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씨가이드 3] 여주_왕의 숲길

왕의 걸음으로 걷는 숲



‘왕의 숲길'이란 이름은 비교적 최근인 2016년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 주민이 이용하던 산길을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참고하여 관광지로 개발했다. 1688년 숙종, 1730년 영조, 1779년 정조 임금이 이곳을 행차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효종 영릉과 세종 영릉 사이 약 700m의 숲길에 이야기를 붙여 재정비한 것이다.




매표소를 지나 산길로 들어섰다. 운동화의 찍찍이를 바짝 당겨 붙이고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달리기를 한다. 내리막길을 까르륵 신나게 뛰어 내려가서는 발그레한 볼로 뒤를 돌아보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너어~ 너무 시끄럽게 해서 세종대왕님이 무덤에서 일어나시겠다.” 느긋하게 뒤따라가는 어른들이 나긋나긋하게 잔소리를 한다. 다정하게 손을 잡은 노부부도, 공놀이를 하는 남매도 있다. 




경주에서 본 고분과 같은 구조라고 생각했는데, 봉분 바로 앞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아이고 대왕님~.” 세종 영릉에 올라 잠시 볕을 쬐며 쉬고 있으니 누가 올라와서 넙죽 절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설명해줄게, 들어봐. 앞에 있는 돌 아저씨는 문신이고 그 뒤가 무신이야. 문신은 공부를 잘하고 무신은 운동을 잘해. 그런데 옛날에는 문신보다 무신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었어.” 딸의 손을 잡고 올라온 엄마는 열심히 설명한다. “문신이가 무신을 싫어했다고?” 어린 딸은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마냥 즐겁다. 세종대왕이 처음부터 이 자리에 묻힌 것은 아니었다. 서울 서초구 헌릉에 있던 영릉을 1469년에 지금의 위치로 이장했다. 서울에서 여주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행했을까. 이곳에는 세종의 왕비 소헌왕후가 함께 묻혀 있다. 조선 왕릉 최초로 한 봉우리에 두 방을 갖춘 합장릉이다. 기존 왕릉에는 난간의 돌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했는데 세종 영릉에는 이를 간소화하여 십이지를 문자로 표현했다.




효종 영릉에 갔다가 숲길을 걸어 세종 영릉으로 가는 것이 옛 임금들의 코스였다고 하지만 순서에 개의치 않아도 된다. 어질게 나라를 다스리고자 바삐 노력하던 선조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걷는 것으로 충분하다(실제로 두 임금은 과로가 병이 되어 돌아가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성이 평탄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숲길은 크게 경사가 없어 산책하듯 걷기 좋다. 오랜 세월이 비치는 나무가 덤덤히 우거진 사이로 흙길이 고르게 깔렸다. 태평성대를 누리는 백성의 마음이 되어 소박하게 도란도란 발걸음을 옮긴다.



글과 사진_조서형



TIP.

문화유적 해설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031 887 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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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형

    • 왕의 숲길

      A/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영릉로 269-50

      T/ 031 885 3123

      O/ 09:00-18:00(2-5월, 9-10월) 09:00-18:30(6-8월) 09:00-17:30(11-1월) 매주 월 휴무

      H/ sejong.cha.go.kr

      I/ 입장료 500원(만 24세 이하 및 65세 이상은 무료) 10인 이상 단체 400원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무료 개방

      P/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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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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