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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우리는 웃는데 완득이는 웃지 않는다

아동 분야 『완득이』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완득이』

김려령 지음, 창비, 2008









우리는 웃는데 완득이는 웃지 않는다


김혜원 - 학교도서관저널 신간선정위원





이 책은 흔히 ‘웃기고 재미있는, 완득이의 성장소설’로 정리된다. 2008년 출간 당시 청소년 소설의 분위기를 보자면 획기적이라 할 만큼 가벼운 ‘구어체’로 쓰인 소설이다. 아이들이 당장 쓸법한 비어와 속어들이 요소요소 박혀 있다. 흔히 ‘웃기고 재미있는’ 책은 수명이 짧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독자를 기다린다. 성장소설로서의 장치가 잘 작동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뿌듯함과 개운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완득이는 웃지 않는다. 그는 화내고 욕하고 생각하고 성장한다. 독자들도 때로는 그런 완득이와 함께 웃지 않기도 한다. 독자들은 웃음과 웃지 않음 사이에 서 있고, 이 책의 생명력은 여기서 발생한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서평 말미에 이렇게 썼었다. “이 책을 절대 공공장소에서 읽지 마시라, 웃음을 참느라 눈물 흘리게 될 것이니. 이 책을 절대 지하철에서 읽지 마시라, 정신 놓고 읽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게 될 것이니.” 이건 내 경험담이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온갖 이상한 소리를 내는 나를 발견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이미 나는 목적지를 놓쳐버린 뒤였다.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책인데도 재미있다.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10년 전 써 놓은 경고는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웃기고 재미있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세상은 완득이를 다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나뉜다. 읽다가 중간에 멈춰 선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즉, 이 책은 읽기 시작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끝까지 읽게 된다. 이미 읽은 부분은 재미있고, 읽고 있는 부분은 웃기고, 앞으로 읽을 부분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완득이의 길고 긴 기도문으로 시작한다. 기도란 자고로 엄숙해야 하지만 아니다. 담임을 죽여 달라는 기도다. 그때 불쑥 완득이를 부르는 말, ‘자매님!’ 외국인 노동자 신도의 최선의 한국말이다. 완득이가 죽여 달라 기도하던 담임은 학교에서 자기 반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협박 중이다. 시작하는 모든 상황이 엇박자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책이 주는 웃음은 이 엇박자에 바탕을 둔다.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기대하는 상황이 아주 달라지면 화가 나지만, 살짝 어긋나면 웃음이 난다.


담임인 동주의 등장은 완득이 입장에서는 매우 느닷없고 불편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예고 없고 예측불허다. 온 반 아이들이 다 듣도록 완득이가 수급자임을 밝히고, 수급품인 햇반을 가져가라 하고는 집에 와서는 그 햇반 하나 내놓으란다. 게다가 흑미밥 백미밥도 따진다. 담임의 집은 완득이네 옆집이다. 여기서 공간 배치가 절묘한 게, 옆집이기는 하지만 둘 다 옥탑방이다. 맘먹고 달려가 때리고 싶어도 내려갔다 올라갔다 너무 긴 거리다. 소리 지르고 던지는 게 빠르다. 완득이가 기도하는 교회에도 나타난다. 학교에서 야자시간에 땡땡이칠 때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다. 어찌하다 보니 아버지와도 인사가 있었다. 완득이로서는 미칠 노릇이지만 독자들은 이 둘의 싸움이 재미있다.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님과 학생 같지 않은 학생이지만, 서로 그 마지막 선은 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웃는다. 아주 달라짐이 아니라 살짝 어긋난 위치에 둘이 서 있다.


완득이의 결핍은 본인 자신이기보다는 그와 함께 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있다. 완득이를 둘러싼 어른들은 모두 절대적 결핍이 있다. 아버지는 난쟁이다. 초등 4학년 때 이미 키로 아버지를 넘어버렸다. 함께하는 삼촌은 미켈란젤로의 그림처럼 완벽한 몸을 가졌지만, 지적장애자이다. 둘은 카바레에서 춤을 춘다. 원래 춤은 아버지가 잘 추지만, 사람들은 훤칠한 삼촌의 춤을 좋아한다. 그가 말을 하지 않으면 말이다. 어머니는 베트남 사람인데 15년 전에 사라져 원래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쯤 어긋남은 웃음의 코드가 아니다. 화가 날 지경이다. 그가 살아남는 방법은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먼저 싸움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작된 싸움은 어떤 방법으로든 꼭 이겨야 한다. 그래서 완득이는 웃지 않는다. 독자도 웃지 않는다.


이런 완득이에게 균열이 일어난다. 담임은 그의 싸움을 킥복싱으로 살짝 비틀었다. 싸움과 킥복싱은 완득이에게 같은 듯 다른 세상이다. 몸을 쓴다는 면에서 둘은 닮았지만, 싸움은 이기기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면, 킥복싱은 잘 지기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 이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정당한 방법을 찾아 이기는 것, 그것을 찾지 못한다면 잘 지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여 몸을 만들어야 한다. 달라진 완득은 이렇게 고백한다. “전에는 나만 멈춘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나만 움직인다.”


또 하나의 균열은 어머니다. 갑자기 나타나 아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어머니. 베트남 사람이지만 이제는 결핍 없는 완전한 어른으로 완득이를 보듬는다. 그리고 또 하나, 여자친구. 그들은 화내고 욕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균열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뭔가 변화의 상황에 완득이는 몹시 괴롭다. 그래서 완득이는 웃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


김려령의 문체는 경쾌하다. 목소리와 혼잣말이 섞인 대사들은 읽어내기가 바쁠 만큼 속도감 있다. 비어와 속어가 섞여 있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읽다 보면 이 책 전체가 요즘 유행하는 랩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싸움과 스포츠의 경계, 주민과 이주민의 경계, 장애와 비장애인의 경계, 수급자에게서 수급받는 일등을 이야기하는 소설 구조들이 그랬다. 이음동의어와 동음이의어와 소리의 각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랩 가사와 닮아 있다. 속도감 있는 문장은 더욱 그렇다. “카바레…, 아버지가 맞는 모습을 봤고, 그러면서도 웃는 모습을 본 곳이다. 웃는데 웃는 모습이 싫었고, 웃으면서도 울까 봐 괜한 걱정을 했었다.” 이런 문장 말이다.


완득이는 여전히 웃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완득이는 스스로 삶에 대한 목표와 할 일이 생겼다. 그런 그가 세상에 외치는 말, “못 찾겠다, 꾀꼬리!” 이 책은 마지막까지 웃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합체』

박지리 지음, 사계절, 2010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쿠로노 신이치 지음, 장은선 옮김, 뜨인돌, 2012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

류커샹 지음, 하은지 옮김, 더숲, 2018 






김혜원 - 학교도서관저널 신간선정위원



1996년부터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어린이책을 공부했다. 2010년부터 〈학교도서관저널〉 어린이문학 분과 분과장을 맡았다. 2018년부터 〈기획회의〉어린이 청소년책 신간동향을 이야기한다. 오래도록 어린이 청소년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기억 때문에 지금 출판되는 모든 어린이 청소년 문학에 눈길을 주려한다. 내가 살던 시대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에 대한 독자이며 기록자이며 감시자이길 원한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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