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한국의 발견-경기도-』(뿌리깊은 나무, 1983) 경기도란 무엇인가?

경기학광장Vol.3 _ Column & Study

< 『한국의 발견-경기도-』(뿌리깊은 나무, 1983) 경기도란 무엇인가? >


- 경기학광장Vol.3 _ Column & Study -



경기학광장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경기학광장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때로 어떤 대상의 정체가 궁금할 때 총체적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그 질문의 형태가 영어 ‘What’으로 시작한다. 비근한 예가 ‘역사란 무엇인가?’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도에 관하여 총체적인 의문이 생긴다면 ‘경기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관하여 내가 꼭 권하고 싶은 서적이 있다. 바로 『한국의 발견-경기도-』(뿌리깊은나무, 1983)이다.
이 책은 한국이라는 대상을 각 도 단위로 구분하여 기획된 책이므로 어느 도에도 해당이 된다. 각 책마다 총론과 각론 격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총론 격인 1부에서는 경기도를 하나의 단위로 특성을 파악하였고, 각론 격인 2부에서는 경기도 내의 각 시·군의 특성들을 차별화하여 서술하고 있다. 지역적 특색에서 역사·문화를 비롯하여 민속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다루고 있다. 어느 책을 집더라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편집도 큰 장점이다. 1983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벌써 30년이 된 현대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편에 하남시와 일산시 등이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은 당시에는 없었던 행정지역이기 때문이다. 급변한 경기도의 최근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수원의 아낙

경기도란 무엇인가?

1부에는 경기도라는 광역의 상황과 특성을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의 수록 내용을 [표]로 정리해 본다.


경기도의 자연 환경에서부터 민속·언어에 이르기까지 총론 격으로 서술하였다. 필자들도 지금은 이제 그 분야에서 레전드급이라고 할만한 석학들이시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부제이다. 각 분야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리하였다. 경기도의 자연환경을 ‘어울림이 구성진’이라는 한마디로 함축하였다. 경기도의 자연환경이 다양하면서도 잘 조화가 되어 있다는 표현이다.
경기도의 역사에 대해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변천사를 정리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는 DMZ 이북의 경기도는 다루지 않았다. 임진강과 예성강을 흐르는 경기도의 역사가 무성한데, 아쉽게도 한강을 중심으로 다룰 수 밖에 없었다. 임진강에 대해서만 선조의 피난, 소현세자의 피납, 남과 북의 분단 등 어두운 역사의 일면만을 소개하고 있다. 한강이라는 강을 역사의 흐름에 비유한 깊은 뜻을 살펴 볼 수 있다. 경기도의 물질적 삶에 관해서는 서울과의 차별화에서 특성을 찾고 있다. 경기도의 문화와 생활사는 경기도는 하나이면서 각 시와 군이 각각 자기 나름대로의 향기를 품고 있다고 특성화를 하였다.
특히 경기도민의 언어생활을 천년의 역사를 가진 ‘표준 방언’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천년 이상의 방언으로서 중앙어로서의 방언이면서 표준어라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내의 지역적 차이도 눈여겨 보고 있다. 서쪽의 강화도와 동쪽의 양평은 농업이 주업이면서도 언어나 생활 습관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 북쪽의 연천과 남쪽의 안성도 또한 마찬가지라는 차별화 현상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대형사진관

동서남북이 저마다 다른 경기도의 시와 군



경기도의 각 지역들인 시와 군은 저마다 특성을 갖는다. 이 책에서는 시와 군의 순서를 서북쪽의 가평에서부터 시작하여 동남쪽 방향으로 수록하였다.
위의 표를 보면 모두 24항으로 되어 있다. (필자인 윤후명은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안혜령과 이상룡은 본서의 출판사인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 출신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24항이 당시의 경기도 내의 시·군의 합은 아니다. 여기에 비고란에 있는 8개를 합한 32시·군이 경기도의 지방자치체였다. 기획이자나 필자들이 여러 시·군을 하나의 항에서 서술한 것은 역사문화적 상황이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와 군 가운데서 승격된 곳들이 있어서 격이 달라졌고, 경기도의 인구 증가와 개발로 새롭게 독립된 지방 자치체(하남·오산·의왕·군포)가 늘어나 더욱 커졌다. 이러한 경기도의 발전상은 한편으로는 경기도의 고유성이나 그 정체성을 심하게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과 현재를 비교하여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2부에서도 각 시·군의 속성을 표현한 문구가 인상적이다. 각 지역마다 정치, 역사, 군사, 문화, 민속 등 각 특징을 들어내어 표현하였다. 성남시는 당시의 급변하는 사회 정세에 따른 이주민의 정착을 상징으로 삼았고, 용인군은 풍수 사상에서 상징을 찾았다. 의정부는 전쟁으로 생겨난 양색시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육류로 만들어진 음식의 고장이라는 슬픈 역사도 잊지 않고 서술하였다. 이 음식은 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한국민이 즐기는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부대찌개는 처음 존슨탕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의정부시의 관광 먹거리 명소가 존슨탕 거리로 남아 있다.
본서의 세심한 주의는 경기도의 급변하는 세태를 반영하여 단순히 행정구역상으로 구분하지 않고, 역사문화적 환경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송탄과 평택시, 평택군이 그 예이다. 현재의 경기도는 본서가 발간되었던 1980년대보다 훨씬 더 변화 양상이 빠르지만, 당시에도 크게 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시흥은 본래의 시흥 중심지는 서울로 편입되어 ‘시흥 없는 시흥’이 되었다. 경기도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광주향교’는 광주시에 없고, 하남시에 있다. 화성시에는 화성이 없다. 행정구역상으로 정리하다 보니 역사문화적 전통이나 정통성이 명칭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경기도라는 사실도 30여 년 전의 본서를 통하여 잘 알 수가 있다.


