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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정성스런 바느질로 일궈온 40년, 경기도 최초 한복분야 대한민국명장 이윤숙

경기학광장Vol.3 _ People & Life

< 한 땀 한 땀 정성스런 바느질로 일궈온 40년, 경기도 최초

한복분야 대한민국명장 이윤숙 >


- 경기학광장Vol.3 _ People & Life -



경기학광장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경기학광장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 바로 백과사전에서 풀이한 한복의 정의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전통 의상 한복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복이 처음 생긴 때는 약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복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은 삼국 시대의 한 벽화와 유물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이 한복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경기도 최초 한복분야 대한민국명장 이윤숙 장인.

지난해 9월, 이윤숙 대표는 한복 분야에서 인정받는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명장이란 산업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22개 분야 96개 직종의 산업 현장에 장기간 종사하며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대상으로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 규정에 의해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사람을 말한다.
국민에게 산업에 필요한 숙련기술의 습득을 장려하고 숙련기술의 향상을 촉진하는 동시에 숙련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임으로써 숙련기술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 시키고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선정은 직종별 신청자 중에서 서류검토 결과에 따라 현장실사를 거쳐 면접을 통해 대한민국명장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한다.
이윤숙 대표는 이러한 까다로운 선정 기준을 통과하고 경기도 최초 한복 명장으로 선정돼 더욱 의미가 깊다.
명장으로 선정된 이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백저포

주름을 손바느질로 한올한올 잡았다.

손 바느질로 살아온 한복 장인 이윤숙

이윤숙 명장(이윤숙한옷 대표)은 23살에 한복 만들기를 시작한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복과 함께 해오고 있다.
“어릴 적 동네 사람들이 명절이나 잔치 자리를 빛내줄 옷이 필요할 때는 친할머니와 어머니를 찾아왔다”면서 자신에게 손수 만들어 주신 색동저고리를 그는 기억하고 있다.
예쁜 색동저고리를 입고 즐거워 했던 그의 추억은 성인되어서 한복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그는 이러한 마음을 아버지에게 표현했다. 1980년 당시 그의 아버지는 7남매 가운데 장녀인 이윤숙 명장이 공부를 더 했으면 하는 마음이 늘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복을 배우고 싶다는 말에 ‘평생 기술로 손색이 없다’며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렇게 이윤숙 명장은 효자동에 있는 한복학원에 등록을 했고 12년동안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인 박선영 선생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 세월이 어느덧 40여년이 흘렀다.
이윤숙 명장은 지금도 한 땀 한 땀 정성스런 바느질로 한복을 만들고 있다. 투박해 보이는 가위로 옷감을 자르고 바느질을 하고 다리미로 주름을 핀다. 그가 한 벌의 한복을 완성하기까지는 대부분 수작업이다. 또 일부분 미싱으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서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의 한복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이윤숙 명장이 운영하는 한복집의 이름은 ‘이윤숙 한옷’이다. 단순 한복이 아닌 ‘우리의 옷’, ‘한국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미를 더하기 위해 ‘한옷’이라고 지었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속 인물들 복식을 재헌하기도 했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윤숙 한옷

