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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

[생활문화취재단] 동두천문화원 행사 모니터링

2019-11-16 ~ 2019-11-16 / 2019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살롱어워드”

2019 동두천 생활문화플랫폼축제 ASKING CITY




동두천이다.

동두천하면 여전히 미군부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오래 전 그저 한적한 농촌마을이었던 동두천은 6.25전쟁 때 미보병 7사단이 주둔하면서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되는 도시가 되었다. 기지촌을 중심으로 활성화되면서 인구가 늘어나며 도시로서의 역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미군부대가 철수하면서 도시는 후퇴하게 되었고 전쟁과 미군 주둔이 남긴 어두운 상처와 기억을 남기기도 했다. 놀이터보다는 술집과 바리케이트가 더 많았고 혼혈 한인들이 태어나기도 했다. 6.25 전쟁 또는 현재 군사지역에 해당되는 경기 북부의 지역 중 꽤 많은 곳이 지금까지도 과거의 시간 속으로 저당 잡혀 있는 듯하다.

2019년 11월 여전히 인구 10만 수준을 오르내리는 동두천의 일상은 어떠할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청년과 십대들의 문화와 욕망은 어떠할까? 여느 소도시와 같이 서울이나 대도시로의 탈출을 꿈꾸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을까?  

동두천의 총체적인 환경과 조건만을 보자면 동두천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상상하기는 어렵다. 문화나 예술과 관련한 공공시설이나 공공단체도 많지 않으며 민간단체나 활동 역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나마 동두천문화원, 동두천생활문화센터, 평생교육원(아름다운문화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정도이며 문화예술과 관련한 토대와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항이다.


그럼에도 그곳 동두천에는 살아온 역사와 사건과 일상들이 묻어 있는 이야기와 공간이 존재할 것이다. 문화나 예술이라는 거창한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동두천만의 그 무엇들은 존재할 것이다. 동두천을 사랑하는 문화기획자(이강석, 남상미, 이경렬, 서현식, 문두래, 문선정, 최지호)들이 엮은 ‘錄(녹)슨 동두천, 남겨진 동두천을 기록하다’에서는 동두천에서 사라진 것과 사라지지 않은 것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살아 숨 쉬고 있는 동두천을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오래된 식당과 서점과 가게들,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 동두천의 시뮬라스크 등은 동두천의 생명력이기도 하다. 과거 시점으로 저당 잡힌 동두천이 아닌 지내온 시간과 지내야 할 시간을 연결하려는 사람들이 마땅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동두천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2018년부터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의 중심에 서 있다.

18년도에 이어 19년도에도 이어가고 있는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은 나름 거대한 꿈을 그리고 있지만 이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소박하면서도 단단해 보인다.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의 동력으로 사람(발굴, 성장, 연결)을 중심으로 하는 열악한 토대와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의지와 시도 역시 단단하다.


특히 2019년 올해 사업의 중심은 사람과 사람, 관계와 관계, 문화적 행위와 행위를 연결하는 ‘살롱 프로젝트’이었다. 제대로 하는 생활문화 활동이 그렇듯이 특별함이 없어 보이는 책, 문학, 음악, 동요라는 4개의 키워드로 생활 속의 욕망과 동기와 자극들을 차분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활동에 연결되었거나 기존 문화기획에 대한 욕망이나 경험이 있는 청년과 주민을 중심으로 6명의 기획집단(생활문화디자이너)을 꾸렸고 본 사업의 총괄 기획자(최지호), 실무 기획자(서희은)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각 기획자들은 자신이 욕망과 동기로 책, 문학, 음악, 동요 중 하나를 선택하여 스스로 기획을 하고 함께 할 기획자나 강사를 연결하고 또 그 과정에 함께 할 주민들을 찾아내고 연결하고 모아 내는 과정을 만들어왔다. 책이나 음악과 관련한 주민 공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체험하고 끝나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 사람, 관계, 행위, 동기, 나눔과 연결된 기획과 과정에 집중하려는 의지와 태도들이 느껴졌다.

