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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9호 | 『자연에서 노는 아이』 우린 이렇게 읽었어요

삶과 공간의 변화 - 앞당겨진 초연결 사회 속으로의 ㅋㄹㄴ ㅅㅍㅇㅅ의 모험

조은영(경남장유초등학교 교사)


#자연에서 노는 아이 / 고무신. 구지원 글 / 정다운 그림



옛사람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책은 사물(종이)과 글자(텍스트)가 만나 새로운 길로 우리를 들어가게 한다.


‘나에게 책은 읽는 것이 아닌 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교과서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는 있어 보이려 책을 들고 다니다 군생활 동안 무료해서 ‘끝내 글자를 읽고야 말았다’고 했다. 얼마 전 책을 디자인하고 그림을 그리고, 그동안 만들어 온 책 전시를 하기도 했다. 책은 사물로서 또는 텍스트로서 어느 쪽이든 의미 있는 문화 행위로 연결되는 것 같다.


2007년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교사 직무연수에 책놀이 강의를 했던 고무신을 기억한다. 책과 놀이를 연결해 책읽기를 물질적이고 역동적인 독서행위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고무신은 12년 만에 책을 냈다고 보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놀이교과서① 『자연에서 노는 아이』라는 제목이다.


요즘 학교 안에서는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버리고 배움을 키워가자 하는데, 학교 밖에서 어른을 위한 교과서라니 무슨 뜻일까? 놀이를 사물과 글자로 책 속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십 년도 훌쩍 더 넘게 어린이와 놀아온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밖으로 나가면 흔히 만날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바람, 흙, 물, 불, 나무, 돌로 놀이 이야기를 엮었다. 바람이 어떻게 생겨나 아이들에게 오는지, 아이들은 왜 바람이 되고, 바람을 가지고 노는지 풀어 써 놓았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노는 모습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런~ 글자에 갇히지 않고 하나하나 말하듯 글자로 풀어내었구먼!'

오랫동안 고무신이 함께 놀았던 어린 동무들, 그 어린이들의 이야기와 놀이를 자세자세 듣고 담아두었다 쓴 것 같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왔습니다. 물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불은 춤을 춥니다. 바람은 우리 마음을 둥실 띄우고, 흙은 시시각각 모양을 바꿉니다.

나무는 흔들리며 봐 달라 손짓하고 돌은 구르고 깎이고 흩어지며 아래로 향합니다. 아이들은 자연과 놀고 자연은 아이들과 어울립니다.'(머리글)


자연의 소리와 모양을 잘 관찰하고, 아이들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며 저자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잘 놀게 돕는다. 흙에서 놀고싶지만 하늘색 드레스를 버릴까 봐 좀처럼 흙을 만지지 않는 유림이에게 한 걸음 다가가 놀기를 제안한다. 아이들에게 살며시 손을 내밀고 기다렸다가 다시 한 걸음 다가가 놀자고 꼬드기고, 다시 기다리며 끝내 놀이 동무가 된다. 이 책은 자연에서 놀이를 찾고, 아이 스스로가 자연과 이어지는 놀이를 번호를 매겨가며 보여주고 있다.



어렸을 적 산, 들, 강에서 실컷 놀았던 어른도 있고, 제대로 못 놀았던 어른도 있다. 잘 놀았건, 잘 못 놀았건 거꾸로 되돌아가 내 어릴 적 놀이를 꺼내 이 교과서에 비춰보면 어떨까? 어렸을 때 난 무슨 놀이를 하며 자랐나? 그 놀이는 지금 내 세포 안에 어떻게 춤추고 있나?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잘 놀고 있는가?


이 책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에 비춰 어른인 나는 우리 아이들을 잘 놀게 힘껏 등 밀어주는가?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보라고 한다면? 아마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어른이 무척 많을 것이다. 읽었을 때 불편한 책이 좋은 책이라 권정생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불편함을 가득 주는 책, 어른을 위한 교과서, 이런 불편한 책 1권이 나온 뜻은 곧이어서 더 강도 높게 불편한 고민을 던지는 책을 내놓겠단 암시는 아닐까….



이 책은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읽기가 무척 좋았다. 학부모독서동아리에 함께 읽기책으로 1권씩 제공하고, 대면 모임과 온라인 모임에서 한 꼭지씩 읽었다. 주제별 꼭지 글은 15쪽 안팎이고 모두 6개 꼭지라 동아리 공부로 읽기에 매우 적당했다.




