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8호 | 지지봄봄 10년, 갈 길이 멀다 - 두 번째 주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교육현장”

지지봄봄 10주년,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고영직 : 아까 김경옥 선생님께서, 굉장히 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우리 옛날이야기에 모든 결론이 잘 먹고 잘 살았더라. 이렇게 끝나잖아요. 근데 그 얘기는 뒤집어 보면, 대부분의 민중들은 잘 먹지도 못했고, 잘 살지도 못했다는 이야기의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어떤 무의식이 그런 식으로 반영된 거죠. 과연 우리가 잘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서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패턴으로 하니까 재미없죠. 역순으로 해보겠습니다. 유다원 선생님이 말씀하셨지만, 공간을 유지하고, 그런 게 쉽지 않잖아요. 공간을 잘 유지하는 것 하고, 내가 잘 사는 것하고 깊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유다원 선생님, 지금 동네에서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암중모색하고 계십니까?




유다원: 저희가 사랑하는 공간들, 좋아했던 공간들이 많이 사라지는 것들을 보잖아요. 근데 요즘에 코로나가 터지고 신기한 광경을 마주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에 동네에 사람이 더 많아졌어요. 동네 길, 동네 공간, 동네 상점에 사람들이 넘쳐나더라고요. 저희 동네가 급행역이 있는 동네라서 흐르고 지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동네 안에서 잠자는 사람들은 동네 공간들을 사용하지는 않았었어요. 그래서 그런 공간들이 실제로 많이 바뀌고, 계속 새롭게 바뀌는 일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코로나 터지고 사람들이 밖으로 안 나가고 동네에서 밥을 먹는 거예요. 집에서 밥을 해 드시는 분도 많겠지만 저도 밥을 잘 해먹는 캐릭터는 아니라서 안전한 곳에 가서 사먹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동네에 머물면서 공간을 이용하다보니 동네의 매력을 조금 더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안전했던 곳은 어디인가를 다시 물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자주 다니는 음식가게가 있는데요, 사장님께 여쭤봤어요. 요새 힘드세요? 라고 여쭤봤더니 오히려 지금이 더 잘 된대요. 청년들이 여는 가게도 많이 생겼거든요. 문 닫는 가게가 조금 줄었어요. 신기하게. 그리고 저희 카페마을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데, 장사가 무척 잘되진 않지만, 작년에 비해서는 조금 더 잘되는 거 같아요. 소상공인 지원을 받는데, 작년 기준보다 낫다. 그래서 지원을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약간 웃픈 얘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어떤 것들을 계속 확인하고 있는가. 김월식 선생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비로소 다시 한 번 우리가 놓쳤던 것들이 동네였던 거 같아요.


저희는 동네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사실은 저희같은 경우는 동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작업실이 있고, 이용하는 카페가 있고, 좋아하는 가게들이 있어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활동이 멈추지는 않았어요. 모든 활동들을 다 똑같이 했거든요. 저희는 달라진 풍경이 마스크 쓴 풍경 하나를 제외하고선, 여전히 잘 모이고, 그렇지만 조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예술도 꼭 이렇게 중심에서 그동안 견고하게 있었던 것들이 굉장히 많이 흔들리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저희가 하고 있는 '프리 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게 예술가가 지역이라는 곳을 자기 방식으로 놀아보는, 사전 단계 프리 프로덕션 단계처럼, 그런 걸 조사하는 리서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예술가들이 실제로 그런 말을 해요. 자기는 거리 예술을 하는 사람인데, 처음으로 초대받지 못하는 경험들을 하는 거예요. 자기를 불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그래서 내가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질문을 했을 때, 동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동네에서 내 작업들을 재미나게 해봐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 코로나가 저희한테는 그런 질문들을 던져주고 좋은 영향들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영직: 김경옥 선생님, 아까 문화예술 교육의 현장이 대부분 기능적 접근이 예전에는 많았고, 어떻게 존재적인 접근을 해야 되는가,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하셨는데, 지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모색을 하고 계십니까?


