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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시를 잊은 그대에게

문학-현대-운문 분야 『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재찬 지음, 휴머니스트, 2015








시를 잊은 그대에게


김화성 -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2010년 8월5일, 칠레 구리광산이 무너져 광부 33명이 지하 700미터의 임시대피소에 갇혔다. 15평 정도의 좁은 공간. 식량은 물 20리터, 우유 16리터, 참치 통조림 20개 등 10명이 이틀간 먹을 수 있는 분량이 전부였다. 대피소는 섭씨 32도의 고온에다 95%의 고습 상태. 전문가들은 “광부들의 생존 확률이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69일 만에 전원 살아서 돌아왔다. 어떻게 그들은 그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냈을까. 먹는 건 ‘하루 참치 두 스푼’으로 해결했다지만, 끊임없이 밀려오는 두려움과 절망감은 무엇으로 이겨냈을까.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파블로 네루다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의 시를 낭송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버텼다.”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그게 무엇이기에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그리고 시를 쓴다는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왜 시인은 소설가, 수필가, 화가, 조각가, 성악가, 작곡가, 무용가, 건축가, 사진가, 연주자, 지휘자처럼 ‘∼가’나 ‘∼자’가 아니고 사람 ‘∼人(인)’자가 붙는가. 왜 시인은 진이정 시인이 말한 것처럼 “토씨 하나를 찾아 천지를 떠도는”가. 조병화 시인은 “시는 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시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그리스어에서 시인의 어원이 ‘홀린 사람’ ‘광인(狂人)’과 동의어라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현실주의자들이 볼 때 꿈꾸는 사람은 거의 미친 사람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란 ‘언어의 몽상’이다. 그러니 그걸 표현하려면 언어의 극한까지 가도 한참 모자란다. 정끝별 시인이 말한 “시의 언어는 천 개의 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사물을 봐도 시인의 눈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시나 인간의 삶이나 정답이 없다. 오로지 ‘왜’, ‘어떻게’만 있을 뿐이다. 시는 학문 밖에 있다. 삶도 그렇다. 이 세상 모든 숨탄것들은 저마다 제 방식대로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 방식에 대해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곧 난센스다.


정재찬의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시에 대해 결코 ‘콕 집어’ 말하지 않는다. 코끼리 한 마리를 놓고도 코와 다리도 보여주고 귀와 엉덩이 그리고 하다못해 질질 흘리는 침까지 보여준다. 똑같은 사물도 얼마든지 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해준다. 나아가 똑같은 시각의 사물도 그 표현 방식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줄기차게 깨우쳐준다. 이를 위해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시인의 시는 물론이고 유행가 가사든 통속 영화든 아니면 팝송이든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모두 동원된다. ‘시를 잊은 젊은이들(공대생들)’이 솔깃해하도록 그들이 관심 갖는 것들을 내세워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강의를 들었던 공대생들이 ‘한 편의 공연예술을 보는 듯했다’고 했을 것이다. ‘진짜 낭만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어 감사하다’고 고마워했을 것이다. 사실 정재찬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러 시인의 다양한 노래를 들려줬을 뿐’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가슴 설레며 황홀해 했고, 행복해했다. 메마른 가슴에 촉촉한 감성이 도둑처럼 스며들었다. 가령 ‘떠나는 것들’에 대한 그의 접근을 보자. 그는 1996년 1월31일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에서부터 말문을 연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퇴장’이란 무엇인지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라는 시를 꺼내 든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다음에는 김훈의 산문을 인용한다. “백꽃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고,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버린다. 매화는 꽃잎 하나하나 바람에 날려 꽃보라가 되어 산화한다. 그것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도 같다. 그런데 목련꽃의 죽음은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암 환자처럼 무겁게 떨어진다.” 그럴듯하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정재찬 교수는 돌연 복효근 시인의 「목련후기」라는 노래를 들려준다.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 (중략)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그렇다. 시는 즉흥적이다. 자유롭다. 그 누구도 틀에 가둘 수 없다. 단 몇 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낚아챈다. 어떤 땐 봄바람처럼 다가와 내 가슴을 적시고, 어느 땐 대못으로 내 영혼을 사정없이 후벼 판다. 시란 ‘은유의 보물 창고’다. 그것은 오직 마음의 눈으로만 봐야 보인다. 분석하고 해석하는 순간 철커덕 문이 닫힌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면 오직 은유라는 창문을 통해 봐야 하는 것이다. 정재찬 교수는 바로 이 책을 통해 ‘왜 시가 우리 인생 비평인지, 왜 시가 수수께끼인지’ 넌지시 말하고 있다. 시에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에게 왜 이 시대 시를 읽어야 하는지 깨우쳐주고 있다.


달은 대부분 동양 사람들에게 친근감의 대상이다. 그래서 윤제림 시인은 보름달을 “물 쟁반 위의 연꽃처럼/ 환하게 떠오르는 태(胎)”라고 했을 것이다. 나희덕 시인이 상현달을 “그녀가 앉았던 궁둥이 흔적”이나 박형준 시인이 그믐달을 “마른 포도 덩굴/ 뻗어가는 담벼락에/ 고양이 같은 눈/ 너의 실눈”이라고 노래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다른 시인의 눈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남진우 시인은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라고 했고, 함민복 시인은 “달장아찌”라거나 송찬호 시인은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놓았을까 (중략) 달은 바라만 보아도 추억의 반죽덩어리”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아예 이형기 시인은 하현달을 보고 “피살자가 누구냐고 묻는가/ 보라 저기 저 고산 만년설에 꽂혀있는/ 한 자루 비수”라고 외친다.


이래서 파블로 네루다의 말처럼 “시인은 죽어도 시는 죽지 않는다.” 시는 영원히 살아남아 마침내 막장에 갇힌 광부들까지 살린다. 뻣뻣한 영혼에 감미로운 선율을 선사한다. 시는 재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처음처럼』

신경림 지음, 다산책방, 2006


『천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정끝별 지음, 케포이북스, 2008


『한 접시의 시』

나희덕 지음, 창비, 2012  






김화성 -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전 동아일보 스포츠, 여행, 음식전문기자. 사람들은 그를 ‘여러 문제 연구소장’이라고 부른다. 글이면 글, 술이면 술, 운동이면 운동, 두루두루 두루미다. 그는 지금까지 15권이 넘는 책을 썼다. 『CEO 히딩크』처럼 일본과 네덜란드에서 번역 출판된 베스트셀러도 있고, 초판에 머문 책도 있다. 2015년 2월말 33년의 기자생활을 마치고, 올봄엔 『전라도 천년』이란 책을 내놓았다. 요즘엔 대학과 기업연수원 등에서 강연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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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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