‘다섯 살 마루가 양손 가득 흙을 담아 한 발, 두 발. 세 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깁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흙을 옮기는 중입니다.(놀이1)

재아는 할머니가 쓰던 호미로 흙을 보슬보슬하게 만듭니다. 깊이깊이 파고 싶으면 처음에 넓게 넓게 파야 합니다.’(놀이3, 24-25쪽)



‘흙 옮기는 아이’ 꼭지를 읽으며 어릴 적 놀던 기억을 떠올렸다. 흙으로 소꿉놀이하던 일,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동전이며 물건들이 모조리 모래흙 속에 떨어지던 일을 이야기했다. 동동은 놀이터 흙 속에 동전을 몰래 숨겨두고 다음 날 가서 찾아보면 더 깊이 동전이 묻혀들어 찾아내기 힘들던 어릴 적 이야기를 했다. 클로버는 엄마가 되고 지금은 세 아이와 함께 놀이터와 뒷산으로 놀러 나가곤 한다고 했다. 비옷과 장화를 모두 준비해 두고, 비 오는 날이면 비옷을 입고 비옷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비에 묻어 올라오는 흙냄새를 맡으며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흙에 옷과 신발이 더럽혀질까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게, 더럽혀져도 될 옷과 신발로 함께 나가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서로 공감했다. 놀 시간, 공간, 마음이 지금 우리에게 있는지 엄마들은 아쉬워했다.


온라인 모임을 하기로 한 날, 책 저자 고무신을 깜짝 손님으로 초대해 함께 읽기와 책수다를 나눌 행운이 있었다. 이번 온라인 모임에선 ‘나무가 된 아이’ 꼭지를 읽기로 했다. 돌아가며 소리 내어 낭독했다.


스스로 서는 나무는 외로울까? - 1.나무와 이야기하며 놀아요 - 2.나무를 타고 놀아요 - 3.춤추며 내려오는 낙엽과 놀아요- 4.나뭇가지로 놀아요


함께 읽는 사이 놀이 12가지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엄마들이 아이였을 때 나무랑 놀았던 기억, 지금 우리 아이와 놀았던 것, 궁금한 것들로 수다와 질문이 이어졌다.



*프린 : 두 번째 나무를 타고 놀아요 에 보면 ‘우포늪에는 300년도 더 된 팽나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할아버지 나무라 합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나무의 옹이를 밟고 올라갑니다.’(놀이6) 이 글을 보며 궁금한 것이 있어요. 할아버지 나무에 정말 올라 가도 되요? (다들 웃음~)



*고무신 : 저도 실은 주저하며 이렇게 오래된 나무 위에 올라가면 안 되지 않을까? 했지만 아이들은 거침없이 올라 갔구요. 더 중요하게는, 그 마을을 지키는 개똥이책방 우창수 선생님이 아이들 등을 떠미셨어요. “야, 한 번 올라가 봐, 여기서 보는 거랑 달라!” 그래서 아이들은 더 신나게 올라갈 수 있었어요.

아이들 곁에서 어른의 모습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자연과 놀이 앞에서 주저할 때 어른이 “괜찮아!”라며 등 떠밀어 주고, 함께 옆에서 지켜봐 주거나 노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안심하고 놀 수 있다. 아이들과 놀고 싶은 어른들이 ‘자연에서 노는 아이’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손으로 울퉁불퉁 매끈매끈 까끌까끌을 느낍니다. 두 팔 벌려 안아도 봅니다. 손이 닿지 않자, 친구들을 불러 손을 잡고 큰 나무를 함께 안습니다. 나무에 등을 비비는 아이도 있고, 코로 냄새를 맡는 아이도 있습니다.(놀이2) 소나무와 참나무는 다릅니다. 아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와 솔방울 씨앗을 깨물며 나무의 맛을 봅니다.’(놀이3, 71쪽)



*모모: 요즘은 뒷산에 등산 가곤 해요, 다람쥐나 딱따구리를 보게 되면 ‘날씨도 추운데 먹을 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도토리를 한 봉지 주워다 산속 군데군데 놓아주어요. 놓아둔 곳이 있으니까 매번 확인하고, 얼마나 없어졌나? 없어졌네. 어! 이쪽엔 그대로네. 왜 안 먹었을까? 아파트에서 주워왔다고 얘들도 웰빙을 좋아하나. 추측하고 생각하다 보면 나무에서 소리가 들려 자세히 보면 딱따구리 같아요. 나무를 한참 보다가 영상으로 찍기도 해요. 나무마다 새들이 보이고 신기해요, *작당: 모모는 이미 자연에서 잘 놀고 계시네요. 나무를 관찰하다 보니 다람쥐가 보이고 새가 보이고, 또 소리를 듣고 그 모습을 찍고. 그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아이들도 궁금해 자연으로 다가가겠지요.