눈 여겨 보아야 할 사진과 도면

본서는 본문 이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당시의 사진과 지도를 충분히 싣고 있어서다. 각 면마다 사진과 도면을 첨부하여 이해를 돕게 하였다. 그러나 그 사진과 도면들이 이제는 30년 이전의 경기도 풍광과 사실을 전해주는 하나의 실증적 자료가 되었다. 또한 이 사진들을 통하여 30년 전의 경기도와 소통하는 하나의 시간의 문을 제공한다.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된 화성에서 키로 쌀을 까부는 수원의 아낙(37), 천일염을 만들기 위하여 물을 푸는 인천 주안의 염전 (59), 지금은 보기 힘든 대형 사진관(109), 사라진 뱀탕집(128), 의정부시의 미제 깡통 더미, 안성 유기 공장 등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내다보는 숨가쁜 21세기에서 20세기 후반의 넉넉한 아날로그 시대로 초대한다. 사진을 담당한 윤주심씨와 지도를 제작한 온영태씨 등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기억에서 떠나지 않은 이름이었다. 정감 느껴지는 사진들은 매 컷이 지긋한 경기도를 가슴에 담게 한다.


안성 맞춤 유기

미군부대 부근 거리

경기도를 음미한다

본서의 특징이라면 전체적으로 차분하다는 의미이다. 차분하다는 것은 많은 데이터를 나열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논리성을 내세우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긴 수필을 읽는 것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경기도에 관한 지식을 얻으면서도 마음 속에 30 여년 전의 경기도가 밀려온다. 잊어버리고 싶었던 양색시들의 존재, 한글을 찾아보기 힘든 동두천의 기지촌, 분단으로 날아 가버린 파주의 재두루미, 이제는 거의 존재가 사라져버린 안성마춤, 물이 모자라는 물골(수원)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기억을 위한 책이 아니라 마음을 보태주는 역사를 음미하게 한다. 고속도로 등 도로의 확장으로 쇠락해진 양평의 강변 도시 양근도 그 예가 된다.
그 밖의 도시들도 속성으로 축약한 것을 보면 ‘시월에 언 물이 4월에 녹는다(양평)’, ‘철거민이 구름 위에 세운 도시(성남)’ 등으로 도시의 내밀한 구석을 심정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렇게 기억으로서의 역사가 아닌 마음으로서의 역사로 본서를 일독하면 지금 알고 있는 경기도와의 차이를 경기도민의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역사는 기억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라고 명제를 바꾸고 싶어진다.


미제 깡통 더미


염전


뱀탕집

경기도란 무엇이다

본서를 다 읽고 나면 짧은 한 줄의 글이 만들어진다. ‘경기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글이다. 답글은 짤막하다. ‘경기도란 무엇이다.’이다. 경기도는 ‘한국의 발견-경기도-’라는 답이다. 다소 말장난 같지만, 본서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경기도에 대하여 광역적으로 다른 시·도와 비교하여 특성을 찾았고, 또한 경기도 안에서의 각 시·군들의 차별성을 찾았다.
또한 이 발간물을 통하여 현재와의 경기도 상황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남시, 오산시, 의왕시 등 신생 도시의 탄생, 성남시의 분당구, 위례 신도시의 설정, 의정부시의 대단위 주거 단지 의 등장 등 무서울 정도로 확대 발전한 현재 경기도의 미래를 예단해 볼 수 있다. 비단 경기도 뿐만은 아니지만, 특히 경기도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더욱 그 속도나 확장의 폭이 빠르고 크다는 사 실을 느끼게 한다. 그런 한편으로 경기도의 고즈넉했던 과거의 현장을 보면서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것만이 옳은 것인가 하는 되새김을 자극하기도 한다.
지난날의 사실과 현장들이 마치 정지된 채로 박혀 있지만, 그러한 안정된 바탕 위에서 비약적인 경기도의 미래가 보인다는 것.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항상 변하는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하여 진행된다는 명제가 된 가설. 『한국의 발견-경기도-』는 현재 경기도의 원형을 소개하며 ‘경기도는 무엇이다’를 알게 하는 소중한 출판 문화 유산이다.

글 이재범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경기대 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사적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후삼국시대 궁예정권 연구』, 『슬픈 궁예』 『나의 일본 여행』 등이 있다.

더 많은 경기학광장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 바로가기]




세부정보

  • 경기학광장 Vol.3 _ 2019 겨울호

    발행처/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

    발행인/ 강헌

    기획/ 이지훈, 김성태

    발행일/ 2019.12.18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