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지지씨

온라인으로 이동한 미술시장

이경민

온라인의 역설, 정보의 투명성과 디지털 리터러시



나와 24시간 무선으로 연동된 가상의 시공간. 인터넷과 온라인이 미술 관련 정보를 어떻게 관객과 공유하는지 살펴보았던 미팅룸의 공저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이하 《셰어 미》)은 20세기부터 21세기 초까지 정보와 작품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미술계 움직임을 다루었다. 《셰어 미》가 출간된 2019년 말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한 2020년 3월 11일 이후 지구인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이 없었다면 인류의 삶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온 세상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듯했다. 산업과 교육뿐 아니라 공연도 예술도, 의식주를 비롯한 일상의 거래도 모든 것이 무선으로 연동된 그 시공간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온라인 전환 국면, 진정한 21세기는 2020년부터

국내외 이동이 힘들어지자 온라인회의가 간극을 채웠는데, 온라인회의 플랫폼인 줌(zoom)이 각광 받으며 주가가 3월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팬데믹이 선언된 3월 전 세계 주식은 폭락했으나, 경기부양책으로 시장에 풀린 자금이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으로 이동해 주식투자가 늘고 기술주가 포진한 나스닥(NASDAQ)을 중심으로 다시 반등하며 이후 여러 차례의 조정을 거쳤고, 미국 대선이라는 대표적인 불확실성을 전후해 다시 안정되거나 일부 기술주는 반등하기도 했다. 어떤 산업이든 디지털 또는 온라인 사업모델을 지향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화면 넘어 세계를 마주해야 했던 2020년. 혹자는 진정한 21세기는 2020년부터라고 말한다. “미래가 현재에게 디지털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올해를 기점으로 사고와 활동 무대는 물론, 모두 온라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패스트캠퍼스, 「온택트 시대, 데이터 전쟁이 가져온 산업과 교육의 변화 -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가 전하는 트렌드 인사이트」, 『브런치』 (2020.11.23.), https://brunch.co.kr/@fcb2b/25.


집에서 감상하는 영상 아카이브와 영상 작업의 유통

《셰어 미》의 제3장에서는 미술 지식과 정보, 영상작업을 아카이빙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 6곳을 다루었다*. 그중 라이좀, 우부웹, 더 스트림, 브이드롬, 디스는 비디오 및 미디어, 넷아트 작품을 전편 또는 일부 감상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팬데믹 이후 급증한 온라인 플랫폼의 선구자이자, 온라인으로 영상 작업을 공유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플랫폼과 기관이 참고할만한 사례다.  

글의 말미에는 비디오 작업에 집중하는 럭스와 데이터 에디션을 간단히 소개했는데, 럭스(LUX)는 무빙이미지 관련 아티스트의 활동을 지원하고 작품을 소장, 보존, 배급하는 기관이다. 대여료를 지불하면 일정 시간 동안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관 전시를 위해 고화질의 영상을 유료로 제공하여 작가들이 스크리닝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온라인 전시를 기획하여 전시기간 중 영상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데, 팬데믹 이후 관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이경민, 「동시대 미술의 지식을 생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 미팅룸 지음,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 (서울: 스위밍꿀, 2019), 115-165.


- 럭스의 온라인 전시 리스트 일부 -


데이터 에디션(Daata Editions)은 비디오, 사운드, 웹 작업을 커미션하고 이를 판매하는데, 올해 10월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 비디오작업을 다루는 온라인 아트페어 데이터 페어(Daata Fair)를 처음 개최했고,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기간에 맞추어 12월에도 개최된다. 기존 플랫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온라인 아트페어를 진행함으로써 국제적인 갤러리와 작가들의 비디오 작업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활로를 제공한다.

락다운으로 장기간 문을 닫은 미술기관들은 문이 닫힌 전시공간을 촬영하고 큐레이터와 작가가 대화하는 영상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영상작품을 설치하거나 스크리닝하는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자체 웹사이트나 타 플랫폼을 통해 상영하기도 했다. e-flux와 뉴뮤지엄 등은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한 격리 생활 동안 팬데믹 시대를 사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신작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하기도 했으며, 《셰어 미》의 3장에서 언급했던 작가이자 교육자인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은 뒤셀도르프 K21미술관에서 개인전 (2020.9.26.-2021.1.10.)가 개관 후 11월 폐쇄되자 개인전 준비 과정에 참여한 이들과 작품을 둘러싼 대화를 나누거나, 큐레이터가 락다운으로 관객이 없는 밤의 전시장을 소개하는 등 네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라이브 스트리밍 프로젝트 〈We Will Survive TV-4 Nights at the Museum〉을 11월 네 차례에 걸쳐 상영했다.



