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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20세기 가요를 입체적으로 볼 때 생기는 일

문화 분야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리뷰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영미 지음, 황금가지, 2002






20세기 가요를 입체적으로 볼 때 생기는 일


차우진 - 음악평론가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는 2002년에 나온 책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5년도 전에 세상에 나온 책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의미가 없을까? 아니다. 가요·연극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영미 교수는 그동안 ‘대중예술뿐만 아니라 예술의 궁극적인 주인은 창작자가 아니라 수용자’라는 입장을 여러 저작을 통해 드러내곤 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로, 표면적으로는 가요사를 다루지만 궁극적으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드린다.


이 논의는 꽤 입체적으로 작동하는데, 소위 사람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대중예술’과 ‘본격예술’의 개념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방식을 취한다. 트로트와 클래식, 가요와 팝, 나아가 대중과 취향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덕분에 독자는 가요사에서 벌어진 여러 논쟁을 따라가다 문득 의심 없이 사용하던 단어와 개념을 재차 들여다본다. 요컨대 이 책은 대중문화 그 자체를 다룬다기보다는, 그에 대한 대중들의 욕망과 편견을 다룬다. 일제시대 ‘사의 찬미’부터 조성모의 ‘아시나요’에 이르는 대중가요와 그에 반영된 시대상을 에세이나 짧은 칼럼처럼 재치 있게 이리저리 오가는데, 그 내용을 따르다 보면 문득 무릎을 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최초 소프라노였던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의 가창법이 사실은 소리를 끌고 꺾어 부르는 민요풍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서양음악은 12음을 쌓아 화성을 이뤄 소리의 입체성을 만들지만 우리의 시조나 민요는 목소리를 흔들거나 떨고 꺾어서 입체감을 만든다”고 서술하는데, 이를 통해 당시 한국적 관습과 서양적 관습이 충돌하던 양상을 환기한다. 윤심덕을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것은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동시에 “서양음악이 펜으로 여러 개의 선을 그어 입체감을 만드는 방식이라면 우리 전통음악은 붓으로 그린 그림처럼 붓질 한 번으로 풍부한 입체감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하면서 둘 중 어느 것의 우위를 가리기보다는 양쪽의 면모가 뒤섞이는 현상 그 자체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트로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강점기에는 구세대의 음악인 엔카와 신세대의 음악인 트로트가 경쟁하면서 세대 갈등을 일으켰다. 그러던 것이 해방 이후 트로트가 최하층민이 애호하는 음악으로 재설정되면서 트로트는 촌스러운 음악으로 이해되었다. 덕분에 트로트에는 “저학력의 무식과 가난의 냄새가 났다”고 언급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트로트의 가치평가가 아니라 동시대 대중음악의 지위가 사실상 세대 갈등의 결과라는 점이다.


이영미 교수는 이렇게 이제까지 주변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통속성과 신파성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의 취향의 변화, 세대의 갈등, 가치관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데 능숙하다. 이런 관점으로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1950~1960년대 대중가요의 한계라든가, 왜색가요 논란과 대마초 파동을 겪으며 굴절됐던 1970년대 청년 포크문화, 그리고 트로트를 도입한 포크음악으로 1980년대까지 살아남은 송창식이나 1980년대 슈퍼스타로 군림했던 조용필의 음악세계 등을 당시 사회상과 연계해 조망한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발간된 시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1990년대까지만 다루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다. 1990년대의 아이돌 음악이나 팬덤 문화를 다소 평면적인 관점으로 언급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90년대 댄스음악이 열풍이 IMF 외환위기 상황을 기점으로 발라드 음악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도 상당히 신선한 관점이다. 뭐, 모자란 부분은 다른 책으로 보충하면 될 일이다.


“1990년대 내내 우리 대중가요는 쉽게 변해버리는 ‘쌈박하고 쿨한 사랑’을 노래했는데 외환위기 무렵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가 ‘쌍팔년도식’의 칙칙하고 집착이 강한 사랑 노래로 성공했다.”라고 쓰면서 “이는 경제위기에 허덕이던 시기, 독특한 사회심리의 소산”이라는 분석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에서 ‘나’로, ‘나’에서 ‘너’로 변화하는 가요 정서 변화의 맥락을 새삼 되짚어보게 만든다.


이와 비슷한 구성으로는 2017년에 출간된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대중문화로 보는 박정희 시대』도 함께 읽을 만하다. 가요사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의 제목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그만큼 ‘가요’가 일상에 밀착된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은연중에 대중문화의 신파성을 비판하고 이 영역 내에서 고급-저급의 가치 판단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이 획득한 상징 권력을 강조하려는 태도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오히려 대중문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막을 뿐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건강하지 못한 태도이기도 하다. 이때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는 역설적으로 가요의 세속적 가치를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며 그로부터 자신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이 책의 에필로그 제목은 ‘21세기 괴짜를 기다리며’다. 여기서 이영미 교수는 대중의 심리나 취향에 꼭 맞춰지지 않은, 그러니까 ‘잘 계산된 기획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음악을 고대한다고 밝힌다. 2018년 현재, 마이크로 미디어 환경에서 ‘개인화’라는 주제가 화제가 되는 상황에서는 다소 구시대적인 의견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새삼 떠올려보면, 이제껏 시장에서 성공하고 한 시대를 지배하다시피 했던 문화 상품은 마케팅이 아닌 공감의 결과였다. 그 점에서 ‘괴짜’라는 말은 트렌드에서 벗어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인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대중성이란 사실 꽤 복잡하고 심지어 모순된 영역이다. 시장 논리에 부합하는 듯하면서도 의외의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대중이다. 그런데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자기 자신, 바로 우리의 내면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대체로 스스로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상기해볼 때, 이 책은 그저 20세기의 가요 역사를 정리한 전문서가 아니라 미디어와 콘텐츠가 범람하는 21세기에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 무게추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대중문화의 주체는 기획사도 대기업도 아닌, 바로 수용자(대중)이다. 그래서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는 일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이야기니까.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대중음악의 이해』

김창남 엮음, 한울, 2018


『아이돌 메이커』

박희아 지음, 미디어샘, 2017


『한국 힙합 에볼루션』

김봉현 지음, SUIKO 그림, 월북, 2017 





차우진 - 음악평론가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대중음악의 이해』『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동시대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쓰고, 연결하는 것'을 지향하며 페이스북 ‘커넥티드 랩’ 그룹에서 다양한 콘텐츠 비즈니스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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