김경옥: 저도 방금 얘기에 공감을 하는 것이, 몇 년 전부터 “글로컬” 이런 말을 굉장히 많이 했었잖아요. 시선은 글로벌한 시선을 가지되, 실천은, 또는 삶은 로컬로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새판자기,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마을 살리기라든지, 마을교육 공동체라든지, 이런 말들이 왔다 갔다 하고 정책하는 사람들도 그런 말을 하기 시작했고, 시민, 풀뿌리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건 거의 《지지봄봄》의 역사하고 비슷할 것 같은데.

그런 다지기가 되어있는 상태에서 코로나가 덮친 거죠. 그럴 때 사람들이 마을 만들기라든지, 마을공동체라든지, 정책적 화두거나, 또는 이데올로기거나, 마땅히 가야할 길이거나, 이런 걸로 고민, 실천, 실행해왔다면, 사실 코로나가 덮친 상황에서는 그냥 이건 필연, 필수구나 라고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민들레 같은 경우는 이사 온 지 지금 올해로 6년째거든요. 그런데 6년 동안 성북에서 터다지기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그야말로 로컬에서 살아가기, 로컬 사람들과 함께하기,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것들을 하게 된 거예요. 지역 아이들을 어떻게 함께 돌볼 건가 그리고 지역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함께 생각하고 실행할건가. 이런 질문들을 같이 하는 1달에 1번씩 모이는 동네 교육이라고 하는 월간 모임이 있다 던지, 이런 식으로 사업이거나 뭐 이런 게 아닌, 그저 사람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함께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뭔가 암중모색하는 작은 커뮤니티 같은 활동을 5-6년 해온 거죠. 그러면서 이제 코로나가 왔는데. 지역에서 작은 단위로 모이는 건 사실 전혀 불편하지 않은 거예요. 코로나가 제일 불편한 거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오늘같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와야 되는 이 상황이 제일 불편하거든요. 마스크를 2개를 껴야하나? 이런 고민까지 하면서 전철,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사실 코로나 상황에서 도보로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곳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일정한 방역상의 안전을 확보해내면서 만나는 것이 불편함이 없단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로컬에서의 만남, 기획, 활동은 오히려 훨씬 더 절실해지면서 또는 활발해지는 변화들이 있는 것 같아요. 민들레는 그런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그리고 오디세이 같은 경우도 권역별로 있긴 한데, 오디세이는 아실지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경험하는 학교가 서울에 5개가 있어요. 말하자면 5개 권역에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 민들레가 하고 있는 권역은 강북이나 우리가 흔히 서울 지역에서 동북 4구라고 얘기하는 그 지역의 아이들을 만나는 곳에 민들레가 있는 거고. 그 아이들이 코로나 상황이 처음 왔을 때는, 다 온라인, 비대면 상황으로 만나야 되서, 저희가 어떻게 체제를 바꿨냐면, 교사들이 찾아간다,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노원에 사는 아이들, 노원 그 부근에서 걸어올 수 있는 아이들이 어느 부근에 모이는 거죠. 그럼 교사들이 거길 찾아갔어요. 미리 책을 읽고 있으면 각자 책을 읽고, 책 읽은 걸 가지고, 그 동네에 모여 있으면 교사들이 찾아가서 같이 책을 읽고 나누고, 이런 식으로 했던 거죠.


그게 온라인 상황에서도 우리가 기필코 만나야하는 일이 있다면, 작게 작게, 걸어서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만난다. 이걸 기준, 원칙처럼 가지면서 그런 만남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그리고 대면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는, 대면할 수 있는 상황이 오디세이, 민들레는 다른 대규모 시스템보다는 빨리 찾아왔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사이즈가 작으니까.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 안에서, 로컬단위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이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대면으로 만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훨씬 더 작당이 잘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나오기도 하고. 그야말로 자기 방을 새롭게 살피는 것처럼, 지역을 새롭게 살피는 지역의 숙제나, 지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게 뭐지? 같은 이야기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게 되면서, 훨씬 로컬에서 살아가는 삶의 기쁨, 지혜를 새롭게 발견, 시도하는 이런 것들은 꾸준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고영직: 코로나가 우리에게 확인시켜준 진실은 학교의 해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작은 규모니까 대면이 높아진다는 얘기는, 우리 교육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문화예술교육에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월식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초보아빠라고 얘기하셨습니다만, 2살짜리 꼬맹이한테 많이 배우시는 것 같아요.


