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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30호 | 비영리활동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싶다면, 공유라이선스로 지식과 경험을 확대하라!

비평의 자격과 문화예술교육




  1992년에 태어난 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팽창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한복판에서 태어났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익숙하고, 대부분의 가치는 ‘돈’으로 매겨지며, 성공한 사람은 ‘부자’이고, 그 부자가 되기 위해 일인자가 되어야 하는 경쟁 사회에서 자랐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사회에는 늘 의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왜 우리는 서로를 경쟁 상대로 보아야 하는가?”, “왜 사회가 정한 성공이란 잣대에 맞춰 살아야 하는가?”,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잘 살 수는 없는 것인가?”라는 고민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공유 경제’, ‘지식 공유’라는 개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공유 경제와 디지털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 중 하나가 ‘오픈 라이선스(자유 라이선스, 공유 라이선스)’다. 한국에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콘텐츠를 활발히 사용하는 세대에게는 인지되어야 할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오픈 라이선스’란 개념과 그 필요성을 잘 정리한 <민간 재단의 저작권 라이선싱 정책, 실천 그리고 영향력에 대한 보고서, 하버드 버크맨 센터 발행, 2009(An evaluation of private foundation copyright licensing polices, practices and opportunities)>의 내용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그리고 설명하기에 앞서, 이 보고서는 개인이 아닌 비영리 및 공공 재단의 ‘오픈 라이선스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린다.



오픈 라이선스란 무엇인가?

우리는 ‘All rights reserved’란 표기에 익숙하다. 이는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표시다.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달로 수많은 무형 콘텐츠들이 생겨나면서 그 쓰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디지털 콘텐츠는 검색, 사용, 복사, 공유, 수정 등이 매우 쉬우므로 저작물 사용 범위에 대한 사전 공지는 매우 중요하다.


  ‘오픈 라이선스’는 내가 만든 저작물을 다양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저작자의 허가를 따로 받지 않아도 창작물을 열람, 수정, 공유, 재배포,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표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한 권리까지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으나, 대중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인류의 지식과 배움에 기여하는 것이다. 오픈 라이선스화는 All rights reserved(모든 권리 보유)가 아닌 Some rights reserved(부분 권리 보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왜 공유(오픈)해야 하는가?

  무료로 자료를 공유하면 우리는 자연히 투자자와 저작권자가 입는 ‘손해’에 대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연구 노동과 자본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은 채 누구나 읽고, 수정하고, 복사하고, 재배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오픈 라이선스(공유)를 통해 창출하는 가치가 투자된 가치보다 훨씬 크며, 되려 혜택이 많다고 말한다. 과연 어떤 가치를 말하는 걸까?


  비영리와 공공 재단들은 아이디어 개발, 창작이나 연구 등에 투자하고 결과물을 생산한다. 이들이 투자하는 이유는, 문화예술재단의 경우, 문화예술계 활성화와 문화예술인의 복지를 위함도 있지만 크게는 사회 기여, 더 나아가서는 인류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재단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대중에게 공유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오픈 라이선스는 이러한 작업물, 소프트웨어, 연구자료 등을 널리 빠르게 보급될 수 있게 하며 그 자료를 기반으로 2차, 3차의 새로운 창작물들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가치 창출을 일으킨다. 또한, 제약 없는 공유를 통해 다른 재단이나 참여자들이 같은 주제에 투자 및 작업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오픈 라이선스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셔틀워스재단(The Shuttleworth Foundation)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사업 초기부터 저희는 지원하는 모든 결과물을 오픈 라이센스화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셔틀워스 소속 연구자(창작자)들과 파트너들이 만든 자료들을 사람들이 쉽게 쓰고, 각색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활동이 바이럴 임팩트를 가지길 바랐고, 오픈라이센스화는 그 길을 걷기 위한 첫 단추였습니다.”


