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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2021 기획전《오픈코드. 공유지 연결망》 Open Codes. Networked Commons

2021-07-10 ~ 2021-10-24 / 2021.7.10-2021.10.24


▶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디지털 코드로 구축된 세계로 바라보는 전시

▶ 삶의 기반은 물론 예술 매개 방식이 대거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 지금, 디지털

    공유지를 매개하는 연결망으로서의 미술관 역할을 확장하는 개방적인 전시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는 7월 1일부터 10월 24일까지 기획전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을 개최한다.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디지털 코드로 구축된 세계로 바라보는 전시로 컴퓨터와 소통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자질이 된 오늘날, 코드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축된 세계를 매일 마주하면서도 표면에만 머물렀던 사용자 경험에서 벗어나, 컴퓨터 코드의 본질과 창의적 속성을 새롭게 감각하고자 하는 시도로 기획되었다.


컴퓨터 코드의 본질과 창의적 속성을 새롭게 감각하고자 하는 시도로 기획

전시는 둘 이상을 매개하는 미디어로서 컴퓨터 언어에 주목하는 동시대 작가들과 함께 매끄러운 화면 너머 다른 장면들에 주목한다. 13명(팀)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작업 궤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코드를 사용하며, 코드와 언어 간의 상호작용을 새로운 시선으로 탐구한다. “한쪽에는 인문학자와 언어학자가, 반대편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들이 있는 풍경,”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영역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프로그래밍 코드와 언어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전지구적인 영역에 걸쳐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소리, 영화 등 모두 디지털 코드로 변환되어 데이터로 존재한다는 것이 이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오늘날 기술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언어뿐 아니라 코드와의 교섭을 꼽는 연구자들의 평가는 언어와 코드를 함께 사유하고 이와 연동한 오류를 끊임없이 수정하는 작업이 요구된다는 점을 방증하며 이 전시의 배경이 된다.


특히, 디지털 소외와 양극화, 플랫폼 노동 등 팬데믹으로 세계의 표면 아래 감춰진 문제들이 드러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술 매개와 지식 공유 양식을 바꾸어 놓은 지금,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은 네트워크화 된 디지털 공유지의 가능성을 향한 전시이자 교육 실험이다. 삶의 기반은 물론 예술 매개 방식이 대거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 지금, 전시는 인터넷의 힘에 주목하는 한편, 미술관 현장에서 이동과 만남에 새로운 의미를 환기하며 공유지로서의 정체성을 발현한다. 이를 위해 코드를 기반으로 한 예술 창작, 배움과 논의가 한데 일어나도록 설계한 전시 공간에서 관객의 참여는 전시를 구성하는 주요한 네트워크가 된다.


2017년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센터 ZKM을 시작으로 인도, 스페인, 중국 등 여러 기관을 거쳐 온 《오픈 코드》의 대미를 2021년 백남준아트센터 공동기획으로 마무리한다.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수년간 이어온 공유지로서의 미술관 연구에 기반한 기획으로, 사회의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태계의 일부로서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하는 개방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오픈 코드》 연계 프로그램


#넘치는 사랑으로

서울익스프레스 퍼포먼스, 안무가 조형준 협업

#월간 탁구

BNAG <플레이>에서 열리는 월간 탁구 토너먼트

#카페 소모임

백남준아트센터 카페 자율 모임

#사운드 픽토그램 @오픈 코드

배인숙의 웹 프로젝트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채집된 소리의 픽토그램 그리기

#위키데이터 카드 게임

블립트랙의 작품을 통해 생성한 카드로 즐기는 탑트럼프 게임

#오픈 북마크

전시 주제 도서 열람하고 북마크 공유

◦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 확인 https://njp.ggcf.kr


백남준아트센터 2021 기획전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

기간  2021년 7월 1일(목) ~ 2021년 10월 24일(일)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시간 7~8월 오전 10시~오후 7시, 9~12월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 추석 당일 휴관)

관람 무료관람 / 사전예약제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기획 김윤서, 리비아 놀라스코 로자스, 크리스티안 뢸케스

참여작가

김승범, 마틴 나달 & 세자르 에스쿠데로 안달루즈, 페터 바이벨 & 크리스티안 뢸케스, 박미 나, 배인숙, 백남준, 베른트 린터만, 블립트랙, 서울익스프레스, 세바스찬 슈미크 & 실비오 로 루소, 언메이크랩, 코넬리아 졸프랭크, BNAG