이윤숙 명장이 운영하는 ‘이윤숙한옷’에서는 명절이나 잔치, 행사때 입는 단순 예절복만 만들지 않는다. 그는 전통 한복부터 생활 한복, 규방공예에 이르기까지 바느질이 들어가는 다양한 작품 세계 를 보이고 있다. 현대인의 체형에 맞는 자연스러운 한복을 비롯해 청바지나 미니스커트에도 어울리는 모던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전통적인 요소를 너무 현대화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바느질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역사 속 복식한복을 재현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고려시대 사람들이 즐겨 입던 백저포를 허리부분에 일일이 바느질로 주릅잡는 것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 3년만에 완성해 냈다. 그 결과로 2004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한복 부분 최고의 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후 안산에 거주하는 이윤숙 명장은 지난해 안산시 최초 도서관인 관산도서관 개관 25주년 기념행사에서 단원 김홍도 그림 속 복식을 재현해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2007년에는 ‘이윤숙이 만난 김홍도’라는 주제로 단원 김홍도의 그림속 인물들이 입었던 옷을 그림과 문헌, 1700년대 출품 유물까지 연구하며 복식을 재현했다.
그는 “안산은 김홍도 선생의 고향이다. 단원 김홍도 선생의 그림 속에 있는 인물이 입고 있는 우리 옷을 재연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면서 “고증을 통해 당시 복식을 재현한 것은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윤숙 명장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속 우리 옷 만들기 주제로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2014년 안산시 여성비전센터 개관 20주년을 맞아 그가 개인적 으로 10여년동안 제작하고 소장해 온 전통복식 70여점을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윤숙 명장은 그때를 기억하며 “일반인들에게 가르쳤던 내용을 시대별로 전시해 우리 전통복식에 대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전통 복식에 대한 시대적 변천사와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전시회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한복쇼를 진행하며 전 세계에 한복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노력해 왔다.
그는 “외국에 가서 패션쇼를 하면 외국 사람들이 더 많이 좋아한다”면서 “우리 옷(한복)이 밖(해외)에 나가면 더 예뻐진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앞으로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윤숙 명장은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문화가족7쌍 혼례복 제작 착용기념

배움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것, 한복공부

이윤숙 명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배움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복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20대부터 배우기 시작한 한복 바느질은 한때 생계의 수단으로 밤샘 바느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삶은 한 바늘 한 바늘 한복을 짓듯 공부로 삶을 지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윤숙 명장은 삶 가운데서 자녀 낳은 것, 한복 일 한 것과 공부한 것 이 세가지를 스스로 가장 잘 한 것으로 꼽는다.
이윤숙 명장이 결혼할 당시 여성은 결혼을 하게 되면 직장생활을 못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결혼을 해서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찾던 중 한복기술을 더 배우게 되었다.
어릴 적 바느질 솜씨가 좋았다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보고 자랐던 그는 한복이 더 친근감이 느껴졌고 그래서 바느질도 쉽게 배웠다.
다양한 한복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힘들었던 세월도 부족해 47세의 나이로 방송대학에 진학을 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늦은 공부를 다시 시작한 그는 공부의 소중함을 깨달았기에 더욱 열심히 배웠다. 공부한 뒤로 더 자신감도 생기고 그런 자신에게 기특하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삶의 의욕을 돋우는 데는 공부만한 것이 없다고 했던가. 뒤늦게 하게 된 공부가 쉬운 것만은 아니였다. 처음엔 무조건 외우려고 했지만 요령이 생겼다. 학교에서 배운 요점 정리를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일을 하면서도 수시로 듣고 또 들으며 공부를 했다.
하나의 기술이 축적되고 노하우가 습득된다는 건 끊임없이 성실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배운 전문기술을 이윤숙 명장은 그대로 품고 있지 않았다. 하나씩 터득한 전문기술들을 후배들에게 가르칠 때 그는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아직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공부할 때 우리는 탄탄한 삶을 누린다. 한복일을 하면서 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공부의 욕심을 낸 것은 47세였다.
이윤숙 명장은 “오늘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늦게 시작해도 자기가 알려고 하는 만큼 알수 있는 것같아서 더 좋았다”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가 열심히 살고 싶다는 그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늙어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공부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에서 명장공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패선쇼를 개최하기로 했다.


