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붓 끝으로 담은 가족사진(김은희님, 장순일)

가족의 그림을 그리며 행복한 모습을 찾아가는 경험

비대면 시대에 문화예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이전의 대면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진심으로 대면한 적이 있었을까요?


‘진심대면’이란 예술가와 문화수용자가 주체 대 주체로 만나 귀 기울여 대화하고, 예술의 가치와 위로를 전달하며, 그 속에서 진심을 주고받는 새로운 문화예술 방식입니다.


'진심대면-한 사람을 위한 예술'에 선정된 서른 네 팀의 수기를 통하여 진심대면의 순간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진심대면의 새로운 소규모 문화예술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나아가 예술의 가치와 본질을 발현시키고 재난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기를 희망합니다.


한 사람, 한 가족의 관객을 마주하는 ‘진심대면’의 순간들을 대면해 보세요.  



 

 “가족을 위한 그림”을 그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자녀들이 외국에서 결혼 생활을 하기 때문에 문 화수용자 선생님은 올해 코로나19로 손녀의 입학식에도 못 가 보고 명절과 생일에도 쓸쓸한 시간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환갑 때 찍기로 했던 가족사진도 못 찍어서 속상해하셨고요. 독일, 호주, 한국 세 나라에 살고 있는 세 가족의 모습을 함께 모인 행복한 모습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공포로 더해져 서럽고 서글픔이 더욱 깊어 삶의 무게가 감당 불가의 무기력으로 치달을 즈음, 동네에서 평상시 마주치면 늘 웃어주던 작가님이 ‘반짝’ 제안, 겨우내 음침한 동장군의 심술에 얼어붙었던 내 마음에 따스함을 느끼게 했다.


 슬픔으로 나누었던 대화. 2018년, 독일로 시집간 딸네 가족과 호주로 장가든 아들, 뿔뿔이 흩어져 살던, GLOBAL FAMILY라며 자랑삼아 말하곤 했던 가족들이 나의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사진’을 남기자고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며느리가 사진작가에게 예약하고, 드디어 촬영 이틀 전, 하지만 내게 서러움에 북받치는 상황이 만들어져 그동안의 외로웠던 것들이 올라왔다. 코로나로 인해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자식들이 있어도 만져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소중한 손녀가 태어나고 재롱부리며 자라가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도 공유 할 수 없어서 그저 선물 꾸러미만 장만해 국제 우편함으로 부지런히 날랐던 서러움들. 아들이 집 장만을 해서 처가에서 분가하여 이사했는데 가 볼 수 없는, 이런저런 아픔들이 서러움으로 폭발하여 사랑하는 딸의 가슴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나 안 찍어. 그깟 가족사진!”




 이리하여 가족사진이 사라져버린 아픔의 대화를 나누었는데……. 작가님이 ‘가족사진’을 그려 주겠다고 했다. 순간 울컥 눈물이 났다.


 올 9월 독일에서 외손녀가 초등학교 입학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서글픈 상황에 울면서 기도했던 나의 심정을 이렇게 감동스러운 선물로 다가와 주어 감사했다. 유명한 작가님의 붓끝에서 살아나는, 독일, 호주, 대한민국 3국의 삶의 터전인 집(House)을 배경으로 의미 있는 행사들이 펼쳐지고, 그 속에 함박웃음 웃는 가족들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눈 앞에 보일 것 같은,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아름다운 가족 사진.




 작가님의 ‘김은희’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 의 마음이 아스라이 스며 있기에,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갈 힘을 충전해 본다. 영원히 거실 중앙에 환하게 걸려 있을 이 가족사진.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이런저런 공모사업이 있었지만 준비할 것이 많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못했었다. 그러던 와중 하반기 “진심대면–한 사람을 위한 예술” 공모에 지원했는데 다행히 기회가 주어졌다.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바이러스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때,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작품을 한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공모 제목을 듣고 많은 분들이 “참 좋다”라고 하셨다. 수용자가 되고 싶다는 분도 여러분이 계셨다. 이렇게 선정되어 함께 작품을 한다는 자체가 서로에게 기쁨 이고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수용자님께 “가족그림 그려 드리기”가 주제다. 어떻게 해야 수용자님의 외로운 마음을 위로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수용자님의 자녀에 대한 그리움을 생각하면서 세 가족의 모습을 되도록 많이 넣는 쪽으로 구상했다. 마을에 함께 살다 보니 코로나임에도 가끔 만나 의견을 듣고 수용자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그림을 구성하려 했다.


 수용자님이 사진 자료를 잘 전해 주셔서 그림을 구성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그림 진행과정에서 가족을 직접 뵙지 못해 사진만으로는 얼굴 묘사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수용자님이 꽃을 좋아하셔서 식물을 채집했던 경험을 살려 가족 주변을 꽃으로 장식해 드렸다. 그리다가 잘 안 되면 수용자님께 보여 드리고 의견을 들었다. 수용자님을 위로해 드리는 작업이니 원하시는 쪽으로 하고 싶었다.


 수용자님은 “괜찮아, 괜찮은데 잘 돼 가고 있어”라고 말씀해 주시면서 힘을 보태셨다. 그 한 말씀에 제 자신이 위로받고 용기를 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진심대면-한 사람을 위한 예술”은 문화수용자뿐만이 아니라 작업을 진행하는 예술가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함께 뜻을 맞춰 뭔가를 성취하는 것이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더 많은 진심대면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께서는 지지씨, 네이버, 유튜브에서 '진심대면'을 검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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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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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 속 문화예술계 지원 및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