‘나무 둥치에 귀를 바짝 대고 나무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손바닥을 대며 나무에게 말을 겁니다. 아이들은 나무에게 자기 이야기도 합니다.’(놀이 4, 71쪽)


*정션: 이 대목에서 나무 둥치에 귀를 바짝 대고 나무의 이야기도 듣겠지만,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그래서 위안을 얻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무신: 이 글 속 장소 융건릉에는 사도세자와 정조에 얽힌 이야기가 있어요. 송충이가 기승을 부리며 융건릉에 있는 솔잎을 모조리 갉아먹을 지경에 이르자 정조가 송충이 한 마리를 잡아 꽉 깨물었대요. 그러자 모든 송충이가 솔잎에서 떨어져 내렸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어요. 그리곤 저 소나무에 귀를 대고 뭐라 하는지 들어볼래? 했을 때 아이들은 실제 자기가 듣고자 하는 말을 들었지요. “우리 아빠 괴롭히지 마!”, “나무야, 그 시절엔 왜 살충제가 없어?” 등요. 학교 나무에 귀를 대고 예전에 선배들이 무슨 말을 담아뒀나 들어보기를 해본다면? 아이들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나무에 귀를 갖다 대고, 자기가 듣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판타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놀이로 다가가게 되는 것이죠.


꼭지마다 놀이와 이야기가 이어지고, 내가 읽어내지 못한 생각을 다른 이가 이야기하기도 했다. 질문하는 사이 더 많은 놀이가 끼워 넣어지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어서 숨은 보석을 캐내는 경험이랄까?


고무신이 날리는, 나르는, 지피는, 퍼트리는, 세우는, 던지는 놀이 이야기는 꼭지마다 섬세하게 보고 듣고 놀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선생님이 도와주세요’에서 어른이 준비하고 지원할 것을 생각하고, 예술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장치를 안내한다. ‘구지원의 생각 놀이와 질문’에선 아이들에게 재미나고 엉뚱한 질문을 던져주며 각 꼭지에 대한 생각을 이어주며 마무리한다.


“이 책은 이런 책이야!”가 아니라 “난 이렇게 보았어. 난 이렇게 재해석, 재구조화해 보았어.” 『자연에서 노는 아이』는 이처럼 새로운 각주와 새로운 놀이 방법을 사이사이 끼워 넣어서 부모님이든 선생님이 각자의 놀이 교과서로 만들어 놀 수 있겠다.


‘동생 있는 형이여, 어린애 기르는 부모여, 어린이 가르치는 선생님이여, 원하노니 귀여운 어린 시인에게 돈 주지 말고, 과자 주지 말고, 겨를 있는 대로, 기회 있는 대로, 신성한 동화를 들려주시오. 때때로 자주자주, 어린 동무를 위하여 되도록 국문으로 쓸 터이니, 언문 아는 애에게는 바로 읽히는 것도 좋지마는 되도록 부모가 읽어 말로 들려주는 게 유익할 듯 생각된다.’『정본 방정환 전집 2권』(679쪽)


방정환 선생이 귀여운 어린 동무들에게 돈, 과자 주지 말고, (지금 시대라면 스마트폰, 게임기 사주지 말고) 어린이에게 때때로 자주자주 동화를 읽히기보다 읽어주고, 들려주라고 말씀하셨다. ‘동화’를 ‘놀이’로 바꿔 넣어도 충분히 통하는 말씀인 듯하다. 어린이에게 비싼 장난감과 돈, 과자를 주기보다, 아이에게 혼자 놀라 하기보다, 함께 놀고, 어른 자신이 놀이를 즐기라고 하는 이야기가 이 책 곳곳에 숨어있다. 자연에서 노는 일은 어린이, 어른이 함께하면 더 신나는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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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봄봄/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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