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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지금은 시장에 정의가 필요한 때다

경영경제 분야 『한국 자본주의』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자본주의』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2014





지금은 시장에 정의가 필요한 때다


김은섭 - 작가 





“경제는 호황기도 있고 불황기도 있으며, 경기 순환적인 부침은 수없이 경험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문제는 경기순환과 관계없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상조 교수와 함께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장하성 교수는 이 책에서 기형적인 경제체제로 곪아 터진 한국의 현실을 외면한 채 미국과 유럽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실패로 빗대는 비판은 틀렸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한국 자본주의 문제는 선진국들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진국들의 핵심 문제인 소득 불평등, 양극화 심화, 고용 없는 성장은 물론 극도로 불공정한 시장의 경쟁구조,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등을 바탕으로 지난 30년간 경제 정의에 역행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고 설명한다.


장하성은 지금 한국의 시장경제는 “자유주의 과잉 및 구자유주의의 결핍이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이며,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재벌에게 넘어갔는데도 이를 규제하거나 제어하지도 못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모습을 갖추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특히 이 책이 화제가 된 건 책 말미에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써서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21세기 자본』의 내용을 한국에 적용해 대한민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적용할 수 있을지 물은 데 있다. 저자는 전혀 답을 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21세기 자본』의 요체는 “자본 수익률이 노동 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에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결국 자본주의가 붕괴될 것이다. 그리고 능력 중심주의가 급격히 훼손되고 이를 토대로 한 민주사회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하성 교수는 나라마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피케티의 분석 결과를 다른 나라에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피케티가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을 포함한 모든 신흥 시장 국가에서 “자본수익률(r)>성장률(g)”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한 200년이 넘는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거대한 자본을 축적했고, 금융자산의 비중이 큰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에서 도출한 피케티의 자본세 정책 대안으로 한국의 불평등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학문적 사대주의’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한국 실정에 맞는 장하성 교수의 소득 불평등 구조 완화책은 뭘까? 적극적인 노동정책과 임금정책이다. 한국 경제가 지금처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는 기업이 임금으로 분배하는 몫을 줄여온 기업 행태의 문제와 임금도 낮고 고용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노동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초과 내부유보세’와 ‘업무 존속 기간을 기준으로 한 정규직 전환제’와 같은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이익은 통상 “임금이나 배당으로 분배하거나 기업 내부에 유보”하는 방식으로 처분된다. 따라서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임금과 배당을 늘리면 가계의 몫이 그만큼 증가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정규직 해소 방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인 2년을 ‘동일 노동자의 근무 기간’이 아니라 ‘동일 업무의 존속기간’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저자는 시장의 작동 방식 때문에 불가피하게 초래된 불평등한 결과가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반한다면 이를 제어하는 것은 민주주의 즉,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혁명과 같은 큰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평등이 해소될 것 같지 않은 현실에서 그 해법을 기성세대에서 찾기보다 미래 주역인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찾았다. 『한국 자본주의』에 이어 써낸 책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저자는 청년세대들에게 기성세대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고, 평등을 요구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세상은 저절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미래 세대의 주역인 지금의 청년세대들이 일어나서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함께 분노하며 지금의 한국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청년이 던지는 ‘1인 1표의 투표’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의미다.


“시장에도 ‘정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의가 사라져버린 시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 사회 지성계에 새로운 담론을 제공하며 ‘정의’에 대한 화두를 던졌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역시 자신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장하성 교수와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시장경제를 의심 없이 믿어 왔다. 시장경제가 공공의 이익을 성취할 주요 수단이라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델 교수는 지금과 같은 시장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시장경제가 ‘공공의 이익’을 성취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져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인류의 가치 있는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도구’일 뿐, 삶의 마지막이나 좋은 사회의 의미 또는 우리와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가져야 할 미덕에 대해 답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시장은 결코 윤리와 민주주의, 지역사회를 대신할 수 없다.


이쯤에서 미국 역사상 명판결로 손꼽히는 라가디아 판사의 판결을 살펴볼까 한다. 미국 뉴욕시에서 세 명의 손자를 돌보는 가난한 할아버지가 일감이 없어서 끼니를 때우기 어려웠다. 손자들이 배고파 우는 모습을 보다 못한 이 할아버지는 빵집에 들어가 빵을 훔쳤고 곧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을 맡은 판사는 이 노인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판사는 노인의 단죄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을 포함한 뉴욕 시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선언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벌금을 부과했고, 재판정에 앉아 있던 방청객들에게도 벌금을 내게 해서 즉석에서 걷어서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은 벌금을 물고 남은 돈을 받아 쥐고는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떠났다. 과연 무엇이 불쌍하고 힘없는 노인으로 하여금 빵을 훔치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야 할 때다.


선진국과는 전혀 다른 구조의 한국 자본주의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탄탄한 이론적 배경과 논리적 진단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인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경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줬다. 획기적인 두 권의 책이 일으킨 큰 반향 덕분일까. 아니면 ‘행동하는 경제학자’라는 수식어 때문일까. 저자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반을 다루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수행 중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펼친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를 현실에서 실천하고 성공적으로 마쳐서 이 책이 기념비적인 대작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왜 분노해야 하는가』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2015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2014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2012






김은섭 - 작가 


온라인에서 리치보이라는 필명으로 비즈니스북를 리뷰하며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2010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TOP 100을 수상했고, 쓴 책으로는『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공감의 한줄 : 세상을 바꾸는 어록의 힘』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아까운 책 : 지난 한 해 우리가 놓친 숨은 명저 50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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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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