김월식: 원래 예술가라는 게 무엇을 관찰, 탐색, 사유하고 실천하고 이런 직업 아니겠습니까? 늘 그런 지켜보는 입장인건데, 애를 안 낳고 지나갔으면 전혀 몰랐을 것을 알게 된 거죠. 아빠로서의 기쁨과 더불어서, 예술가로서 인지할 수 있는 것들. 굉장히 재미난 거 같아요. 제가 계속 오랫동안 마음은 있으나, 학제적 근거가 부족해서 저만 혼자 쓰던, 교육방법론 같은 것들을 자식한테 하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자식을 통해서 다시 반추해서 생각해볼 수 있고, 그러는 과정 중인 거죠. 일단 걸어가는, 걷는 과정이 제일 재미났던 것 같아요. 말을 하는 과정도 재미나긴 하는데. 그러니까 말은 어버버 하고, 옹알이를 해도 마음이 아프지는 않지 않습니까. 근데 걷는 단계라는 것은 자식이 자빠지거나 어디 부딪히면, 마음이 아프니까. 특히 어디 부딪혀서 울고 그러면 마음이 아픈데. 하지만. 밥을 먹을 때도, 입에 숟가락이 안 들어가니까 볼도 찔렀다가 지 눈도 찔렀다가 이러는데. 온 얼굴에 밥풀을 묻혀가면서 밥을 먹는데. 그렇다고 밥을 언제까지 떠먹여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련의 이런 과정이, 아 사람이 저렇게 진화했겠구나. 저게 문명화의 단계였구나. 점점 문명화가 된다는 것은 저는, 키트와 매뉴얼, 도구, 훈육으로써 야생성을 지우면서, 문명으로 다가갔겠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지금이라도 더 마음껏 넘어지게 해주자. 지금이라도 더 수저를 자기 콧구멍에 쑤셔 넣게 해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이라도 아무데나 사방에 자기 오줌을 누고 다녀도, 뭐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금방 오지 않겠습니까? 그 죄책감으로 인해서 엄마아빠한데 미안해하고.


그런 게 아마 저한테는 성찰인거 같은데, 이게 사실은 그냥 나왔다기보다는, 창의력을 만들기 위한 몸이라는 것이 사실은 1980년도에 로저스벨이라는 뇌과학자가 노벨의학상을 타면서 야생성과 창의력과 오른쪽 뇌와의 관계를 밝힌 게 있어요. 임상실험을 통해서. 그걸로 노벨의학상을 탄 거죠. 그러고 나서는, 레비스트로스나 철학자들이 야생성에 대한 것들을 슬픈 열대 같은 연구에서 밝힌 바가 있죠. 손의 원형으로 꼼지락거리는 것들. 그리고 나카자와 신이치 같은 일본의 예술사회학자분들이 마찬가지로 오른쪽 뇌와 왼쪽 뇌의 상호성이 결국은 창의력을 만든다. 나중에 저 혼자 생각하던 가설이 그분들의 학제적인 위대한 연구와 만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예술가의 통밥과 직관력이 맞아떨어졌을 때 쾌감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설명이 될 수 있겠네요.



고영직: 저도 특히,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라주 같은 경우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오히려 브리콜라주 같은 방법을 문화예술교육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등한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김월식 선생님이 계속 일관되게 말씀하신 키워드가 있어요. 문명화 과정. 물론 노르베르트라는 학자가 처음 쓴 말이지만, “인간이라는 게 문명 속에 살면서 문명화과정을 겪고, 도시화과정을 내면화하는데 오히려 그런 과정들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야생성을 거세시키고, 자꾸 훈육시키고 매뉴얼화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냐” 라고 상당히 부드럽게 말씀하셨는데, 오늘 어마어마한 핵폭탄급의 발언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말씀이었고요. 임재춘 선생님은 영등포에 자주 오신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 도대체 왜 오시는 거예요?


임재춘: 사실 영등포문화재단과 같이 전환 시대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 창의예술교육은 뭘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어서, 그것 때문에 사람들하고, 과정도 나누고 글도 쓰고 하느라고 영등포에 자주 출몰했죠. 글쎄요. 사람마다 코로나를 대하는, 겪는 어떤 것들이, 삶이 다 다르다 보니까. 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뭐나면, 여성으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여러 가지 가중치가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일상이라고 하는 것. 코로나로 인해서 그것이 굉장히 가중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학교라는 게 단순히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를 안가는 게 즐거운 일인 건 맞는 거 같아요.


