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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조선 6대로와 경기옛길

경기학광장Vol.4 _ Information & News

< 조선 6대로와 경기옛길 >


- 경기학광장Vol.4 _ Information & News -



경기학광장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경기학광장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호까지 ‘경기도 옛길 역사문화탐방로 사업’(이하 경기옛길)의 탐방로들을 삼남길, 의주길, 영남길 순서로 짚어 소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이미 조성되어 있는 이 3개의 탐방로에 이어 앞으로 조성될 조선시대 6대로에 기반한 새로운 역사문화탐방로까지 소개하며 경기옛길 6대 탐방로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소개하고 지금까지 긴 여정으로 이어온 경기옛길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


<대동여지도> 제1첩에 수록된 서울지도로 경조오부도에 적색으로 표기된 옛길 노선은 조선시대 도로망을 의미하며 경조오부에서 각방으로 펼쳐진 도로는 모두 경기도를 통과하는 경기옛길 의주길, 경흥길, 평해길, 영남길, 삼남길, 강화길과 잇닿는다


1) 경기옛길 기조성 역사문화탐방로, 삼남길·의주길·영남길


경기옛길은 2010년 사전 조사를 시작하고 역사문화탐방로로서 최초 기획된 이래 2012년 시범구간이 개통된 이래로 2017년까지 3개의 역사문화탐방로를 조성하고 이 탐방로를 현재까지 운영하 고 있다. 그간 진행된 경기옛길 사업의 성과를 간략하게 3차로 나누어 정리해 본다.


- 1차 : 기초조사 및 삼남대로 기반 경기옛길 삼남길 일부 조성 및 시범 개통(2010 ~ 2012)


① 2010. 최초 사업 기획(문화재 활용 사업)

② 2011. 경기남부 지역 문화재 선형 연결, 삼남대로 고증 작업

③ 2012. 5. 경기옛길 삼남길 일부 구간(수원, 화성, 오산) 조성·개통


- 2차 : 경기옛길 삼남길 전구간 개통 및 의주대로 기반 의주길 조성 (2012 ~ 2013)


④ 2013. 5. 삼남길 잔여 구간 탐방로 조성(과천, 의왕, 안양, 평택) 및 전구간 개통(경기도내 노선 총연장 96km)

⑤ 2013. 10. 경기옛길 의주길 조성(고양, 파주) 및 개통(경기도내 노선 총연장 51km)

⑥ 2013. 6. 경기옛길 관리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2013. 12월 개정

⑦ 도보탐방 프로그램 운영 시작


- 3차 : 영남대로(동래로) 기반 경기옛길 영남길 조성 및 개통 (2014 ~ 2015)


⑧ 2014. 1. 영남길 조성 사업 기획 및 추진

⑨ 2015. 12. 영남길 조성 사업 완료, 전구간 개통 (경기도내 노선 총연장 116km)

⑩ 도보탐방 프로그램 다각화 – 자원봉사, 지역연계, 걷기축제 등


위 정리와 같이 경기옛길은 3개 도보탐방로 개통에 2011년 ~2015년 총 4개년이 소요되었으며 2017년까지는 조성된 탐방로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 운영해왔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옛길들이 모두 탐방로로 완성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2018년 들어 경기도는 아직 탐방로 조성을 완료하지 못한 조선 6대로 노선 중 잔여 3개의 노선을 완성하여 명실상부한 조선 6대로의 경기도내 구간을 탐방로로 모두 조성하기로 결정하였고 2018년 10월부터 옛길의 노선 고증과 조사 사업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드디어 모든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경기옛길의 6대로 체제



2) 경기옛길 신설 역사문화탐방로 경흥길·평해길· 강화길


신경준의 『도로고(道路考)』에 따른 조선시대 6대로(大路) 체제를 경기옛길의 기반으로 결정하게 된 것은 『도로고』 이후의 체제인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의 7로(路) 체제, 그리고 김정호의 『대동지지(大東地志)』 등에 나타나는 9로, 10로 체제의 가장 기초이기 때문이다. 6대로 체제 이후의 7,9,10로 체제는 6대로 상의 지선도로 혹은 6대로의 노선 일부에 추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여 등장한 체제이기 때문에 6대로 체제에서 도로망 체계의 변화가 크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경준이 『도로고』에서 내세운 6대로 체제가 조선시대 한반도 전국 간선도로망의 가장 기초적인 뼈대가 되는 것이며 이러한 연유로 경기옛길은 이 6대로 체제를 탐방로 조성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체제 아래서 지금까지 조성된 경기옛길은 제1로 의주대로 (관서대로) 기반의 의주길과 제4로 영남대로(동래로) 기반의 영남길, 그리고 제5로 해남대로(삼남대로, 제주로) 기반의 삼남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제2로 경흥대로(관북대로), 제3로 평해대로 (관동대로), 그리고 제6로 강화대로이다. 새로이 조성될 경기옛길의 명칭들 역시 역사적 연원을 밝혀 경흥대로 기반의 경기옛길 경흥길, 평해대로 기반의 경기옛길 평해길, 강화대로 기반의 경기옛길 강화길로 가칭을 정하고 탐방로 조성사업을 시작하였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이미 3개의 역사문화탐방로를 조성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조성될 탐방로의 방향을 경기옛길만이 가지는 역사문화자원 활용이라는 특수성과 걷기여행을 위한 걷기길이라는 보편성을 동시에 갖출 수 있도록 설정했다. 물론 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터이다.


