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보기

경기문화재단

동양철학이 무엇인가에 답하다

인문 분야 『동양철학 에세이』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양철학 에세이』

김교빈 외 지음, 이부록 그림, 동녘, 2014







동양철학이 무엇인가에 답하다


김시천 -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




동양철학이란 무엇일까? 지금에 와서는 누구나 ‘동양의 철학 전통’이라 답할 수 있는 이 물음이 언제나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20세기 초 미국으로 유학했던 수많은 동아시아의 유학생들에게 “당신들에게도 철학이 있는가?”라는 물음은 비일비재했던 도발적인 물음이었다. 펑유란이 저술한 세계적인 명저 『중국철학사』는 어쩌면 그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 강했다. 이 책은 한편으로 서양의 독자를 대상으로 쓰인 책이었지만, 다른 한편 동양의 전통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동양철학에 입문하는 가장 일반적인 필독서였다.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는 중국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통해 중국철학의 독특한 성격을 이 책을 통해 드러냈다. 따라서 19세기 말 서구의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던 철학은 중국인의 정신을 특징짓는 그 무엇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책은 서양의 철학의 역사가 소크라테스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고대 중국의 공자에서 비롯하여 유가와 도가 등 다채로운 철학적 유파로 발전해 나아가는 과정을 나름대로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선구적 업적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그가 했던 작업은 ‘중국철학’이었지 ‘동양철학’은 아니었다.


20세기 내내 독자적인 동아시아의 철학사나 한국의 철학사를 정립하지 못했던 한국은 1980년대를 거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그 이전에 한국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크게 보면 조선유학을 전공하는 것과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때 동양철학의 입문서는 주로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통해 입문하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동양철학과 중국철학은 언제나 경계가 불분명하고 모호한 ‘철학’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 도올 김용옥이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을 통해, 동양을 ‘동아시아’라는 중국와 일본, 베트남 그리고 한반도를 포함하는 지리적 개념임을 명확히 밝히면서 ‘동양철학’의 지리·문화·역사적 근거는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서양의 엄격한 개념을 중시했던 한국의 분위기에서 ‘동양철학’은 그 독자적인 의미와 성격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동양의 철학 전통은 신비주의적이고 종교적인 성격이 농후한 전통으로, 철학으로 대우하기에는 미흡한 사유로 치부됐다. 그런 상황에서 1993년 처음 출간된 『동양철학 에세이』는, 동양철학은 서양철학과 달리 도를 깨우치는데 필요한 것은 지혜가 아니라 수양을 통한 덕이라 믿었으며, 춘추전국 시대에 탄생한 동양철학의 주축이 되는 사유들은 중국문화의 틀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선언한다. 이 책은 오히려 서양철학과 다름을 통해 동양철학의 근거를 마련한다.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 일군의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세상의 무질서와 대결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는데, 그 시대는 대략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히브리의 예수, 인도의 석가와 등장하던 기축 시대와 같았다. 이른바 세계 4대 성인으로 꼽히는 공자와 더불어 등장한 여러 학파의 동양철학은 그 후 2500여 년 넘도록 동양의 여러 나라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이들이 이른바 ‘제자백가’이다.


『동양철학 에세이』가 다루는 철학은 바로 제자백가의 시대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이 자연에 대한 경이나 존재의 궁극을 찾고자 했던 서양철학의 정신과 달리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삶의 문제를 둘러싸고 그에 대한 답으로서 다양한 ‘도’(道)를 추구했던 실천적 사상가들의 사유의 산물로서 ‘동양철학’을 정위한다.


공자의 장에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노자를 다룰 때에는 “인생의 보배를 간직하라”, 그리고 한비자를 소개할 때에는 “인간을 조직하고 인간을 활용하다”처럼 각각의 사상가가 주로 문제 삼았던 관심을 핵심적으로 드러내면서, 이른바 서양의 ‘철학’을 이루는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등의 문제를 그 하부에 포용하며 서술한다. 즉 동양철학이 서양철학과 ‘다름’은 이제 동양철학이 ‘철학’에 못 미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철학의 주된 특징이자 가치로 전환되는 것이다.


물론 공자의 인과 예, 정명(正名)처럼 각각의 철학자의 사상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개념들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쉬운 문장을 통해 그리고 원문에 입각하여 소개된다. 이 책의 특징은 사상이 탄생하게 된 사회·역사적 배경과 중심인물의 생애 그리고 그 사상의 핵심 주장과 당시에 그 사상이 가졌던 의미를 설명할뿐더러 오늘의 시각에서 각각의 사상이 갖는 의미와 한계와 모순을 친절하게 짚어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서술 양식은 기존에 동양철학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오해를 떨쳐내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동양철학은 뭔지 모르겠지만 신비롭고 심오하다”는 양극단의 평가를 지양하여 ‘지금 여기’의 삶에서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는 사유와 전통으로 동양철학이 자리매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총 12개의 꼭지로 유가에 속하는 공자와 맹자, 순자, 도가에 속하는 노자와 장자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2000여 년간 소외되어 왔다가 20세기 초반 이래 크게 주목을 끌기 시작한 묵자를 비롯하여 허행과 같은 농가(農家)나 명가(名家)와 같은 학파와 사상 또한 중요하게 다룬다.


더 나아가 『주역』을 다룬 꼭지에서는 “점쟁이와 철학자”라는 대비적인 용어를 통해 동양철학이 미신이거나 점치는 도구로서만 기능했던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당시의 우주론과 세계관, 더 나아가 일정한 과학성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써 미신 혹은 신비주의로 치부되었던 동양철학이 나름의 논리와 실천을 통해 중국과 동아시아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명의 토대로 기능해 왔음을 증명한 셈이다. 한편 『동양철학 에세이』는 1980년대 이후, 냉전시대 이래 서로 소통이 없었던 사회주의 중국의 학문적 성과를 나름대로 흡수하여 균형 잡힌 시각에서 동양철학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1993년 출간 이래 거의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으며 여전히 널리 읽히는 생명력은, 이 책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동양철학’을 대중적으로 소개한 책이라기보다 오히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에 이르는 시기, 한국에서 철학한다는 것의 의미와 방향이 어떤 것인지 제시하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고전’으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동양철학에세이 2』

김교빈 지음, 이부록 그림, 동녘, 2014


『동양철학의 유혹』

신정근 지음, 이학사, 2002


『동양철학 스케치』

김선희 지음, 풀빛, 2009 






김시천 -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



상지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2014년부터 고전과 인문학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인문학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제작,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철학에서 이야기로』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논어 학자들의 수다, 사람을 읽다』 등이 있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경기 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