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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9호 | 온택트 시대의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시민력

지지봄봄 10주년,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낯선 지금


낯설다. 마스크는 이제 어느 새 의복의 하나처럼 되어버렸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공연음란죄는 아니지만) 법에 따라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일상의 재충전을 위한 여행도 이제는 낯설다. 비밀 여행족 1) 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여행을 가서도 안 되지만 만약 갔다 왔더라도 자랑을 하거나 흔적을 남기면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모니터를 통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고, 직장인들은 집에서 근무하며 동료들과 메신저를 통해 소통한다.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평소에도 메신저나 화상회의를 했었지만 전면적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이들이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낯선 환경에서의 좌충우돌을 겪고 있다.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학교와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며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만 인건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현재의 지원방식에서 대부분의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은 수입이 없는 상태로 상반기를 보내야 했다. 긴급 지원사업으로 비대면 교육이나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장비나 프로그램을 다루기 어려운 활동가은 여전히 낯선 환경에서 갈 길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등교가 불규칙해지면서 예술강사들에게 실시간 쌍방향 교육이나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실시간 쌍방향 교육은 학교에 장비가 갖춰진 경우에는 그나마도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외부인의 출입 자체를 꺼리는 경우에는 예술강사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여 학교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술강사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고군분투에 가깝다. 촬영 장비를 구비하여 사용법을 익혀야 하고, 온라인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짜야한다. 겨우 촬영을 마치고 나면 편집 프로그램을 구입하여 활용법을 익힌 후 지난한 편집 과정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예술강사들이 이 낯선 경험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했다.


이렇게 힘들게 제작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교사나 학생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학교 교육용 온라인 플랫폼(EBS, e학습터 등)의 정보 전달형(강좌형)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에게 예술강사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진다. 일부 기관에서는 예술강사들을 위해 촬영 공간이나 장비를 지원하고, 연수 과정을 개설하여 도움을 주고 있지만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답답한 정책


답답하다. 학교 현장의 상황만 보더라도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도, 교사나 학생, 그리고 정책 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의 실무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다가온 낯선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 모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상황이 답답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이는 현재의 지원방식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책사업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스템은 보다 정교하게 구조화되었다. 지원사업은 대부분 특정한 목적과 내용으로 정해진 상태에서 1년 단위 공모 방식으로 지원되고 있다. 지원기관에서 설정한 조건(지원대상, 사업내용, 운영방식 등)을 벗어나는 사업은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대상도 대부분 특정 계층이나 시설 단위로 지원되다보니 문화예술교육에 참여를 원하는 일반인들은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프로그램 운영방식은 몇 개월, 몇 회, 몇 시간으로 정형화된 틀이 부여되다보니 1인 강사가 다수를 모집하여 진행하는 강좌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의 활동가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요구하는 기준과 형식에 맞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선정되어야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그리고 사업계획에 따른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해야 인건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길어야 10개월 정도를 보장받게 된다.


낯선 환경을 마주하면서 이러한 구조화, 대상화, 정형화된 시스템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시스템이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지침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관리적 측면에서 보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녹록치가 않은 과정이다.


기존 시스템 안에서 현장 활동가들은 지원기관이 대책을 마련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마련된 대책은 또 다른 노력을 요구하며 현장의 활동가들과 지원기관 실무자들 모두를 힘들게 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답답한 시스템 안에서 온택트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문화예술교육을 리셋2)하자!

(하고 싶다. 해야 한다. 할 수...있을까?)


온택트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현재의 정형화, 대상화, 구조화된 문화예술교육은 유효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환을 위한 화두를 개인화와 다양화 측면에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지금의 문화예술교육은 개인의 욕구보다는 정책의 욕망에 따라 정해진 대상에게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경제적·물리적·지리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위해서는 필요한 지원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정책이 규정한 대상 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상대적 배제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효율적인 지원관리를 위해 대상별 관련 시설(집단)을 중심으로 지원하다보니 현재와 같은 환경 변화에서는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민운기 작가는 문화예술교육은 “기존의 예술교육과 차별화를 내세우는 점 중의 하나는 개개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개개인의 독자적 특성과 가치, 역능 등을 재발견하고 그것들이 상호 존중되면서 지속 가능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3)이라고 말하며, 특정한 계층이나 집단으로 규정된 소수자가 아닌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존중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함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의 기본원칙이기도 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는 정책의 욕망에 따라 규정된 대상이나 콘텐츠는 과감히 내려놓고 개개인의 욕구와 선택권이 존중될 수 있는 ‘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관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접근성은 지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대상적, 시간적, 장소적 접근성을 포괄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대상적으로는 일반과 취약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두 영역을 건강하게 지원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간적으로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시간 선택 전략이 필요하다. 주 1회, 2~3시간의 정형화된 주기에서 옴니버스식 운영이나 원데이클래스 등으로 다양한 회차를 구성해볼 수 있다. 장소적으로는 오프라인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생활권 거점 구축 전략뿐만 아니라, 온택트 기반의 소통과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의 적극적인 활용도 필요하다. 4)


강사가 없는, 예술이 없는, 정해진 장소와 시간이 없는 문화예술교육은 가능할까?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청장년층의 취미, 여가, 자기개발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최근의 격리사회를 겪으며 온택트 기반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청장년층은 이미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이 모이는 교육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시간, 장소, 내용의 선택이 가능한 소규모 모임이나 무형식, 비형식의 유연한 학습 활동을 더 선호한다.


온택트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은 개개인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원기관에 의해 제시된 지침이나 방식에 따른 특정한 장르나 커리큘럼이 아닌 현장의 활동가들이 자율적으로 기획한 방식과 내용이 허용될 수 있는 유연한 지원이 필요하다. 다양성 확대의 핵심은 허용 범주를 현재보다 조금 넓히거나 추가하는 것이 아닌 제한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기준에 따라 현장을 지원하고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는 팔 길이 원칙은 여전히 어려운 것일까?


‘문화예술교육을 리셋하자’는 주장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변화나 전환을 고민함에 있어 현재를 기준으로 보게 될 경우 자칫 시스템을 개·보수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고, 그 동안 그런 방식으로 켜켜이 쌓여온 제도와 지침이 곧 현재의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초기에는 새하얀 도화지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로 색칠하며 함께 그림을 만들었었다.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철학과 가치, 방법론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5)


낯선 환경을 마주하며 당황스러움과 답답함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우리들이 문화예술교육의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광장이 ‘ON’ 되고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ps1. 글에 언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실태는 국가 예산을 통해 (특히 교육진흥원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10년 넘게 지원기관에 일하며 시스템 구축에 일조한 필자의 자아성찰적 고백으로 쓴 글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ps2.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정책방향 수립과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의 구조 개편을 모색하는 과정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온택트 시대의 온라인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올해 아르떼에서 진행된 다양한 공론장의 자료집과 사례집 아르떼 라이브러리 바로가기(https://lib.arte.or.kr/artepick/board/Collection_BoardView.do) 을 참고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 참 고 -


1) 제주 20만 몰렸는데 SNS엔 흔적 없다…코로나발 '비밀여행'(중앙일보, 20.10.5.)

2) 리셋[reset] :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진 상태로 되돌리는 것. 시스템의 일부가 과열 현상을 일으키거나 노이즈(noise) 등에 의해 동작이 이상하게 되었을 때는 리셋(reset) 버튼을 누름으로써 같은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3) '문화예술교육 드런ㄼ은 바다를 서핑하다.' (2005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4) 2019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교육 공론화추진단' 결과보고서 참조

5) '문화예술교육' 드넓은 바다를 서핑하다.'(2005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6) 아르떼 라이브러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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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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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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