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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한국 과학자가 쓴 최고의 과학책

과학 분야 『물리학 클래식』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2








한국 과학자가 쓴 최고의 과학책


이명현 - 과학책방 갈다 대표   




교양 과학책 중에 어려운 책이 많은데 비교적 잘 팔린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려울수록 잘 팔린다는 말도 있다. 내용이 어려우면 오히려 책에 가치를 더하기도 한다. 좋은 외국 교양 과학책의 내용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이 정도는 감내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묘한 지적 허영심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좋은 번역서가 많지만 책의 서술 방식이나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쉽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번역된 교양 과학책은 극히 드물다. 국내 저자가 쓴 책에는 다른 요구가 쏟아진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하고 수식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핵심 개념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가독성도 뛰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런 책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부력을 설명하는 과학책에 이에 대한 설명은 없고 ‘유레카’만 남게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갑게도 지난 몇 년 동안 완성도가 뛰어나고, 핵심 개념을 잘 설명한 국내 교양 과학책이 한두 권씩 나오기 시작했다. 고무적이고 기쁜 일이다. 『물리학 클래식』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외국 교양 과학책에서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인 만족감도 채워주면서, 우리말로 재구성한 과학 이야기를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교양을 갖춘 현대 교양인이 능히 읽고 도전해볼 만한 난이도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격조와 함께 가독성도 확보한 훌륭한 책이다.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물리학자들이 쓴 수많은 논문들 중에서 딱 열 편만 골라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아마 여기 선정된 논문들에 대해서 모든 과학자들이 100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논문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 자체가 사람들마다 다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대략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열 편의 논문을 정했다. 첫째, 획기적인 발견. 둘째, 인식의 혁명. 셋째, 이론적 완성.”


『물리학 클래식』은 저자의 땀이 느껴지는 책이다. 평면적인 서술을 답습하지 않고 원전을 직접 읽고 땀 흘린 노동의 대가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의 최대 미덕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저자가 열 편의 논문을 고르기 위해서 투자한 시간과 땀이 고스란히 책 속에 녹아들어 간 것이라고 말하겠다. 저자가 고심 끝에 고른 20세기 물리학을 대표하는 열 편의 논문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논문에서부터 말다세나의 최근 논문까지를 포괄한다. 그의 말대로 통계 역학 분야가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21세기를 만든 지난 세기의 지적 모험을 살펴보기에는 손색이 없다.


“학술적인 논문들은 비전문가가 직접 읽기에는 아주 어렵다. 아무리 훌륭하고 감동적인 논문이 있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특정 분야를 다시 공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둘을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논문들뿐만 아니라 최신의 과학 성과들도 모두 논문의 형태로 출판되기 때문에 그 다리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 책이 그런 다리를 짓는 데에 한 덩이 벽돌이라도 될 수 있다면 글쓴이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물리학 클래식』의 또 다른 가치는 위에서 지은이가 지적한 것처럼 일반인들이 물리학의 원전에 간접적으로나마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원전 해제 형식을 띠고 있는데 원전 논문을 중심으로 당시의 물리학적 쟁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가공된 지식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물리학의 핵심을 생생한 증언과 현장 해설을 통해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20세기 물리학 논문 열 편을 골라 소개했다.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지난 세기의 대표적인 지적 성취가 단박에 이해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허망할 수도 있다. 저자는 물리학의 어려운 내용을 은유적으로 뛰어넘지 않고 직접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원전 논문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그 의미를 하나하나 차분하게 해설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그와 관련된 그 이후의 성과들도 함께 이야기한다. 이런 일관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면서 이 책은 격조와 함께 가독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흑체라는 것이 있다. 이 책에 쓰인 구절을 인용해서 설명하면 이렇다. “흑체란 말 그대로 ‘검은 물체’다. 그러나 물리학에서 말하는 흑체란 표면의 색깔이 검은 물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빛을 완벽하게 흡수해서 반사되는 빛이 거의 없는 물체를 흑체라고 한다. 커다란 상자에 조그만 구멍을 하나 뚫어 놓으면 훌륭한 흑체가 된다. 그 구멍을 들여다보면 정말 검다.”


문득 이 책의 지은이가 흑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문 원전을 섭렵하면서 열 편을 골라내고 그것들을 온전히 흡수하는 흑체. 그런 후 그가 복사를 통해서 뱉어낸 것이 바로 『물리학 클래식』이 아닌가 한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것을 자신의 언어로 당당하게 내어놓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교양 과학책 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감히 단언한다. 외국 교양 과학책들 중에도 원전 논문을 해설하는 책은 더러 있었지만, 이 책만큼 여러 가지 시대적 문화적 요구에 충실하게 답하고 있는 책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원전 논문의 충실한 해제이자 훌륭하고 완성된 한 편의 현대 물리학 교과서가 될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레너드 서스킨드·조지 라보프스키 지음, 이종필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7


『김상욱의 양자 공부』

김상욱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7


『사이언스 브런치』

이종필 지음, 글항아리, 2017





이명현 - 과학책방 갈다 대표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 대표.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거쳐 네덜란드 흐로닝엔대학교에서 전파천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연, 신문 잡지 기고, 책을 통해서 끊임없이 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명현의 과학 책방』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을 출간했다. 삼청동에 과학 전문 서점 갈다를 열고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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