주최·주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 ZKM

후원  독일문화원

협찬 루밍, 비트라, 엑시옴, 우란문화재단, 산돌구름

문의 https://njp.ggcf.kr



주요 작품 

1) 베른트 린터만, 페터 바이벨 , 〈YOU:R:CODE 〉

2017, 다채널 프로젝션 인터랙티브 설치, ZKM 소장,©ZKM | Karlsruhe and Jonas Zilius


〈YOU:R:CODE〉는 《오픈 코드》 전시를 여는 작업이다. 이 제목은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먼저 “당신의 코드(your code)”라는 뜻으로, 관람객은 여러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된 자신의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에 막 들어서면 관람객은 우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익숙한 이미지를 마주한다. 스스로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에 가까운 가상 이미지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점차 디지털 데이터- 신체로 변형되면서 급기야 산업용 판독 코드로 축소되고 만다. 〈YOU:R:CODE〉 제목을 읽는 두 번째 방식은 “당신은 코드다 (you are code)”이다. 유전자 암호처럼 우리 자신이 코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유전 코드는 생명 알고리듬을 구성하며, 탄생부터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지 결정한다. 오늘날 연구 프로젝트에서 합성 DNA 가닥은 디지털 데이터의 장기 저장소 역할까지 한다. 또한 데이터 분석가나,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우리 일상에 지침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인공지능에게도 우리는 그저 센서 데이터 형태로, 인간이 남기는 전자적 흔적과 표현을 통해 매개된 방식으로만 인지된다. 그들에게 우리는 코드인 것이다.


2) 백남준,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



1995, 동판화, 86 x 71 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Nam June Paik Estate


백남준이 자신의 “전자 초고속도로” 개념을 적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이집트의 화강암 석판인 로제타석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로제타석은 기원전 196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법령을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와 민중문자, 그리고 고대 그리스 문자 등 세 가지 언어로 새겨 놓은 돌이다. 고대 언어의 해석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적인 유물로부터 백남준은 정보를 저장하여 전달하는 가장 오래된 미디어로서의 언어가 해독해야 하는 코드라는 점에 착안하였다.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 상단부에는 백남준이 즐겨 그리던 텔레비전, 부처, 자동차, 위성 등의 드로잉이 마치 상형문자처럼 이어지고, 하단부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영상에서 발췌한 스틸 이미지들이 드로잉의 대구처럼 이어진다. 가운데 부분에서 백남준은 자신이 비디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플럭서스 예술운동의 의의, 음악과 시간의 문제, 자신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예술가들과의 관계,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생각 등을 기술하고 있다. 자신의 예술 이력을 암호화하듯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를 섞어 축약적으로 기록함으로써 백남준은 인터넷처럼 전 세계가 연결되는 정보망에서 언어가 다시 디지털 코드화 되어 통신되는 방식을 암시하였다.


3) 블립트랙, <위키데이터 카드 게임 생성기> 



2019, 소프트웨어 기반 온라인 프로젝트, ©Bleeptrack


위키피디아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팅의 시대에 지식을 민주화하려는 시도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매 순간 생성되어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와 정보에서 지식을 뽑아내는 일이 매우 어려워진 시대의 온라인 오픈소스 백과사전인 것이다. 위키피디아와 그 자매 프로젝트인 위키데이터, 위키여행, 윅셔너리 등은 거대한 자원이자, 통계, 데이터 시각화,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셋이다. 위키데이터는 인간과 기계 모두 읽고 편집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데이터의 중앙 저장소처럼 작동한다. 이를 활용한 〈위키데이터 카드 게임 생성기〉는 ‘탑 트럼프’ 게임을 할 수 있는 맞춤 카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먼저 한 가지 주제를 떠올려 검색창에 입력한다. 그런 다음 제시된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하고 ‘생성’ 버튼을 클릭한다. 게임 생성자는 위키데이터로부터 항목들을 가져오는데, 이는 정해진 주제에서 파생된 임의의 하위 분류값들이다.


4) 페터 바이벨, 크리스티안 뢸케스,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



2018, 데이터 설치, ZKM 소장,©ZKM | Karlsruhe and Uli Deck


수술실, 집, 사무실, 증권거래소, 공항, 기차역 등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스마트폰, 컴퓨터, 스크린과 같은 어마어마한 수의 전자 인터페이스가 자리잡았다. 이는 해와 달, 별이 이끌어 주던 길을 이제는 인공위성을 비롯한 기술적 장치들이 대신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별이나 해의 위치를 보고 방향을 읽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디지털 기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디지털 기기들은 지평선 위로 솟은 이동통신 기지국이나 우주의 인공위성이 보내는 정보를 수신하고 있다.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 설치는 의도적으로 과장된 방식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24시간 내내 함께하는 이 데이터의 장에 직면하도록 한다. 데이터 필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모든 정보는 네트워크와 현실 세계에서 빚어지는 우리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정보를 25개의 스크린에 모아서, 데이터 클라우드처럼 전시장 공중에 설치한다.