그런데 집 안에서 부모가 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건 또 다른 얘기거든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디테일하게 나라는 삶, 내 일상, 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가사노동 같은 것들, 그 다음에 내 삶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를테면 학교와 어떻게 연결되서, 아이들의 성장이나 내 삶이 서로 분배되어 있었나. 이런 것들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보게 됐던 것 같아요. 새삼스럽게 저는 학교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이 학교가 기존의 학교의 모습과 역할이어야 되느냐 하는 건 조금 다르지만, 다른 의미에서 학교가 되게 필요하다. 근데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가, 라고 하는 질문을 좀 새롭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예를 들면, 쓰레기 같은 거요. 제가 영등포에서 하는 연구와도 관련이 있는 건데, 살림을 하고 매회 배출되는 쓰레기, 나가질 못하니까. 택배를 시켰는데, 택배가 안와요. 2-3일이면 오던 택배가 1주일이 지나도. 근데 과로사 하는 택배 아저씨들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뭔가, 나와는 무관하다고, 아니면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던 느슨한 연결들이 사실은 매우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었구나 하는 것들을 굉장히 절감하고 체감하던 시간이 또 코로나로 인해서 제가 느끼는 부분들 인거죠. “전환사회라고 하는 것을 많은 유명한 학자들, 지식인들이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을 내 삶으로 어떻게 가져올 수 있는가. 이제는 가져와야 되는 거 아닌가”하는 게 지금 영등포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환사회에 필요한 창의예술활동, 창의예술교육 연구의 핵심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쭉 했던 이야기지만,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우리가 전환시대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이 뭘까? 할 때, 익숙하게 해왔던 예술, 문화, 교육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실은 정치, 민주주의, 기본소득, 사회복지, 과학, 이런 것들이 굉장히 섬세하게 연결되어있고, 우리하고는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던 언어들이 사실은, 이제는 문화예술이라는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삶 안에서, 김경옥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 안에서 서로 자꾸 만나져야 되는, 사실은 필연적이고 당연한데, 상식으로 조금 더 사유되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게 하나가 있고요.



또 하나는, 아까 김경옥 선생님께서 부추긴다는 표현을 해주셨는데,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부추겨야 될까? 조금 의도가 필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계속 인간중심의 삶을 살아왔는데 생태계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작동되지 않잖아요. 지금 미국에서는 여전히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죠. 호주에서는 무려 6-7개월 동안 산불이 지속되면서, 지구의 기후위기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하잖아요. 또 코로나 뿐 아니라 굉장히 긴 장마와 폭우도 겪었잖아요.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는가? 그냥 뉴스 안에서 텔레비전 안에서, 우리나라 밖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게 대체 왜 점점 우리 삶, 아주 일상의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왜 벌어지고 있는가를 정말 이제는 깊이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이런 질문들을 기존의 예술활동,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이 연구하면서, 박형주 선생님 인터뷰도 했거든요. 근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지혜를 나누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명이라고 하는, 인간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내 가까운 이웃이든 아니면 먼 이웃이든, 우리가 연결되어 있고, 그들의 각 존재들이 올곧이 살아있음, 존재함으로 인해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행동으로서의 배움이 필요한 게 아닌가. 라고 하는 게 연구에서 좀 다뤄졌던 내용이고, 아직 정답은 없죠. 하지만 제가 그 연구를 통해서 고민했던 거는. 이제는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던 것 같아요.


고영직: 임재춘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보니까, 현미경적인 분석, 망원경적인 분석이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의 얘기는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돌봄전환사회에 대한 논의와 이어지는 것 같고요. 여성들의 노동이 그림자 노동으로 취급당하지 않고, 택배노동자의 사회의 약한 고리가 어떻게 허물어지지 않게,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돌봄전환사회가 나오고 있는데요, 뒤의 부분은 최근에 제가 프랑스의 르몽드 기사를 보면서, G5라는 프로젝트를 한국어로 읽었는데요, 통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계 뿐 아니라, 동물계, 식물계, 광물계, 기계까지 포함해서, 5가지의 생명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종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안입니다. 그런 문제의식과 좀 통하는 것 같습니다.


