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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우리들의 천국은 가능한가?

문학-현대-산문 분야 『당신들의 천국』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2






우리들의 천국은 가능한가?


류대성 - 작가





“소설을 읽고 난 후 나는 이청준씨가 왜 제목을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신들’이라는 것은 ‘우리들’의 반어적 표현이었다. 오마도는 당신들의 천국이 아니라 우리들의 천국이 되어야 마땅했다. (중략) 이청준씨는 오마도(소록도 사람들의 꿈의 낙토)가 우리들, 즉 나환자의 땅이 못 되고 제3자인 ‘당신들’의 땅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생각은 바로 오마도(소록도) 문제의 핵심이었다.”


『허허 나이롱의사 외길도 제 길』에 나오는 말이다. 1939년 남도의 끝자락 장흥에서 태어난 이청준은 2008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병신과 머저리』『잔인한 도시』『눈길』 등 수많은 장편과 단편소설을 남겼다. 『벌레 이야기』는 영화 「밀양」으로 , 연작 소설 『서편제』는 영화「서편제」로, 이미 대중에게도 익숙한 그의 소설은 한국 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당신들의 천국』은 매우 특별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최인훈의 『광장』,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이어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2003년에 100쇄를 찍었다. 한국 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장편소설 세 편 모두 ‘현실’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 점에서 이채롭다. 세 편 모두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전후 이념 갈등, 산업화 시대 철거민의 애환, 개발독재 시대 소록도 간척사업이라는 현실 문제를 다룬다. 이청준은 소록도의 현실을 소설화하면서 일관된 관점을 유지한다. 그것은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이기적 욕망과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소설보다 놀랍고 극적인 이야기가 많다. 믿을 수 없이 잔인하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이한 이야기가 넘친다. 그런데도 우리가 여전히 소설을 읽는 이유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기 위함이다. 팩트 체크 너머에 숨은 진실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아마도 이청준의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문학적 진실은 철저한 현실에 뿌리를 둔 상상력에 기반을 둔다. 이청준은 독자에게 현실의 이면을 들여다보라고 촉구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을 외면한다면 ‘나’의 삶이 행복할 수 없다고 믿는다. 전남 고흥의 오마도 330만 평의 간척지는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땅이다. 작가는 한센인에 대한 차별, 60년대 개발독재의 비극적 진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평범한 일상에 매몰된 독자에게 각성을 요구한다. 남도의 한 섬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 태도와 집단적 영웅 심리, 정치와 권력의 이해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록도 주민이 맨손으로 일군 땅은 육지 주민의 반대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군사정부 때문에 ‘낙토’가 되지 못하고 끝내 욕망의 땅으로 변질된다. 소설 속에는 이런 현실이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임 원장 주정수 동상 건립 문제, 한민의 자살과 그가 남긴 소설은 섬 전체의 기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오마도 간척사업은 1962년부터 1963년까지 한센병 환자들의 손에 의해 진행됐다. 소록도병원장 조창원은 사회로 복귀하는 나환자들의 자활 정착을 돕기 위해 거대한 국책사업을 벌인다. 독립적인 정착촌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풍양반도와 봉암반도의 한가운데 바다에 떠 있는 오마도를 육지에 연결하는 엄청난 공사였다. 그들은 변변한 장비 없이 풍양면에서 오동도까지 385미터, 오동도에서 오마도 남쪽까지 338미터 그리고 오마도에서 서쪽으로 도양읍 봉암반도까지 1560미터의 바다를 메웠다. 이렇게 만든 3개 방조제 안쪽 바다가 소록도의 2배인 330만 평의 농토로 조성되었다. 이 거대한 평야에서 5만 석 정도의 양곡을 생산해 음성 나환자 치유자들의 생활 터전을 마련하고, 일반 영세 농가들과 각각 1500여 세대씩 입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청준이 조창원 원장을 직접 찾아가 불신과 배반의 땅 소록도 이야기를 소설로 발표한 시기는 1976년이었다. 실존 인물인 조창원 원장은 소설에서 조백헌 원장으로 등장한다. 조 원장과 한센병 환자들이 꿈꿨던 ‘문둥이들의 천국’은 허망한 신기루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 꿈은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세상에는 성별, 나이, 종교, 직업, 학력, 출신 지역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산다. 모양과 빛깔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감히 ‘행복’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 차별 없는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낙토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문둥이가/ 땅에서 못살고 쫓겨난 恨은/ 땅에서 살아보려는 願은/ 땅에서 살아보지 못한/ 땅을 만들어…/ 살아서 마지막으로/ 학대된 이름을 씻어…”라는 한하운의 시 「오마도」를 소개하며, 소록도에 거대한 역사(役事)가 시작되는 장면에 소개된다. 그러나 한하운 시인의 절규처럼 소록도는 결국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이 되고 만다.


우리가 이 소설에서 주목할 점은 주정수 전임원장, 조백헌 원장, 이상욱 보건과장, 황희백 노인, 한민, 윤해원, 서미연 등 각각의 인물이 그려내는 현실적 인간의 모습이다. 사람은 각자의 위치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다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낯설게 세상을 바라보자. 그리고 ‘지금-여기’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 낙토를 꿈꾸고 있는지 돌아보자.


소설은 섬을 떠나고 7년 후, 윤해원과 서미연의 결혼식에 참석한 조백헌 원장의 축사로 마무리된다. 동행한 이정태 기자에게 건넨 상욱의 편지와 조 원장의 축사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센병을 앓았던 윤해원과 건강한 서미연의 결혼은 일종의 상징이다. 그들의 보금자리가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는 걸 독자들은 쉽게 눈치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진행형인 ‘당신들’의 천국이다.


구별 짓기는 인류의 오랜 관습이다. 신분제, 계급 사회는 무너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졸업한 학교가 당신의 지적 능력을 말해주며, 연봉과 직업이 당신의 생활수준을 보여준다. 경쟁은 자연스럽고 승자들의 독식은 계속된다. 차별과 배제는 일상이지만 대부분 말없이 받아들인다.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부자와 빈자 너머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들’의 천국은 계속된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논리, ‘우리’는 ‘당신들’과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너’는 누구이고 ‘당신들’은 또 어떤 사람들인가?


각자 서 있는 자리마다 타인과 세상이 달리 보인다. 조 원장과 황 장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벽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윤해원과 서미연의 사랑은 울타리로 가둘 수 없는 일이었다. 소설 너머에서 현실이 보이고, 현실 너머에서 소설의 상상력이 발휘된다. 현실은 여전히 ‘당신들의 천국’이지만 다 같이 ‘우리들의 천국’을 꿈꿀 시간이 필요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청준 깊이 읽기』

권오룡 지음, 문학과지성사, 1999


『허허 나이롱의사 외길도 제 길』

조창원 지음, 명경, 1998


『병신과 머저리』

이청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0






류대성 - 작가


한겨레, 중앙일보에 서평, 사설비교 칼럼을 연재했고, 고교독서평설 등 여러 매체에 고전, 서평 관련 글을 써 왔다. 오랫동안 국어 교사로 일했고 전국도서관, 교육청, 학교에서 독서, 글쓰기, 고전 관련 강의를 계속하며 책과 단단히 얽힌 삶을 살고 있다. 『책숲에서 길을 찾다』『청소년을 위한 북 내비게이션』등을 썼고, 『고전은 나의 힘』『마중물 독서』 시리즈 등을 기획했고 편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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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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