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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친일파와 미국의 개입, 현대사 이해의 관건

인문 분야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서중석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3






친일파와 미국의 개입, 현대사 이해의 관건


한승동 - 저널리스트





영화 「1987」을 본 사람이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읽어본다면 그 재미와 감동이 몇 배 더 커질지도 모른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으나, 이 책을 읽고 그 영화를 본다면 압축적으로 전개되는 영화의 장면이 더 선명하고 의미심장하게 연결되면서 매우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영화 「1987」은 경찰의 고문 수사 과정에서 그해 1월 사망한 박종철과 7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직격당해 숨진 이한열, 이 두 대학생의 죽음을 모티브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이들과 그것을 막으려는 이들 간의 숨 막히는 각축과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특수한 개별 사건들과 그 주변이 만들어내는 시공 그리고 그 시공 속을 누비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뒤쫓음으로써 그보다 훨씬 큰 광폭의 한국 사회 민주화운동의 실체를 박진감 있게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영화 속의 희생자들, 검사와 기자·해직 기자들, 시민운동가, 교도관, 천주교 사제들, 학생들 그리고 경찰 치안본부장과 치안감, 대공분실 요원들, 그들 뒤의 최고 권력자가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며 싸우고 또 죽어갔는지 그 배경을 설명한다.


1987년의 그 사건은 돌출적이었지만 배경과 맥락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사건들은 거기에 이르는 긴 역사적 배경이 있고 영화의 등장인물보다 훨씬 더 많고 다양한 사람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사건들이 복잡 미묘한 인과 관계로 뒤얽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건들이 일어난 세상살이 전체, 총체적인 인과 관계에 대한 탐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인과 관계의 망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수록 개별 사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더 깊고 넓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1987」을 보면 그래서 감동의 폭과 깊이가 분명 다를 것이다. 이 얘기는 「변호인」이나 「택시 운전사」 「박하사탕」 「암살」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괴물」 「지구를 지켜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책이 담고 있는 배경 설명이 그저 그런 개별 사건들을 더 많이 모아 열거해 놓은, 양적으로 더 풍성해진 사건들의 종합판은 결코 아니다. 단순한 사실이나 사건의 더 많은 집적이 더 깊고 넓은 세계의 이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현실은 그 정반대일 수 있다. 사실의 양적 비대는 오히려 질적 빈약 내지 혼돈과 혼동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은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일지라도 많은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 명료하게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두서없는 많은 사실의 열거는 때로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그런 점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엄격한 사료 검증과 서술의 이념적 중립성을 견지하며 저자 나름의 뚜렷한 사관에 따라 일관되게 기술돼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 속에 의미 있고 필요한 것들을 솎아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가의 임무다. 그것은 독자적인 사관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모든 작가나 역사가는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각은 어떤 것인지, 그 판단은 독자들이 각자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자마다 선택이 다를 수 있지만, 작가나 역사가의 시각이 세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정확하고 날카로우며, 깊고, 유용하며, 일관된 것일수록 더 좋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점에서 확고한 믿음을 주는 역사가다. 그가 어떤 사관, 어떤 문제의식을 지닌 역사가인지는 서문에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현대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된 데에는 현대사가 극우반공체제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되었다는 점, 그리고 너무 좌나 우 편향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도식적으로 재단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실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또 일부 현대사 관련 서적이 권위주의 통치에 치중해 서술하다 보니 현대사를 어둡고 무기력한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보건대 저자는 현대사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 자체를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류 사서들의 이념적 편향, 부정확한 사료 검증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력의 부침 위주의 ‘정치사’ 일변도 기술도 문제라고 본다. 그 결과 현대사가 어둡고 무기력하게 보이며 그 때문에 더욱 현대사를 기피한다고 탄식한다. 이는 현대사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실천적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는 저자의 역사관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 역사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저작물에서는 그 저작물을 생산하는 저자의 생각과 현실 인식, 세계관, 문제의식, 현실을 더 낫게 바꾸려는 욕구와 지향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가가 사료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역사가의 현실 인식과 세계관, 문제의식에 좌우된다. 즉 역사는 역사가가 살고 있는 현재적 관점과 문제의식 속에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역사는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는 이탈리아 역사학자 베네데토 크로체의 경구는 언제나 옳다.


일제 패전(해방) 이후부터 이명박 정권기까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기본 줄기를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친일파’와 미국의 개입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해방 공간의 좌우 대립, 신탁이냐 반탁이냐, 분단 고착, 이승만과 자유당 독재, 여운형·김구·송진우·장덕수 암살과 조봉암·인혁당 사법살인, 박정희 쿠데타, 군사독재와 남북대결, 산업화와 민주화 등 이 책을 관통하는 현대사의 핵심 사건과 인물들의 부침이 모두 그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일제 패망 뒤 우리나라는 당연히 일제에 빌붙어 동족을 도탄으로 몰아가는 데 협력한 부역자들(친일파)을 어떤 형태로든 평가·정리하고(그것이 반드시 피비린내 진동하는 유혈 청산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새 나라는 새로운 인적·물적 토대 위에 건설됐어야 했다. 그러나 일제 패전 직후 움츠렸던 친일파들은 점령군으로 온 미군, 거기에 편승한 이승만과 우파 한민당 그리고 그들이 내세운 반공주의를 기사회생의 신분세탁 기회로 활용해 분단체제 위에 선 국가를 다시 장악했다. 한국 현대사는 거기서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와 저항, 촛불혁명에 이르는 현대사의 모든 과정이 친일파-미국이 만들고 보호한 독점적 권력의 경계면을 따라 전개됐다. 그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친일파와 미국의 개입(간섭)을 청산하고 극복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완수하지 못한 역사적 과제다. 이른바 ‘건국절’이나 ‘뉴라이트’, ‘역사 수정주의’ ‘일본군 성노예(과거사)’ 등과 관련한 우리 사회 논란들도 그 경계면을 기준으로 재배열해서 보면 논점이 선명해진다.


이 책은 그런 관점으로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분명하고 유용한 사실과 해석을 제공한다. 제목에서 강조했듯이 사진과 그림들을 대거 활용하고, 주요 사건과 인물 해설을 칼럼식 액자로 보완하여 책은 재미있고 읽기도 쉽다. 사진과 그림을 많이 썼으니 본 내용엔 소홀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기우다. 한국 현대사 박사 학위 1호 연구자의 현대사 개설서는 본 내용도 매우 충실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한국전쟁의 기원』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자동 옮김, 일월서각, 1986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이성과힘, 2000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이삼성 지음, 한길사, 2009







한승동 - 저널리스트



1988년 창간 때부터 30년 간 한겨레에서 기자로 일한 뒤 2017년 정년퇴임해, 지금은 출판과 번역 일을 하면서 여러 매체에 부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한겨레 기자 시절 쓴 글들을 엮어 『대한민국 걷어차기』『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를 펴냈으며, 10여 권의 번역서를 냈다. 번역서로는 『멜트 다운』『속담 인류학』『나의 서양음악 순례』『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인간폭력의 기원』『짧게 쓴 프랑스혁명사』『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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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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