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무진형제 <궤적(櫃迹) The Trace of The Box>

2018-12-07 ~ 2019-01-04 /


2018 전문예술창작지원 개인전 선정 

무진형제 개인전 <궤적(櫃迹) The Trace of The Box>



궤적(櫃迹) The Trace of The Box

2018. 12. 7 - 2019. 1. 18 

아카이브 봄 (2F/3F - 서울특별시 용산구 백범로77길 24)

11:00 - 19:00(매주 월요일 휴관)

경기문화재단 후원


‘궤적(櫃迹)’은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물건이 담긴 상자를 뜻하는 ‘궤(櫃)’와 발자국이나 자취를 뜻하는 ‘적(迹)’을 합한 글자다. 무진형제의 작업에서 ‘궤(櫃)’는 모든 작업의 시작점이다. 공간박스, 책장, 상자 등 ‘궤(櫃)’는 평소 책이나 작업에 필요한 재료 등을 넣어두는 공간임과 동시에 작업을 마치면 공구와 남은 재료, 그리고 온갖 메모들이 다시 저장되는 공간이다. 작업의 시작과 끝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물리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작업은 ‘궤(櫃)’에서 발견한 ‘적(迹)’으로부터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무진형제에게 ‘적(迹)’은 누군가의 텍스트나 이미지가 주는 경외감, 의문, 낯섦 같은 것들이다. ‘궤(櫃)’에 담긴 타인의 작품으로부터 어떤 ‘적(迹)’을 찾아내면 새로운 작업이 시작되고, 그것이 또 다른 질문과 이야기가 되어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이번에 선보일 ‘궤적(櫃迹)’의 다섯 작품들은 2017년부터 작업해 왔다. 개인적으로 작업의 기반과 환경 등에 대해 돌아보며, 동시대의 지형을 탐색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평소 언론과 SNS 플랫폼 속 정보나 지식에 대한 의구심 같은 게 있었다. 한시적으로 떠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타임라인 속 내용을 중심으로 동시대의 조건을 탐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지속적인 작업도 어려울 것 같았다. 정보에만 기댄 현재의 프레임을 벗어나 좀 더 다른 시대, 다른 배경, 그리고 더 먼 거리까지 가 볼 필요가 있었다. 고전 텍스트와 이미지를 선택한 이유다. 다른 시대와의 조우 속에서 지금 우리의 시대를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싶었다.


지난 2년간 ‘궤적(櫃迹)’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작업은 고전의 이미지와 시적 언어를 통해 동시대를 탐색하는 작업이었다. 때문에 5개의 작업들 모두 과거의 시적 언어를 동시대의 여러 현장에서 풀어낸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선거 개표장, 제2롯데타워, 새벽시장, 신도시 아파트 등 익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횔덜린과 바스코 포파, 그리고 루이스 캐럴의 시를 풀어놓고 작업했다.


그 결과 무진형제는 고전 작품으로부터 동시대의 문제들을 발견하기도 했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포착해낼 수 있었다. 가령 <좋은 세상>은 횔덜린의 「빵과 포도주」로부터 궁핍한 시대의 시인이 그려낸 신성한 세계에 대한 의문을 발견하고, 이를 지난 장미대선의 개표 현장에서 풀어낸 작업이다. 개표장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다양한 정치적 견해로 갈리는 군중들과 좋은 세상에 대한 열망이 담긴 수많은 유권자의 투표용지를 담아보았다. 또한 쥘베른의 「해저 2만리」와 루이스 캐럴의 「스나크 사냥」에서는 초고층 빌딩과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포착한 이미지들과 원 텍스트를 시의 형식으로 리라이팅 한 문자 언어를 뒤섞어 써내려가기도 했다.


애초에 ‘궤적(櫃迹)’은 정답도 없고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한 작업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들은 이번 작업들을 오독의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진형제는 그 또한 5개의 작업이 제기한 의문으로 보고 함께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무진형제 또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작업을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문 속에서 시작된 작업은 끊임없이 또 다른 의문으로 이어졌다. 그러한 의문 속에서 관객들과 더 많은 언어 이미지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순식간에 생성되고 사라지는 언어 이미지 속에서 무진형제의 작업을 보며 현재의 문제들을 좀 더 긴 호흡으로 숙고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 무진형제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경기 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