- 히토 슈타이얼의 라이브 스트리밍 에피소드 -


이처럼 기관들은 전시공간을 가상현실(VR)로 촬영하고 이에 이미지와 오디오를 더한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하여 온라인에 공개하는 한편, 영상작업이나 라이브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등, 팬데믹으로 이동과 접근이 제한된 공간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려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미술시장의 변화

이처럼 미술계는 일제히 온라인으로 전환했는데, 누구보다도 작가를 홍보하고 작품을 판매해야 하는 미술시장의 주체들(갤러리와 아트페어, 경매사와 온라인 플랫폼 등)은 대규모 기관보다 빠르고 치밀하게 온라인을 활용하고 이에 적응했다. 특히 2017년 데이비드 즈워너가 가장 먼저 선보이고 이후 2018년 가고시안이 소개한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 OVR)은 갤러리와 아트페어가 오프라인 전시를 대체하고 보완하는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전시와 판매를 위한 웹페이지인 온라인 뷰잉룸은 작품 이미지와 정보, 작가의 인터뷰 영상 등의 관련 자료를 온라인에 전시하고, 작품 가격을 대부분 공개하며, 문의를 거쳐 구매로 이어지는 방식을 취한다. 갤러리들은 이와 함께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한다.

미술시장 주체 중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아트페어다. 5일 정도의 기간 동안 수만 명이 방문하는 대형 국제 아트페어는 집합금지명령으로 개최되지 못하거나 2주 자가격리로 외국 갤러리가 참여하기 힘들어지자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온오프라인을 병행했다. 팬데믹 초기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에 구현하는 데 급급했던 아트페어들은 하반기에는 참여 갤러리가 각 갤러리 공간에 온라인 출품작을 소개하도록 권하며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했다. 대형 행사의 규모와 기간을 줄여 소규모 오프라인 페어를 개최하고 참여 갤러리 수와 기간을 압축한 온라인 뷰잉룸을 개최하는 동시에 다채로운 온라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행사를 취소하며 주요 수입이었던 부스비용과 입장료, 기업 후원금이 끊긴 아트페어는 향후 사업모델과 전시방식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경매사는 비교적 팬데믹의 타격을 덜 받았다. 총 낙찰액은 감소했지만 온라인 경매 횟수와 낙찰액은 대부분 증가하거나 폭등했다. 2010년대 온라인 온리 경매사가 대거 생겨나고 대형 경매사 역시 온라인 경매에 투자한 경험 덕이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 같은 주요 경매사들은 온오프라인 경매와 생중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경매를 선보이며 주목 받았고, 온라인 플랫폼인 아트넷과 아트시도 단독 또는 협업 온라인 경매를 진행해 성과를 이뤘다.

마지막으로 미술관 전시를 비롯해 갤러리와 아트페어, 경매사 등의 전시 소식, 작가와 작품 정보를 한 곳에 소개해 거래를 돕고 미술관련 미디어기관 역할도 함께 수행하는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갤러리의 가입과 방문객 수, 작품 거래 규모가 증가했다. 이들은 기존 서비스에서 나아가 아트페어와 경매사와 협업한 온라인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미술시장이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일조했다.


온라인의 역설과 한계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 온라인 전시의 괴리감과 피로감은 매우 크고, 비용을 들여 VR과 AR 등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실제로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성은 따라갈 수 없다. 또한 온라인은 평등한 매체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만연한 양극화 격차는 온라인에서 더 커진다. 이러한 양극화와 불균형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소규모 갤러리들은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을 활용할 것이다. 결국 미술시장은 이 플랫폼과 대형 갤러리, 그리고 몸집이 큰 경매사의 구도를 띨 것이며, 아트페어 역시 새로운 사업모델과 전시방식을 찾을 것이다.