박형주: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는 민들레의 정신을 얘기하셨는데, 스스로 십대가 또는 시민들이 배워간다 할 때, 스스로라는 거를 어떻게 해석하는 게 맞는가? 생각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 배운다는 것이 뭔가 계획한 대로, 의도한 바대로 배워간다고 많이들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어느 순간 배움이 일어나는 가를, 옆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상황을 겪게 되었을 때, 수많은 질문을 생성하고, 그러면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과정 속에서 배움이 하나하나씩 일어나는 모습을 보거든요. 그런데 이 팬데믹 상황이 의도치 않게 우리에게 겪음, 겪는다고 하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고, 그 상황에서 우리가 수많은 질문들을 하게 만들었던 거 같아요. 그러면, 문화예술 교육이라고 하는 것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어쩌면 문화예술교육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보니까, 의도한 바대로 가르친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오히려 우리가, 배움이 일어나는 겪는 상황들, 겪음을 통해서, 질문을 생성하는 순간들을 만드는 게 문화예술 교육이지 않나. 그러면 팬데믹 상황의 문화예술교육의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섣불리 단정 짓고 결론내리기는 좀 성급한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수많은 질문들을 더 많이 생성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가 찾아가보고 생각해보고 하는 거죠. 아이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이 활동하다보면, 이야기를 하셨던 것처럼, 생활 속에서 겪는 수많은 문제들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생각을 뭔가 조화를 맞춰가려고 계속 하는 것 같아요. 딱 ‘나는 이렇게 생각해’ 라고 나 혼자만의 방식으로 가려고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조화를 맞춰갈까’ 하고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거든요. 어쩌면 문명화의 부정적인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또 문명화된다고 하는 것이 또 그러한 과정 속에서 뭔가 적응해가고, 서로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의 어떤 긍정성도 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도 하고, 문제도 풀어가면서, 그 아이가 오히려 내면이 단단해져간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러면 어쩌면 이 코로나 상황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라는 것이 질문을 생성하는 힘.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서, 아까 김월식 선생님도 얘기하셨지만, 몸을 통해서 겪고, 그 겪음을 통해서 질문을 생성하고,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 그런 과정들을 얼마만큼 잘,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 이 팬데믹 상황에서의 전환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것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봐야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경옥: 짧게 보태면, 지금 그 말씀에 되게 공감을 하면서, 겪는다. 겪다보니, 하다 보니,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의 시간, 삶 속에서 경험하다보니, 알게 되거나, 궁금해지거나 이런 게 있는데. 최근의 문제 상황은, 어른도 마찬가지고, 자라나는 10대나, 어린이들이 대부분 그런 경향성을 보이는데, 대부분 겪고 싶어 하지 않는 거죠.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이 판에 뛰어들게 할 건가, 어떻게 겪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건가, 이게 저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바로, 겪어보고 싶어, 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일종의 매개, 유인책으로 문화예술만큼 유익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더 자극적이고, 매력적이고, 궁금해지기도 하고, 뭔가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이 나하고 관계가 맺어져서, 뭔가 만남이 일어나서 그 만남 속에서 '저 사람이 하는 거면 나 뛰어들어보고 싶어, 해보고 싶어' 같은 마음이 드는 상태가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게 되면 저는, 하다 보니, 겪으니, 질문도 생기고, 거기서 비로소 깨닫는 것도 있고, 망치로 얻어맞는 것도 있고, 자기가 깨지는 경험도 하고, 이렇게 되는 거라서, 그런 면에서 하다 보니, 겪고 보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뭘까에 대한 고민, 코로나 덕분에 힘들어지게 된 건 맞는 거 같아요. 그 힘든 상황을 이제 어떻게 할 건가, 가 질문이 되었다는 것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고영직: 어쩌다, 라는 부사가 떠올랐고요. 기생충의 명대사가 있지 않습니까? 저는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명대사가. 송강호씨가 영화에서 그 대사를 하는데, 저는 문화예술교육에서야말로 이 대사와 정 반대로 가야되는 거 아닌가. 너무 계획을 다 세워서, A부터 Z까지 기획자나 주강사가 모든 걸 주도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우연적인 요소를 개입시키고, 그런 점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점은 김월식, 박형주, 임재춘, 김경옥 선생님께서 공히 다 말씀 하신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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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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