3) 역사에 기반한 새로운 탐방로 조성의 방법


새로이 조성될 경기옛길 경흥길, 평해길, 강화길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며 만들어진다.


① 옛길의 고증


 역사문화탐방로 조성의 첫 단계는 원형이 되는 옛길을 고증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탐방로의 기반이 될 옛길의 원형을 재구하여야 한다. 원형의 재구를 위해서 옛길의 노선이 표기된 「대동여지도」를 포함하여 시대별로 제작된 각 고지도를 확보한 후 노선의 경로를 추적한다. 조선시대 이후의 자료로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제작한 지적도에서 현실에 가깝게 매우 구체적인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고지도와 강점기 지적도는 현대 지도와 항공 사진 등을 이용하여 상호 대조하여 실질적인 원형로 노선을 확보한다. 이와 함께 옛길을 이용했던 증거와 흔적들이 남아 있는 조선 사신의 노정이 담겨 있는 「연행록」, 「통신사행록」을 확인하고 왕실의 능행차 및 온행 기록을 확인하며 「난중일기」, 「노상추 일기」 등의 개인 기록류와 「춘향전」 등 고전문학 자료에서 옛길 노정기 등을 확보하여 고증된 노선 및 실제 지역과 대조하여 고증을 완성한다. 또한 이러한 옛길 원형 노선 고증 단계에서 확보된 많은 사료들은 이후 역사문화 콘텐츠로 가공하여 활용할 수 있다.




<동여도>에 표시된 평해로의 경기도 구간. 원으로 표시된 곳은 망우리고개-평구역-봉안역-용진나루-오빈역-백현고개-서화고개-소송치-대송치이다.


② 원형로 현장답사 및 주변도로 확인


 옛길에 대한 고증이 어느 정도 진척되면 사료를 통해 확인한 길을 실제 답사하며 이를 통해 실제 옛길의 원형과 현재 노선의 상황을 확인한다. 원형로에 대한 현장답사는 특히 수도권으로 분류 되는 경기도의 특수성 때문에 더더욱 필수불가결한 작업이다. 경기도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이 과정 속에서 옛길의 원형이 대부분 흔적이 사라졌거나 사실상 도보 탐방로로 활용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답사를 통환 현장 확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원형로 구간과 활용이 불가능한 구간을 파악하고 인접한 도로와 이용 상태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



위성지도에 표기한 경흥로의 노선


③ 도보 불가능한 원형로에 대한 대체로의 확보와 전체 노선의 선정


이 단계에서는 먼저 고증된 원형노선과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등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노선을 확인한다. 기준이 되는 노선을 선정할 때는 옛길 원형을 기준선으로 삼는 방법과 주요한 자원을 잇 는 선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으로 나누어 택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전자를 준수하되, 도시화의 정도나 노선의 상태에 따라 후자의 기준을 따를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조성된 경기옛길 노선의 약 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도보 편의성의 확보를 위해 후자의 기준을 이용한 대체로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경기옛길 삼남길과 의주길은 전자의 기준에 가깝게 전체 노선이 선정되었으며 경기옛길 영남길은 후자의 기준에 가깝게 기준 노선이 선정된 바 있다.

대체로는 이 두 기준에 따라 가능한 모든 길(path)을 확인하여야 한다. 이때의 조사는 특정한 노선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모든 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GPS 노선 정보 등)는 향후 사유지 관통, 도시계획 수정, 도로계획 변경 등으로 불가피하게 노선이 수정되어야 할 경우 활용 가능하다.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다음으로 대중교통 접근성과 보행안정성, 경관의 심미성, 문화자원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여 총 노선의 초안을 결정한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면 마지막으로 도보 전문가의 피드백 팀을 구성하여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의견을 수렴, 반영하여야 한다.


