위해 '오리 이원익 기념관'을 묘지 옆에 건립했는데, 기념관의 취지를 알리면서 청렴한 선생의 삶을 사표로 삼아 청렴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2013년 '청렴 인성교육관' 오리서원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 오리 이원익 초상화(1547~1634)

조선시대 대표 청백리 오리(梧里) 이원익 선생

오리 이원익은 왕실의 종친이었던 태종의 아들 익녕군 치의 4세손으로 태어났다. 1569년에 급제한 이후 선조·광해군·인조 3대에 걸쳐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공직생활을 수행했다. 조선 시대 최대 위기였던 임진왜란 중에는 뛰어난 중국어 실력으로 대명 외교를 원활히 진행하고, 이순신과 곽재우 등 뛰어난 장수들을 발굴하고 직접 군수물자를 모으는 등 전란의 현장을 종횡무진 공로를 많이 세워 호성공신의 칭호를 받았다. 전후의 피폐해진 백성들의 살림과 민심을 살펴 불합리한 세법을 개혁고자 대동법 추진, 국가의 안위를 보존하고 백성의 편안한 삶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다닌 지도자였다.

65년 공직생활 중 44년을 재상으로 지내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행정가였으면서도 평생 재산은 두어 칸짜리 오두막이 전부였다고 한다. 직접 돗자리를 짜서 끼니를 이을 만큼 청백리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신뢰를 쌓을 수 없고 신뢰가 없으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는 오리 이원익 청백리 정신은, 임금과 조정은 물론이고 일반 백성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신망 높은 청백리 재상으로 존경받았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관 이원익의 행적을 기리며 “이 한 사람으로서 사직의 평안함과 위태로움이 달라졌고, 이 한 사람으로 여유로움과 굶주림이 달라졌고, 이 한 사람으로 왜적의 진격과 퇴각이 달라졌고, 이 한 사람으로 윤리 도덕의 퇴보와 융성이 달라졌다.”고 찬탄했다. 오리 이원익처럼 청백리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공직자가 현세에 열 명만 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 이원익 도망시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다

-이원익이 아내 영일 정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시

상투를 틀고 쪽 찔러 부부가 된 지 지금에 와서 여러 해가 지났구려.

벼슬하러 사방을 나다녔으니 독수공방하는 날 얼마나 많았던가.

한 방에 함께 한 날이 며칠이었는가 게다가 난리도 겪고 병도 앓았지 않은가

십여 년 동안을 혼미하였으니 캄캄하다 은정이 끊어진 것

타고난 천성은 본래 순박하였으니 평생에 악한 짓을 하지 않았다

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사람이 이런 액을 만났을까

난리 속에 이리저리 피해 다닐 때 다행히도 구렁텅이에는 버려지지 않았다.

이 날에야 겨우 고향에 돌아왔는데 또 어찌 슬픈 일에 서러워야 하느냐

이승과 저승이 둘 다 유감은 없으나 자녀들이 모두 곁에 있구나

나는 병에 시달리며 아직 죽지를 않고 지루하게도 숨만 쉬고 있노라

널을 어루만지며 그대를 떠나보내니 그대 할 일 다 마친 것 부럽소

그대를 따라갈 것 몹시 원하지 세상에 오래 사는 것 원치 않으니

황천에서 혹시나 서로 따르게 되면 업보의 인연 응당 이전과 같으리.

▲ 공직자 청렴 교육 수강 중인 공군

청렴 교육의 산실 오리서원

오리서원은 이원익 선생의 청백리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대한민국 청렴 교육의 산실이 되고자 ‘공직자 청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성교육과 학습 기관이었던 서원의 역할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인성교육과 인문학습의 공간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오리서원 심볼마크도 단절되고 각박해진 현대사회에서 신뢰와 인의예지의 문살로 깨끗하고 여유로운 세상을 추구하자는 의미를 담아 한옥 문살의 기하학적인 문양을 형상화하였다.

오리서원은 열린 문화공간으로,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사랑방처럼 이용하며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강의실, 공부방, 공연장, 놀이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문화예술 동호회, 인문공동체 등 모임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바둑 교실, 예절교실, 다례 교실, 가야금/해금/대금 동아리, 전통혼례, 전통 국악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하반기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오리서원의 취지에도 잘 맞는 ‘공직자 청렴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공직자 청렴 교육을 강의 중인 김영호 부원장

공직자 청렴 교육 프로그램은, 최소 2주 전에 신청해야 되는데 ‘청렴 인물, 이원익에게 배운다’ 강의를 수강할 수 있고 체험 프로그램으로 서예 붓글씨로 느껴보는 ‘청렴 정신 캘리그라피 체험’, 몸과 마음을 집중하는 ‘문무겸전 국궁체험’, 선비들의 마음수련법과 청렴인 ‘정심 수련’, 도덕 해학이 넘쳐나는 깨달음 한마당인 ‘포럼연극’ 중에서 한 가지 체험을 신청할 수 있다. 강의와 체험 후 충현 박물관 투어 및 이원익 묘역답사, 선비들의 음악인 정가 감상 프로그램이 포함된 공직자 청렴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상은 공직자(교사, 공공기관 종사자 등) 40명 내외, 총 180분, 화~금 13:00~16:30, 11월 말까지 진행>

▲ 공직자 청렴 교육 프로그램 -서예 캘리그라피 수업 / 충현 박물관 투어 / 천자문 수업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명저 『목민심서』 율기편 ‘공렴원효성’에서 유래한 “공렴은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을 다 바쳐 공직을 수행하겠다”는 말이 오랫동안 맴돈다. 끼니를 잇기 위해 돗자리를 짜는 청렴 재상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공직사회의 공직윤리가 제대로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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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론(空論)이 되지 않고 삶에 지혜를 얻는 계기가 되길

-오리서원 김영호 부원장

Q. 현대인에게 인문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몸이 움직이는 인문학이었으면 좋겠다. IT 강대국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가족과 밥 먹는 시간조차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대화가 부족하다. 짧은 인문학 강의 동안에도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느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문자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강의를 들을 땐 잠시 스마트폰을끄고 강의에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볼 때 너무나 안타깝다. 마음이 동해서 인문학을 들으러 왔다면 몸도 움직여서 세상사 잠시 내려놓고 온정신을 인문학 강의에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 우리 사회에서 인문적 가치가 무엇인지, 인간답게 사는 게 어떤 건지, 인문학이 공론(空論)이 되지 않고 일상의 삶에 실사구시의 지혜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Q. 오리서원에서 다양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사람들이 수강했으면 하는 인문학을 추천한다면?

A. 학식이 높은 강사진으로 구성된 양질의 다양한 인문학 강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홍보가 부족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 다 좋은 인문학 강의라 하나만 꼽기는 어렵고,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색다른 인문학 2도 좋고, 현재 모집 중인 오리·다산 아카데미와 ‘명사 초청, 실사구시 리더십 특강’을 신청해서 들으면 좋을 거 같다. 모든 공직자가 ‘공직자 청렴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으면 좋겠다. 수강 공직자 중 단 열 명이라도 청렴을 실천하며 리더십을 갖춘 공직자로 거듭날 수 있다면 강사로서의 보람이 클 거 같다.

사진= 구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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