5) BNAG, <플레이> 


2016/2021, 래커도장 MDF, 우드빔, 플렉시글라스, 탁구 네트, 274 x 152 x 76 cm,©ZKM | Karlsruhe and Jonas Zilius


〈플레이〉는 단순한 탁구대이다. 그러나 이 탁구대의 색깔과 표면은 탁구의 원형을 게임에 임하는 양측이 서로 경쟁한다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테이블 표면의 채색으로 기존의 탁구대 표식을 추상화하여, 실제 게임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에 더해 즉흥적인 플레이를 끌어낸다. 이를 통해 친숙한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며, 플레이어들이 창조적으로 행동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한다. 동시에 〈플레이〉는 시합 수준의 게임도 가능하도록, 탁구대에 관한 유럽 표준 요건인 DIN EN 14468을 준수하여 제작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특전을 제공하는 것은 최근의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사무실에는 식물이나 다채로운 가구들로 꾸민 다양한 레저 시설들이 제공되며, 그중에서도 탁구대는 업무와 여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6) 코넬리아 졸프랭크, <넷.아트 생성기>



1997- , 웹프라우저, 소프트웨어 기반 인터랙티브 작업,©J image produced by net.art generator


〈넷.아트 생성기〉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모으고 조합하여 새로운 웹사이트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익숙한 WWW-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는 검색 용어로 기능할 제목과 제작자로서 이름을 입력한다. 검색 결과로 나오는 이미지나 웹사이트는 최근 결과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온라인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1997년부터 7명의 프로그래머들과 협업하여 nag_01부터 nag_05까지 5개 버전의 〈넷.아트 생성기〉를 구현했다. 〈넷.아트 생성기〉의 전신은 〈여성의 확장〉 프로젝트이다. 〈넷.아트 생성기〉가 다루는 문제들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도 풀 수 있겠지만, 이 프로젝트의 프로그래머들은 모두 스크립트 프로그래밍 언어인 펄을 선택하였다. 이유 중 하나는 펄이 무료 소프트웨어로서 다른 무료 소프트웨어들과 호환이 가능하여 해커들이 즐겨 사용한다는 점일 것이다. 더 나아가 CPAN(종합 펄 아카이브 네트워크)이 보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수의 모듈을 〈넷.아트 생성기〉의 기본 요소로 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3년부터 〈넷.아트 생성기〉의 코드는 모두 오픈소스 라이선스인 ‘GNU 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 (GNU GPL)’에 따라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다. http://net.art-generator.com


7)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 × 백남준아트센터 × 김승범, <디지털 코드의 계보학> 


2017/2021,©Goethe-Institut Mumbai, India and Anil Rane


〈디지털 코드의 계보학〉은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컴퓨터 기술 개발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이진 코드 개발, 초기 컴퓨터, 최초의 신경망, 현대 컴퓨터 및 인공지능 개발 등 디지털 코드의 역사가 전체 벽을 따라 펼쳐지고, 관객은 타임라인을 따라 기록을 시각화하는 짧은 비디오를 볼 수 있다. 〈디지털 코드의 계보학〉은 2017년 ZKM에서 페터 바이벨의 개념을 여러 스탭들의 참여로 구현하고, 제프리 쇼의 〈리니어 네비게이터〉(1999)로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선보였다. 2021년 백남준아트센터는 김승범에 의뢰해 〈디지털 코드의 계보학〉 한국 버전을 추가했다. 국내 컴퓨터 도입의 사건, 디지털 코드의 예술적 시도, 유저를 위한 언어, 이메일, 워드프로세서 등 커뮤니케이션 도구, 모든 학생을 위한 코딩 교육과정의 변화를 담았다. 김승범은 소비자로서 유저가 아닌, 컴퓨팅으로 표현하고 창작하고자 했던 유저에게 디지털 코드가 미친 영향과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의 디지털 코드 계보학을 추가했다. 한국 계보학에서는 신기술을 개발한 사건들보다는 코드를 매개로 한 전환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8) 김승범, <완벽한 원을 그리는 법> 