다문화 이주여성들에게 한복을 가르치는 이윤숙 명장

배움을 너머 가르침으로 세계에 나가는 한복


지난해 경기도에서 최초로 한복분야 대한민국명장에 선정됐다.
명장 이후 그의 삶은 변화가 있었을까?
명장이 되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공부도 하고 노력도 해 좋은 결과가 생겨서 너무 좋았던 이윤숙 명장.
앞으로도 한국을 알리는 일을 더 많이 하라는 사명감으로 받아들였던 명장의 자리.
한 해 동안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80년대 안산으로 이사왔을 당시 한복은 사양 산업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복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유전이라고 했던가. 할머니와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한복집을 운영하면서도 바느질 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가르쳤다.
그렇게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안산여성비전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지금도 자기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나.
2019년 교육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명장공방 지원사업에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패션디자인과에서 한복분야로 지원해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신규학교로 선정됐다. 이윤숙 명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와 인연은 2011년 교내 ‘한옷동아리’ 학생들을 재능기부로 지도하면서부터다. 이윤숙 명장의 지도 아래 패션디자인 학생들이 전국 공모전 등에 출전해 대상부터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전통문화 관련학과에 진학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올 한해 이 지원사업을 통해 이윤숙 명장은 한복생산 분야기술을 전수받고 한복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는 성과 등을 통해 학생들 에게 양질의 취업과 전통섬유분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진로상담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방지원사업을 마무리하며 학생들의 수업결과를 공개 하는 발표회와 함께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산시근로자복지회관에서 근로자들을 우리 옷 바느질을 가르치고 있으며 안산대한적십자회에서 다문화 여성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한복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이윤숙 명장은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에서는 패션디자인학과와 한복동아리가 있어서 예비 입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할만큼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그동안의 보람을 헛되지 않았다”면서 “매주 이틀은 강의를 하느라 ‘이윤숙한옷’ 매장을 종일 비워두는데 손님들이 이해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바느질 기법 정리해 책으로도 출간


이윤숙 명장을 바느질하면서 한복을 어떻게 하면 전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35년간 익힌 바느질 기법을 정리해 체계적으로 엮어 책을 출판했다.
2013년 서양 옷에 가려 빛을 잃어가는 우리 옷의 우수성을 알리고 우리 옷을 통해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담아 초보자를 위한 ‘한복 바느질 공예 디자인 남자한복만들기 여자한복 만들기’ 2권과 고급과정인 ‘한복만들기 매뉴얼북’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기초적인 남녀한복 짓기의 작업 과정을 사진과 함께 저술했다. 지난해에는 전통 바느질 공예 디자인 ‘혼례복 & 혼례보자기’ 등을 출간했다. 뿐만 아니라 출강하는 한국 방송통신대학교 의상학과 교재집필에도 참여했다.

한복의 아름다움 널리 알리고 싶다


한복에 관하여 어린이옷부터 평상복, 예복, 혼례복, 속옷, 궁중복 등 다양한 남녀한복을 만들 수 있는 이윤숙 명장은 누구든지 한복을 입어보고 만들어보고 한복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는 명장 선정 이후에도 일상으로 돌아와 한복 공부, 생활한복 디자인 개발, 집필 작업을 비롯해 대외 활동을 통한 한복 알리기, 학생들과 일반인 대상 후진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한복이 얼마나 아름답고 편한 옷인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회와 한복 패션쇼 등을 통해 다양한 한복을 선보임으로 한복을 알리고 보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많은 대학에서 한복과 관련된 학과들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한복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생겨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고등학교 한복 동아리 지도나 다양한 한복 지도 봉사활동을 통해서 한복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걱정 없이 한복을 배울 수 있도록 힘을 다하고 싶다.”고 한복 전수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윤숙 명장은 한국 복식 생활사 체험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누구든지 한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한복을 입어보고 만들어 보고, 한복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한복제작 기술전수와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인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복이 왜 좋은지에 대한 물음에 “한복을 입으면 자세가 바르게 된다. 그래서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된다”면서 “오늘날 활발하고 활동적인 옷도 좋지만 우리 옷을 입고 정적이고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고 우리 한복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윤숙 대표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이윤숙 한옷’을 운영한다. 한복이 아닌 한옷이란 명칭을 사용하는데, ‘우리 옷’,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는 옷’ 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한옷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글 이형찬

홍익대학원 국어교육과를 마치고 20여년 주간신문 및 인터넷신문 언론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화성시에 기반을 둔 주간신문 화성저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산효대학원 대학교에서 한국의 효문화를 연구하는 효문화학과 다문화학을 전공하고 경기학연구자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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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 경기학광장 Vol.3 _ 2019 겨울호

    발행처/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

    발행인/ 강헌

    기획/ 이지훈, 김성태

    발행일/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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