여전히 생활문화를 명쾌하게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생활문화가 단순한 동아리를 만들고 지원하는 것 또는 일시적인 프로그램이나 축제 등의 행사에 중심을 두는 것 등과는 저 반대편에 서 있어야 함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동두천의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은 생활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흐름으로 차근차근 쌓여지고 만들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1월 16일 토요일 저녁 동두천 생활문화센터의 아담한 홀에서는 아주 특별하고 재미나는 시상식이 열렸다. “살롱 어워드‘ 제목처럼 일반적인 성과공유회나 발표회처럼 공연이나 뽐내기가 아닌 올 해 생활문화플랫폼 활동에 함께 했던 모든 주체(기획자, 참여강사, 참여자 등)를 초대하여 그들 모두에게 상을 주는 시간이었다. 보통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의 발표나 축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장소도 넓지 않았고 함께 한 사람들도 30명 남짓 소박했지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님을 누구든 직감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기획자도 상을 받고, 함께 한 강사도 상을 받고, 심지어 각 살롱에 함께 한 주민과 아이들까지 모두가 상을 받았다. 상의 이름도 재미있다. ‘동아줄을 타고 올라 간 해님 상, ’따복 문학상‘, ‘존레논이 좋아할 거야 상’, 사롱음악 황금가족 상‘ 등 각자의 과정과 개성을 담은 이름이었고 아쉬움에 대한 응원과 격려를 담은 보이지 않는 배려와 애정이 담긴 상이었다. 그곳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상을 받는 자리었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고 자신들의 창작 시와 글로 동요를 만든 아이들의 공연에는 작은 감동까지 전해졌다. 몇몇의 잘난 기획자만이 주인공이 되어 박수를 받는 자리가 아닌 함께 모든 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린 시간이었다.


살롱 어워드에서는 각 살롱의 과정과 이야기들도 함께 전해졌다. ‘책-살롱’에서는 각자의 창작 소설을 엮어 책으로 출판을 했다. 놀라운 것은 작가도 아니고 책을 내본 적도 없는 일반 주민들의 글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A4 용지를 묶어버린 것이 아닌 편집과 구성을 담아 멋진 책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번 사업에 아지트로 활용되었던 ‘코너스쿨 서점’에서 판매가 되는 공식 출판물이었다.

그 외 소요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창작동요를 선사했던 ‘동요-살롱’, 동두천 출신의 작가를 초대하여 진한 문학의 이야기를 나눈 ‘문학-살롱’, 내 삶 속의 음악을 나누며 동네의 카페까지 연결했던 ‘음악-살롱’이 각자의 일상 속에서 진한 문화의 향기를 담았다.


올해 진행되었던 과정들과 ‘살롱 어워드’를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동두천이 기대해볼 만한 또 다른 문화의 발견과 가능성들이 보이는 듯하다. 뚝심 있게 본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며 자발적 동력을 만들어가 있는 총괄 기획자(최지호)가 그렇고 작년 사업에 참여했던 계기로 올해는 기획자로서 당찬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실무 기획자(서희은) 그리고 각 살롱을 기획하고 진행해온 6명의 생활문화디자이너(구하운, 김성은, 양지윤, 이강석, 이영란, 이경렬)들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에너지가 그러하다. 거기에 올해 과정에 참여했던 주민들 역시 수동적 참여자가 아닌 생활문화의 당당한 주인공으로서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살롱 어워드’에서의 느낌이 너무 좋았었나? 
올해 과정에서 느껴졌던 작은 오류 또는 아쉬움도 분명 있었지만 굳이 들어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객관적인 또는 주관적인 타자의 시선과 판단만큼 그들 스스로 부족함과 충만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기에...

※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안내(하단 링크 참조)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작 성 자 : 심한기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컨설턴트)

○ 소 속 :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센터장           


생활문화 취재단은 '경기생활문화플랫폼'과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의 사업 현장을

취재하여 경기도내 생활문화 현장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전달 및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