싱글채널비디오, 7분 30초,©SeungBum Kim


〈완벽한 원을 그리는 법〉은 “컴퓨터는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는 과거 비개발자를 배려한 어느 그래픽 코딩 환경에서 원(circle)을 그리기 위해 타원(ellipse)이라는 어휘를 제공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사용자들은 원을 상상하면서도 타원이라 불렀고, 그것에 특별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컴퓨터와는 약속한 규칙을 지켜야하고, 그 결과는 누구보다 정확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김승범은 프로세싱 계열 언어에서 이후 추가된 “circle( )” 명령어가 효율성을 위해 기존의 “ellipse( )” 명령어를 덮어씌워 만들어진 것을 보며, 컴퓨터는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없기에 원(circle)이라는 어휘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절대적으로 완벽한 원이 없다면, 사용자로서 완벽한 원을 그린다는 것은 (코딩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찾는 과정에서 다른 관점으로 코딩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2020년,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신혼부부 가구에 대한 조건문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한 〈신혼부부의 조건을 코딩해보았다〉 작업에 이어,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정의와 사용자 언어의 변화를 코딩으로 실행한 김승범의 신작이다. 논리로 실행하는 코딩 언어의 특성과 감수성에 기반한 고쳐쓰기의 과정을 통해 세계관의 변화를 포착하고, 사회를 채우고 있는 기술 매체를 다르게 읽고 생각할 계기를 제안한다.


9) 마틴 나달 & 세자르 에스쿠데로 안달루즈, <비터코인, 최악의 광부> 



2016, 계산기, 싱글채널비디오, 3분 14초,©ZKM | Karlsruhe and Jonas Zilius


비트코인은 원래 금융 거래를 위한 전자적 분산 시스템으로 구상되었다. 피어 투 피어(P2P)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각각의 노드(사용자)는 거래를 승인할 때마다 보상을 획득할 기회를 동등하게 갖는다. 최근 몇 년간 이 시스템은 컴퓨터 연산 능력의 치열한 경쟁을 촉발했다. 비트코인을 얻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이 컴퓨팅 능력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강력한 성능을 갖춘 장비와, 물리적이고 환경적인 자원을 쓰는 서버 팜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경쟁은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이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싸움이 됐다. 블록체인 내에서 대기 중인 거래를 승인할 목적으로 해킹되어 채굴자로 둔갑한 낡은 연산장치인 〈비터코인〉은 이와 같은 내용을 수사적으로 담고 있다. 〈비터코인〉은 가장 기초적인 컴퓨터 수준으로 작동하면서 비트코인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거의 무한대까지 늘린다.


10) 언메이크랩, <유토피아적 추출>




2020, 3채널 비디오, 돌, 웹캠, 컴퓨터, 실시간 객체인식 AI 시스템, 백남준아트센터 소장,©Unmake Lab


〈유토피아적 추출〉은 동명의 영상과 더불어 〈생태계〉, 〈시시포스 데이터셋〉, 그리고 1개의 설치 〈신선한 돌〉로 구성된 4개의 작업을 통칭한다. 〈유토피아적 추출〉은 사대강 사업으로 생성된 거대한 모래산, 간척 사업에 사용할 토석을 조달하기 위해 파헤쳐진 새만금 해창석산 등의 현장이 담긴 32분 길이의 영상 기록이다. 언메이크랩은 인간의 목적에 따라 추출, 변형되면서 결국 엇비슷한 모습을 갖게 된 자연의 현장을 배회하고 그 곳에서 외곽이 깨어진 돌들을 가져왔다. 언메이크랩은 옮겨온 돌들을 “돌의 입장”에서 역사와 여정, 인간의 욕망을 저장한 미디어라고 보고, 돌 이미지들로 데이터셋을 구성했다. 인공지능 학습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적은 데이터의 양을 부풀리는 전처리 과정, 데이터 증강을 거쳐 25장이 1만장의 데이터로 증폭되었고 작가는 이를 ‘시지프 신화’에서 착안한 ‘시시포스 데이터셋’으로 명명한다. 이 데이터로 이루어진 영상 〈시시포스 데이터셋〉, 인공지능의 시각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영상 〈신선한 돌〉에 등장하는 돌은 인간 중심적 서사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기술을 탈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은유다. 또 다른 영상 〈생태계〉에서는 작가 스스로가 퍼포머로 등장하여 이리저리 몸짓을 바꾸는 동안 이를 얼룩말, 쿠션 등 각기 다른 객체로 읽어내는 인공지능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언메이크랩은 인간의 인식체계 바깥에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의 “참신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11) 배인숙, <비트 스텝> 