④ 시설물 조성


a. 안내 시설물

 노선이 확정되면 주변의 지형지물에 따라 다양한 안내표지 등의 시설물을 설치한다.

b. 콘텐츠 시설물

 직접적인 안내 시설물 외에 부수적으로 경기옛길의 콘텐츠를 체험하도록 고안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c. 부가 시설물

 이밖에 위험 구간을 안내하는 시설물과, 도보여행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시설물, 우회로를 안내하는 시설물, 농작물 훼손을 금지하는 시설물 등을 필요에 따라 부가적으로 설치한다.


2019년 12월 현재 경기옛길의 새로운 탐방로들은 3단계인 대체로 노선 선정까지 완료된 상태이며 2020년 10월까지 남은 3개의 탐방로중 가장 긴 노선인 평해길의 조성을 완료하고 개통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2021년에는 최종적으로 강화길과, 경흥길이 완성된다.


4) 새로운 경기옛길의 특징


새로운 역사문화탐방로로 시민들을 마주할 경기옛길은 각 노선마다 고유한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물론 길이라는 것이 하나의 성격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면의 특징을 보이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조성되는 옛길 노선들은 이러한 다양한 성격들 중에서도 도드라지게 보이는 특별한 개성들을 각각 지니고 있다.

먼저 경기옛길 경흥길의 기반이 되는 경흥대로(관북대로)는 조선의 건국과 관계된 특별함이 서려 있는 노선이다. 태조 이성계의 고향은 현재의 함경북도에 위치한 영흥부(永興府)이며 이것을 이유로 태조의 군사적 행동과 조선초 함흥차사 이야기, 동북방 북진개척 등이 모두 이 경흥대로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또한 한민족이 가장 즐겨 먹어온 물산의 하나인 명태는 모두 이 경흥대로를 통하여 유통되었다. 즉, 경흥대로는 북방을 경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루트였던 것이다.

또 경기옛길 평해길의 기반이 되는 평해대로(관동대로)는 한반도에서 철령관 동쪽, 즉 관동지방을 경영하기 위한 주요 루트였다. 관동은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방으로 손꼽히며 이러한 이유로 예로부터 관동 유람은 한국인들의 꿈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관동팔경이 존재하며 이 관동팔경을 유람하는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이 바로 이 평해대로에서 쓰여진다. 또한 평해대로는 남한강 수운을 보조하는 유통로로서도 매우 중요하게 이용되었다.

마지막으로 경기옛길 강화길의 기반이 되는 강화대로는 조선의 대외전쟁시 가장 중요한 임시정부, 강화도와 통하는 최중요 관방루트로 볼 수 있다. 조선은 유사시 임금과 정부가 피신하여 정부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였는데 이 임시 피난처 중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강화행궁이다. 이러한 특징에 걸맞게 강화대로에는 산성, 포대, 진(津)이 노선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



강화대로의 끝, 갑곶나루 선착장


5) 오래된 미래 경기옛길 6대로


옛길은 이미 모두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직 남아 있는 옛길의 모습들이 일부 존재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사람이 다니지 않는 죽은 길이다. 살아 있는 길들은 이제 더 이상 사람이 걷지 못하며 우 리의 주요 이동수단이 된 자동차에 길을 내주었다. 마치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길이 뭐가 그리 중요하길래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사실 길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선(線)일 뿐이다. 이 선은 사람의 목적에 따라 생성되고 변하고 바뀌고 소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느다란 선은 우리에게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이 선에 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 선을 따라 다니며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직장을 다니며 여행을 떠난다. 이 선을 따라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룬다. 이렇게 누적된 꿈과 기억이 이 선위에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선은 사람의 기억이 녹아있는 빛나는 선이다. 우리는 이 선을 이렇게 부른다. 길이라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연결되는 옛길이라고, 그리고 우리의 오래된 미래라고 말한다.



두물머리에 떠있는 돛단배. 족자섬 위로 둥글게 보이는 지역은 능내리 그 뒤의 산은 예봉산, 모두 평해로가 통과하는 지역이다.



글 남찬원

경희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옛 것과 오늘의 것이 조화된 민속과 지역문화에 관심을 두고 <파주 금촌마을의 회상과 기록>, <김포 군하리 마을지>, <고양시의 자연마을들> 등 저서를 집필했으 며, 현재 경기문화재단에서 조선시대 옛길을 도보탐방로로 재해석하는 경기옛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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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 경기학광장 Vol.4 _ 2020 봄호

    발행처/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

    발행인/ 강헌

    기획/ 이지훈, 김성태

    발행일/ 2020.03.30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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