셔틀워스재단은 콘텐츠 사용에 제약이 있으면, 관련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거나 아예 연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재단이 투자한 질 좋은 콘텐츠, 테크놀로지, 연구 자료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그 잠재된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비능률적인 허들을 없애야 자료의 쓰임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은 규모의 연구나 블로그 포스팅, 팟캐스트, 사진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갈 만한(공유 지식) 가치를 잠재하고 있는 자료들에 특히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단이 수천, 수억 원을 들여 고품질의 자료를 만든다 한들, 사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 자료가 ‘읽기’만 가능한 것인지, 그 이상이 가능한 것인지 모를 수 있고요. 이러한 자료들에 *크리에이티브 커먼(Creative Common, CC)과 같은 오픈 라이선스를 적용한다면, 유저들은 자료들을 어떤 조건 아래서 사용할 수 있는지 명료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자료가 더 넓고 창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같은 돈으로도 훨씬 더 큰 가치를 불러일으키고,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겠죠.”


덧붙여, 이러한 가치 창출은 개인 저작권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작업이 넓게 보급되면, 이 자료를 만든 사람으로서의 위치를 갖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퍼스널 브랜드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추후 저작권자의 생계수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The Shuttleworth Foundation(셔틀워스 재단) : 남아프리카 출신 사업가인 마크 셔틀워스가 2001년에 만든 재단으로, 사회 변화, 사회 혁신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https://shuttleworthfoundation.org/


*Creative Common(CC) : 2001년에 세워진 단체로, 창작자와 사용자가 오픈 라이선스를 쉽게 이해 및 적용할 수 있도록 여러 기준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약 250만 개의 자료들이 CC 라이선스를 적용한 바 있으며, 사진 웹사이트 ‘플리커’에서만 100만 개의 CC 라이선스 사진들이 보급되고 있다. https://creativecommons.org/



오픈 라이선스화를 망설이는 이유

본 보고서에서는 오픈 라이선스 적용을 망설이는 이유로 아래와 같은 예시가 있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
1. 기존에 대한 관성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저항 2

. 저작권자가 수익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3. 자료 아카이빙 및 유지 비용에 대한 우려

4. 혹시 모를 인권 침해

5. 전통 및 토착 문화 침해

6. 기밀, 익명, 전매 등의 데이터 침해

7. 배포에 대한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8. 새로운 개념에 대한 법적인 문제


  위와 같은 우려는 분명 재단 혹은 저작자가 오픈 라이선스화를 시행하기 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실제 문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본 보고서의 결론이다. 대부분 ‘오픈 라이선스’라는 새로운 개념과 가치에 대한 이해가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충분히 완화될 수 있는 지점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재단(혹은 창작자)이 오픈 라이선스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과 이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Creative Common, CC)이 제공하는 단계별 기준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CC가 제공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귀속(Attribution) : 저작권자에 대한 크레딧(언급)을 하는 것에 한해, 저작물에 대해 복제, 배포, 개시, 실행 그리고 재구성을 허락하는 것.

- 비영리적 사용(Non-commercial) : 저작물의 비영리적 사용만을 허락하는 것. 비영리적 활용에 한해 복제, 배포, 개시, 실행 그리고 재구성이 가능하다. 영리적 사용을 원할 때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따로 요청해야 한다.

- 함께 공유(Share alike) : 저작물을 재구성 및 배포할 수 있지만, 재구성된 자료 또한 기존 저작물이 적용한 CC 라이센스와 동일하게 적용하여 배포해야 한다.

- 파생 불가(No derivatives) : 저작물을 복제, 배포, 개시, 실행할 수 있지만, 수정 및 재구성은 불가한 것. 수정이나 변형 등을 원할 시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따로 요청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에 오픈 라이선스가 필요한 이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교육’은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분야이지만 변화가 더디다. 새로움을 받아드리고 발맞춰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문화예술교육’이 지닌 창의성과 실험적인 성질은,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픈 라이선스’ 즉 공유됨의 가치는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의 시대적 역할과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좋은 툴로, 교육 분야을 더 넓고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임이 분명해 보인다. 우수한 자료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문화예술교육자 혹은 창작자가 갖춰야 하는 미덕은, 새로운 방식과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드리는 혁신적인 태도와 함께 발전해나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인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 공유 사회로 다가가고 있는 지금, ‘오픈 라이선스 상용화’를 통해 각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것의 가치와 힘을 회복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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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진 '지지봄봄' /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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