2021, 센서, 컴퓨터, 90 x 400 cm,©Insook Bae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완성되는 〈비트 스텝〉은 작가가 팬데믹으로 이동이 위축된 날들을 보내면서 사람들의 움직임, 걸음에 주목해 이를 구현한 측정기이다. 관객은 걷는 행위로 작업에 참여하고, 각자의 걸음 속도는 작가가 고안한 시스템에서 음악적 데이터 BPM 으로 치환된다. 결국, 자신의 걸음 데이터의 사용을 허락하는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비트 스텝〉은 관객이 걸으면 걸을수록 더 많은 숫자 정보를 누적한다. 〈비트 스텝〉 측정 결과, 각 참여자의 발걸음 속도와 유사한 BPM 값에 해당하는 음악 정보가 모니터에 제시된다. 작가는 백남준아트센터에 직접 방문한 관객으로부터 경제적으로 효용없는 발걸음 데이터를 취득하는 작업을 통해 넘쳐나는 데이터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개인 정보의 일상적인 유출을 은유한다. 동시에,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연 미술관에서 걷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작업을 통해 이동과 만남에 새로운 의미를 환기한다.


12) 박미나, <11111222222233333333333333333344444455566666677788888999990000>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 x 600 cm, ©MeeNa Park


‘딩뱃’은 글자를 그림으로 치환한 폰트로 박미나의 그림에서 주재료로 사용되었다. 딩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모든 문자가 컴퓨터에서 일관되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한 유니코드로, 다국어 환경에서도 형상을 매개로 서로 호환 가능한 특징이 있다. 쿼티 자판과 딩뱃이라는 두 가지 매트릭스의 중첩에 주목한 박미나의 ‘딩뱃 회화’는 제목의 숫자들을 자판에 입력했을 때 나온 딩뱃 이미지를 한 화폭에 그린 것이다. 작품 제목이 가리키는 것은 그림과는 전혀 다른 까닭에 해독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0부터 9까지 숫자 자판을 두드리며 다양한 그림 문자를 호출하는 작가의 작업 과정을 상상할 수 있다.


13) 세바스찬 슈미크 & 실비오 로루소 , <플랫폼 유령>



2020/2021, 금속 프레임, 스마트 글래스, 컨트롤러, 프로젝터, 컴퓨터, 커스텀 소프트웨어, 스피커, 네온관,©Drugo More and Hrvoje Franjić


〈플랫폼 유령〉은 디지털 플랫폼과 유사하게 다양한 차원의 투명성과 불투명성을 조절하는 공벽 구조로 되어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혹은 그것에 의해서 관리되는 사적 관계, 노동 관계의 감정적 차원을 강조하는 작업으로, 특히 작가들이 ‘플랫폼 유령화’라 부르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유령화된 사용자와 플랫폼들 간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면서 어떤 독백을 들려준다. 서너 개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쳐 우울한 비가(悲歌)로 조합해낸 것으로, 인공지능이 작곡한 사운드트랙과 함께 재생된다. 플랫폼들은 사용자를 유령화 하기 위해 알고리듬 운용과 결합된 다소 복잡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러한 기술 중에는 일시적 중지, 갑작스러운 계정 정지, 상단 검색 결과에서 삭제, 누군가의 타임라인에서 특정 사용자의 콘텐츠가 보이지 않도록 해당 사용자 모르게 삭제하는 조치 등이 있다. (이를 보통 “섀도 밴”이라 부른다.) 〈플랫폼 유령〉은 특정한 맥락 속에서 오직 ‘고스트’로서만 존재하는 군중들(노동자, 시민 등)을 만들어 내는 스마트 시티의 근미래를 예견하는 작품이다.


14) 서울익스프레스 



2021, 컴퓨터, 디스플레이, 커스텀 소프트웨어와 엔클로저, 피지컬 인터페이스, 인쇄 이미지, 가변크기, ©Seoul Express




“Hello World!” 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보는 예제이다. 이 코드는 일종의 환영 메시지이자 그것을 보내는 주체가 작성자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로 전이되는 과정의 경험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풀에서 이미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된 이미지의 메타 데이터, 연관 검색된 정보 등이 파라미터로 적용된 Hello World!를 출력한다. 관객은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코딩하여 Hello World!의 “세계”를 파편적 이미지와 장면으로 구성한다. 픽셀 덩어리인 디지털 이미지들의 순서와 조합, 연결에 따라서 창발되는 의미에 주목한 작업으로, 뉴스, 소셜 네트워크, CCTV 등 여러 API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이미지의 표상과 나열, 그 뒤에 숨은 데이터들이 작동하여 Hello World! 라는 출력물이자 새로운 그래픽의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제시한다. 이 텍스트는 최종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세계를 마주하고, 구성하고, 확장하는 ‘코딩’이라는 일련의 과정과 행위의 은유로도 해석된다. 이로써 코드는 하나의 서사, 이야기를 구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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