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무용극 '갑옷을 입었어도 아프다'

2019-10-23 ~ 2019-10-23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무용극 ‘갑옷을 입었어도 아프다’는 창작그룹 생각나무툴이 주최하고 가평문화창작공간 얼쑤공장에서 주관한 공연으로, 가평 지역 예술계에 종의 다양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주관처에 의해 ‘얼쑤공장 월간연극/10월호’이라는 큰 타이틀로 개최되었으며, 사전 공연으로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청년연극단 쥬네스의 ‘뮤직드라마 카페 쥬네스’가 함께 진행되었다.행사 홍보가 매우 다각적인 방법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진 점이 돋보였다. 얼쑤공장은 가평군에서 주민들의 문화복지를 위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평군청에서 군내 주요 장소에 행사 홍보를 위한 현수막을 여러 개 설치했고, 문화창작공간 얼쑤공장의 블로그에 공연 홍보글을 실었으며, 얼쑤공장의 기존 관람객들에게 SMS로 행사 소식을 공지하였다. 다만, 얼쑤공장 건물 주변에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얼쑤공장 현판이 건물 꼭대기에 붙어있는데다 건물 주변이 다소 어두워서 초행인 사람은 한 번에 공연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트여진 공간이었고 출입문 방향에 단을 쌓아 객석을 유동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행사 당일에는 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객석이 마련되었고, 공연 시작 시에는 자리가 드문드문 비어 있었지만 사전공연이 끝나고 본 공연이 시작될 시점에는 자리가 없어 서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일 저녁 공연임에도 관객의 30% 정도가 어린이들이었고 전체 관객의 30% 정도는 청년 쥬네스의 가족 또는 지인들로 보였다. 공연은 무용, 연극, 영상이 복합된 비언어극(넌버벌극)을 표방한 만큼,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었고 배우 네 명의 연기도 훌륭했다. 반면, 작품의 내용이 다소 난해했고 중간 중간 나비가 날아다니는 영상이 지나치게 길게 반복되어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본래 기획했던 작품 내용은 “자신을 나약함을 무장으로 해결하려는 기사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무장을 더한다. 애초엔 첫눈에 반한 여인에게 짝사랑의 감정이 생겨 부끄러움에 자신을 감추기 위해 투구를 썼고 다음엔 그 여인을 도우려다가 발생한 팔과 다리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보호대를 했고, 그 다음엔 그 여인을 위해 싸우려다가 받은 고통에 대해 몸통을 보호하기 위해 갑옷을 입었다. 그래도 자신이 약하다고 느낀 기사는 더한 용기와 전투력을 위해 무기를 손에 들었다. 하지만 투구의 보호대와 갑옷은 그를 둔하게 만들었고 불안을 느낀 그는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더 크고 무거운 무기들을 몸에 차고 걸치게 된다. 결국 그의 모습은 무장들 속에 사라져버린다. 그는 맨몸으로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이었으나, 이러한 스토리라인이나 메시지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에 대표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본 공연의 핵심은 ‘갑옷’인데, 이 갑옷을 입고 현대무용을 하고 또 극중에서 갑옷을 부분적으로 벗고 입고 할 수 있도록 갑옷을 제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갑옷을 계획했던 그대로 구현하지 못함에 따라 스토리를 바꿀 수밖에 없었고, 꿈을 꿀 때 맥락 없는 이야기들이 뒤섞여 나오는 것처럼 극의 내용도 일관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가기보다는 맥락 없이 다양한 상황들을 표현하는 것으로 구성했으며, 갑옷을 입고 벗는 시간이 오래 걸려 나비가 날아다니는 영상도 길게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변경된 공연 내용은 얼쑤공장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었다. “우린 누구나 무장을 하고 전투 속에 살아가고 있다. 몽환적 분위기로 풀어낸 우리 내면의 씁쓸한 풍경 속을 갑옷 입은 기사와 함께 여행한다. 캠핑 카라반을 배경으로 불안한 소녀와 조심하는 남자와 바쁜 남자의 일상이 서로 가까웠다 멀어지는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이들 사이에 광대가 끼어들어 그들의 일을 방해하기도 도와주기도 하며 재미를 느끼다가 이내 반복되는 일에 실증을 느끼는 광대가 그들의 시간을 멈추고 그들을 카라반 안으로 한명씩 이끈다. 카라반에 연기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나비가 등장하며 이상한 여행이 시작된다.” 현장에서 리플릿이나 팸플릿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공연에 대한 정보는 얼쑤공장 블로그에서만 찾아 볼 수 있었다.


관객들은 사회자(얼쑤공장 소속)의 소개로써만 공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꿈을 꿀 때 맥락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처럼 꿈같은 공연이 펼쳐질 것이고 배우들은 아주아주 실력 있고 유명한 분들’이라는 간략한 소개였다. 공연이 끝나고 몇몇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대부분 “난해하다”는 평이었고, 한 중년 여성관객은 “영상으로 나비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장자의 호접지몽과 연관 지어 해석보고자 했으나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고,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봤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관객의 말처럼 해석은 관객들의 몫이겠지만 최소한 관객들의 관람을 도와줄 공연팸플릿 정도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특히 배우들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는데, 네 명의 배우 중 갑옷을 입은 기사 역할을 한 배우는 유명한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라는 것을 공연이 끝난 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관객들도 배우들에 대한 정보를 좀더 알고 공연을 봤다면, 본 공연에 대해 이해는 못했을지라도 보다 값진 경험으로 기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공연은 지역 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소재와 형식이라는 점에서 “가평 지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 공연단체들과는 차별된, 시대적 흐름에 걸맞는 예술적 체험 기회를 만들고자”했던 기획 의도를 충분히 달성했으며, 가평 주민의 문화 향유에 있어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글쓴이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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