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구구공방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10월 마지막주 주말 오후, 한적한 파주출판단지 99공방에서는 <나의 첫 굿즈 만들어보기> 워크샵이 열렸다. <99공방 워크샵>은 자신이 직접 만든 창작물이나 즉석에서 그려낸 이미지를 가지고 원하는 굿즈를 주문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4번에 걸쳐 엽서/포스터 만들기, 스티커 만들기, 티셔츠 만들기, 핀버튼 뱃지 만들기 행사로 진행되어 왔다. 평소에 자신만의 그림이나 이미지가 들어간 굿즈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는 무료 행사이다.


이 워크샵은 자신이 그린 그림이 삽입된 일상생활용품이나 실용품을 제작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친밀감을 키워주고자 기획된 행사로 8월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모니터링 당일은 워크샵의 마지막 날로 티셔츠와 핀버튼 뱃지 만들기가 진행되었다. 제작한 굿즈는 소량으로 제작하여 참가자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지만, 원하는 경우 대량으로 주문제작하여 택배로 받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굿즈만들기 행사 전에는 6월~8월까지 <오픈 스터디> 행사 준비와 진행으로 한 여름을 바쁘게 보냈다고 한다. 오픈 스터디는 미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모여 미술서적을 읽고 함께 스터디를 하는 행사로 한국의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미술 작품과 이론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일반인들이 재미있게 미술서적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이다.


한 달동안 4회에 걸쳐 진행된 오픈스터디에서는 매 회 미술관련 서적 한 권을 선정하여 참가자들에게 읽어 오도록 하고, 스터디 당일에는 강사로 섭외된 미술전공자가 강의와 토론을 진행해 전문적인 지식도 함께 제공하였다. 스터디나 워크샵 참가자들은 파주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오는 등 폭이 넓은 편이었다. 이는 파주출판단지 내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코스가 있는데, 거기에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SNS를 통해 모객을 하다 보니 지역을 불문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했다.


참가 연령은 초등학생부터 성인들까지 꽤 폭넓은 연령층이 함께 했으며, 직업군도 다양했다고 한다. 비록 한 번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않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과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굿즈를 직접 만들어 가지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입구를 찾기 힘든 <99공방>이라는 공간이었는데, 공장으로 보이는 다른 회사의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서야 겨우 입구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공방에 들어서니 벽면에는 작품들이 걸려있었고, 작업을 하는 도구들과 컴퓨터들이 놓여 있었다. 창가 쪽에는 소파들이 놓여 있었고, 간이침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공방 가운데 놓인 긴 탁자 위에는 오늘 워크샵에 사용될 도구들이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참가자들을 위한 음료수와 다과가 마련되어 있었다.


공방에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틀어놓은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20대로 보이는 젊은 예술가들이 행사 준비와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젊은이들의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공간에 걸맞게 젊은 청년들의 움직임이 날씨 좋은 주말 오후처럼 활기찬 느낌이었다. 묻자 하니 99공방은 홍대 회화과 동기들이 모여 함께 비용을 부담하며 사용하고 있는 스튜디오라고 했다. 평소에 모여 자유롭게 작업을 하던 중 파주출판단지의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연령과 직업 구분 없이 소통하는 장소로서 이 공간을 활용하고, 미술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미술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파주출판단지 내에 위치한 젊은 예술인의 공간을 알리고, 장기적으로 예술 공간의 거점으로서 출판단지의 발전 가능성을 홍보하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6월부터 진행된 행사는 10월 마지막주까지 꽤 긴 여정을 걸어왔는데, 젊은이들이 주말마다 이 곳에 나와 함께 오픈스터디와 굿즈만들기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행사를 마지막으로 워크샵까지 잘 마무리하고 나면, 이후에는 책자 발간과 아트 플리마켓을 또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여러 행사들을 기획중이라고 하니, 파주출판단지 한 켠에서 목격한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꿈이 가을 하늘만큼 높고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 기분 좋은 가을 주말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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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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