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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삶 안녕한가요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16_가수 유 열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은 유례없는 팬데믹(pandemic) 시대, 어려움에 처한 문화예술계를 묵묵히 지켜온 작가들의 눈으로 코로나19를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17명의 예술가가 바라본 코로나19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을 통해 일상 속에 새겨진 코로나19의 아픈 흔적을 함께 나누고 치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며, 나아가 상처를 회복하고 포스트코로나를 향해 한 발짝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은 7월 24일(금)부터 8월 28일(금)까지 매주 월,수,금요일 지지씨(ggc.ggcf.kr)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대의 삶 안녕한가요



유 열(가수)



안녕하신가요?

요즘 이 인사가 참 의미심장하죠?

코로나 상황 이후 ‘안녕하시죠?’는 많은 화두를 던집니다.


그대의 건강 안녕한가요?

그대의 삶 안녕한가요?

그대의 가족과의 관계는 안녕한가요?

그대의 사회와의 관계는 안녕한가요? 


언젠가부터 내가 선택한 인생인 줄 알았는데 그 인생에 얽매이고, 이끌려온 삶이었구나 싶습니다. 격리된 환경 속에 비로소 모든 걸 돌아보게 됩니다. 아니. 신께서 돌아보게 하십니다. 모든 관계에 대한 질문! 돌아보니 ‘참 많이 까불었구나’ 싶습니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적당히 열심히, 적당히 착한 삶으로 두껍게 메이크업하며 지냈었구나.. 이제서야 민낯을 봅니다.


사람에 대한 욕심, 일에 대한 욕심, 관계에 대한 욕심은 많았으나 어설픈 판단이 많았고, 진정함과 사랑이 빠졌었던 시간과 관계가 많았구나.. 내 아픔, 내 어려움만 보고 자기연민, 자기 위안으로 이기적이었던 시간, 방황했던 시간이 부끄럽습니다. 진정하지 못했던 시간, 진정하지 못했던 인연들에 깊은 후회와 용서를 구합니다.


내가 자유롭게 숨 쉬고, 가족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구나.. 신의 선물이자 삶의 숙제였구나. 함께 많이 붙어있으면서.. 가족 앞에서 부족한 내가 거울처럼 비춰지고 아이와 아내와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동안 참 감사하고 귀한 인연들을 내 삶에 부어주셨구나’ 하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세상의 많은 인연들.. 삶의 고비마다, 아니 쭉 참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분명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런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나’라는 짙은 색안경에 어두워 놓치고, 흘려보낸 인연들,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부끄럽습니다. 가슴 아픕니다.


20대 중후반쯤 대학가요제 대상 이후 꽃길을 걸을 때. 후회 없는 삶, 늘 긍정적인 삶을 꿈꾸고 장담했었는데 참 교만이었습니다. 모든 관계에 대한 질문의 근원으로 돌아가 봅니다.


나는 어디서 왔을까?

나의 삶은 왜 주어졌을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와 가족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가?

나와 이웃, 사회는 어떻게 연결되어있는가?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세상과 하나님 사이를 오가는 엉터리 양다리 크리스천이었습니다. 일요일이면 교회 가서 예배하고, 내 어려운 일 기도하고, 평일이면 어느새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서 일 벌이고, 저지르고, 수습하고 내 욕심 제어 못 했던 엉터리 신자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2~3년 하나님께서 이렇게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열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신께서 내게 물으시는 것.

‘관계의 회복’입니다.


먼저 신과의 관계.

그분을 진정 믿는다면, 내 삶 가운데 늘 그분이 함께하심을 알아야 합니다. 또 늘 그분 앞에서처럼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선물임이, 은혜임이 깨달아집니다. 때로 고단한 시간도 나를 다듬고, 성장시키는 사랑의 매의 시간임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꿈꿀 수 있습니다. 시선을 들어 그분을 바라보고 뜻을 구하는 삶을 꿈꿉니다.


두 번째, 사람들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이 땅에 우리를 태어나게 하신 의미는 무엇일까요? 진정함으로 관계하라고, 사랑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아름다움을 보고, 귀하게 여기고, 관계를 즐기고, 돕고, 사랑하라고. 용서하라고, 용서를 구하라고, 나누라고, 베풀라고 하십니다. 이기심, 욕심, 아집을 내려놓고, 편짜서 편끼리만 위로하고 의지하는 것을 넘어서라고 하십니다.


‘내가 옳다’로 피곤하고, 아프고, 지칠 대로 지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수많은 나라의 모습입니다. 존중, 사랑이란 단어는 있되 진정함이 빠진 모든 관계를 돌아보라고 하십니다. 모든 관계를 돌아봄, 그리고 다시 세움.


그런데 그렇게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깊이 아파하고, 용서를 구하고 다짐하고 실천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주시는 게 아닐까요? 요구하시는 게 아닐까요?


코로나 앞에 모두가 평등하고

코로나 앞에 모두가 두려워 합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다른 이의 문제, 누군가의 할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를 그분이 일으키신 건 아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분명 ‘다시 돌이키라’는 하늘의 메시지를 우리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수년 전, 캐나다의 어느 국립공원 입구에서 보았던 환경 포스터의 문구가 떠오릅니다. 아이를 무등태운 아빠의 모습이, 속은 비어있고 바깥 가장자리만 흰 선으로 그려져 청정한 녹색 숲에 겹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귀 “We are all connected.”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습니다.

실감하시나요?

나와 너, 우리와 다음 세대, 또 우리와 함께하는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나와 우리, 지구의 모든 관계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 기도합니다.



[작가 소개] _  유 열



작가 소개 _ 유 열


가수. 1986년 대학가요제에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로 대상을 수상하며 음악계에 데뷔했고, ‘이별이래’, ‘가을비’, ‘화려한 날은 가고’, ‘사랑의 찬가’, ‘내 하나뿐인 그대’ 등을 발표했다. 또, 1994년부터 2007년까지 KBS2 FM <유열의 음악앨범> DJ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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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 2020 ggc special feature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

    기간/ 2020.07.24(금) ~ 2020.08.28(금)

    참여필진/ 박준, 이억배, 안대근, 사이다, 스튜디오 김가든, 이소영, 김정헌, 계수정, 안상수. 한수희, 원일, 장석, 강은일, 허남웅, 김영화, 김도균, 유열

    책임기획/ 노채린(경기문화재단), 김채은(어라운드)

    기획총괄/ 황록주(경기문화재단 통합홍보팀장)

    제공/ 경기문화재단 지지씨, <예술백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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