온라인의 가능성

온라인 미술시장이 이끌어낸 가장 큰 성과는 가격과 정보의 투명성이다. 공개된 작품 판매가는 2차 시장인 경매 낙찰가가 대부분이었는데,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들은 작품을 구매하는 데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 갤러리들에게 가격 공개를 독려했다. 이후 1차 시장을 이끄는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온라인 뷰잉룸에서도 대부분 가격을 공개하면서 간단한 절차를 거쳐 가격과 작품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의 투명성은 가격이 형성된 이유와 근거를 관객 스스로 비교하고 리서치하게 하는 교육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관객이 컬렉터가 되는 과정과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을 더 매끄럽게(seamless) 하는 등, 긍정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정보 공유와 디지털 리터러시

이처럼 온라인의 중요한 특징이자 장점은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기능이지만 이에 대해 고민할 지점도 있다. 넘쳐나는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자 디지털 관련 윤리의식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온라인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이슈다. 유용한 정보와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를 가려내는 디지털 문해력은 현재와 미래 세대가 갖출 중요한 능력으로 대두되었다.

미팅룸의 연재 언택트시대의 미술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은 국제연합(UN)이 발표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가지를 소개했다. UN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홍보하는데, 팬데믹 이후 ‘공유하기 전 확인하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TakeCareBeforeYouShare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특히 팬데믹 이후 코로나19와 관계된 근거 없는 건강상식이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주요 선거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믿거나 공유하기 전 사실인지 확인할 것을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sns에 공유한다.



- UN은 ‘잘못된 정보’와 관련된 캠페인을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프로모션한다. -


트위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다양한 sns채널들도 중요한 사안을 다룬 게시물 중 불확실한 정보를 담은 경우, 잘못된 정보나 의도된 허위정보(disinformation)를 가려내고 이용자(게시자와 독자)에게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술계에서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와 관련된 대표 사례는 작품의 진위 및 분실 여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품의 프로비넌스(provenance, 소장이력)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는 나치가 미술품 약탈과 도난을 자행했던 시기(1933-1945년)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미술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도난작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작품 판매 및 구매 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되어 왔다. 구매자는 온라인에서 작품을 직접 확인하기 힘들기에 작품의 진위여부나 상태를 판매자의 설명에 기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를 암호화해 여러 컴퓨터에 동시에 분산 저장하므로 임의로 정보를 조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로 작품을 거래하거나, 작품의 분할소유권, 스마트 계약서뿐 아니라 작품의 기본 정보 및 프로비넌스, 전시이력, 문헌정보, 경매기록, 판매 및 복원이력 등을 아카이빙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영국의 사립기관 미술품분실명부(ART LOSS REGISTER, 이후 ALR)는 전 세계에서 도난, 분실, 약탈된 미술품과 고미술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기관으로, 70만 점 이상의 작품이 등록되어 있다. 주요 경매사와 아트페어는 출품작이 ALR에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하며, ALR은 작품의 프로비넌스를 연구하고, 사법당국과 국가기관의 수사에 협력하고, 원 소유주가 작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 미술품분실명부  -


이처럼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이 위작인지, 이른바 ‘장물’이라고 불리는 분실 및 도난작품인지, ‘잘못된 정보’를 가늠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프로비넌스를 연구하고 제공하는 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나가며

이처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공간을 넘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가능성이다. 하지만 디지털화된 자료를 저장하고 전송하기 위해 구축된 클라우드 서버가 배출하는 탄소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온라인의 정보에는 오류뿐 아니라 거짓도 난무한다.

그럼에도 온라인으로 인한 피로감, 양극화와 불평등, 정보의 오류와 이를 검증하는 전략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온라인의 장점과 가능성은 크다. 작품 감상과 교육, 작품 판매와 작가 홍보, 전시 아카이빙을 위해서 온라인을 기존 오프라인의 연장선상에서 활용하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온라인을 활용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업과 지원 사례, 디지털 리터러시를 둘러싼 윤리와 기술 활용 교육에 이르는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아카이빙하고 공유하는 곳만이 온라인에서 존재를 인정받고 더 많은 이용자에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에서 부족하거나 불가능한 부분을 보조하고 주도할 잠재력이 크기에 미팅룸은 온라인을 둘러싼 시도와 한계, 가능성을 더 깊이 살펴보고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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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 이경민/ 독일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서 여러 전시를 기획, 진행했고, 『월간미술』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국내외 아티스트와 미술인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글을 썼다. 미팅룸(meetingroom.co.kr)에서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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