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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퍼플

박제성 개인전 <춤과 노래>

2023-09-08 ~ 2023-10-21 / 갤러리퍼플 스튜디오 입주작가 개인전

박제성(JE BAAK) 작가는 동양철학과 현대과학의 개념들에 근거하여 감각과 인식의 간극과 인간의 주체성을 주제로 미디어, 설치, 조각, 사진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한다. 최근에는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에 대한 질문을 A.I., VR, AR, Robot, 뇌파인식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풀어내고 있다. 미술관, 갤러리 등 전통적 미술 공간을 넘어 공공미술, 공연 등 폭넓은 소통의 형태를 탐구하고 공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과의 협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의 영역을 모색한다.


이번 전시 <춤과 노래>에서 박제성 작가는 우리 삶에 큰 변화와 혁신을 가져다 주고 있는 인공지능을 기술이 아닌 협업자로 정의하고 그와 함께 작품을 제작한다. 이 과정은 언어를 행위로 전환시킴으로써 의미를 제거하고 논리와 이성에 균열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수무>, 8min 32sec, 6984 x 1200, Stereo Sound, 2023

-3D Design, Sound Design : 연준성 -Vocal(정가) : 최여완

-This work i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MSIT) (No. RS-2023-00219429)


<수무>에서 작가는 최근 출시된 인공지능 모델인GPT4에게 물과 몸의 만남을 주제로 시를 쓰게 하고, 이 시를 손으로 적는 신체적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작가의 손끝의 움직임은 센서를 사용한 모션캡쳐 기술을 통해 디지털화된 후 액체 물리 시뮬레이션을 거쳐 마치 물방울이 춤을 추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퍼지며 흘러내리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작가는 이 장면을 분절, 복제, 반복하여 영상작품으로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주체는 작가와 A.I.를, 창조물의 형태는 실재하는 물리적 행위와 가상의 시뮬레이션 사이를 넘나든다. 마치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소통하며 협업하듯, 작가와 A.I.는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방의 작업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던 언어의 의미는 제거되고 춤과 같은 순수한 움직임만 남게 된다.


작가와 A.I.가 함께 쓴 시는 또한 한국의 전통 성악곡인 정가로 표현된다. 정가는 매우 느리게 연주되며 음절 간의 간격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시의 뜻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의미를 가졌던 시는 노래로 변환되면서 목소리와 공기의 진동이라는 물리적이고 촉각적인 요소, 그리고 소리를 내는 행위 자체가 된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 기반한 정가의 발성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생명체의 신체적 리듬과도 연결시킨다. 또한 시와 글씨, 그림으로 같은 내용을 표현하고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작품의 방식은 시서화의 일체를 추구하는 문인화 전통과도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GPT4라는 가장 최신의 기술을 예부터 이어져온 정신과 만나게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삶의 과정, 시간, 공간을 배분하게 될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노동과 삶의 가치들을 재정립하게 될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지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기억색 42703202>, 1min 43sec, 1080p HD, Stereo Sound, 2023

-Technical Director : 김성현

-This work i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MSIT) (No. RS-2023-00219429)



<기억색, 62703202>, 3min 21sec, 1080p HD, Stereo Sound, 2023

-Technical Director : 김성현

-This work i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MSIT) (No. RS-2023-00219429)


<기억색> 시리즈는 인공지능을 통해 영상과 텍스트를 결합시킴으로써 인공지능이 가진 기억을 탐구한다. 기억색은 과거의 기억이 색깔의 체험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바나나 모양으로 오려진 회색 종이를 어두운 곳에서 보면 노란색으로 보이는 경험 등에 해당한다. 작가는 책이나 신문을 쌓거나 펼치고 소지품들을 바닥에 내려놓는 등 무의미한 일상적 행위를 영상에 담는다. 그리고 이 영상과는 관계없는 시를 짓고 A.I.에게 자신의 영상을 그 시에 맞게 변환시켜줄 것을 요청한다. A.I.가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통해 작가의 영상과 시를 해석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나가게 하는 것이다. 작가의 비유에 따르면 이 과정은 마치 아빠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에 든 아이가 그 이야기에 대해서 꿈을 꾸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과 같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을 ‘데이터화된 인류 공통의 기억’으로 여긴다. 따라서 이 과정은 영상에 인류 공통의 기억을 덧입히는 것과도 같다.


일상적 행위를 담은 영상과 작가의 시, A.I.의 해석은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때로 충돌한다. 특히 작가의 시는 추상적 가치에 대한 단어들을 포함하는데, A.I.는 이를 해석하고 영상을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오류와 모순을 만들어낸다. 그로 인한 결과는 아름다우면서도 편하지 않은 이미지, 작업의 시작점인 일상적 장면과 닮은 듯 낯선 장면을 보여준다. 이때 발생하는 오류와 낯선 이미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과 개념이 역사 속에서 명확하게 해석되거나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절대적인 가치라 여겼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그리고 인간이 인공지능과 함께 만들어나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번 전시 <춤과 노래>가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억색 51703202>, 2min 44sec, 1080p HD, Stereo Sound, 2023

-Technical Director : 김성현

-This work i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MSIT) (No. RS-2023-00219429)



박제성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의 로얄 칼리지 오브 아트(RC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 DDP 서울라이트 메인작가로 <자각몽-다섯가지 색>을 선보이는 등 서울과 런던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런던 108 The Strand의 LUX 2021, 사치갤러리의 한국현대미술전 코리안 아이 2012,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 Ars Electronica 2017, 2018, 2019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2010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2016년 VH 어워드 그랑프리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며 공간 설치, Art & Technology 분야를 연구, 교육하는 한편 갤러리퍼플 스튜디오(galleryPURPLE STUDIO)에서 입주작가로 활동중이다.


세부정보

@참여자

글쓴이
갤러리퍼플
자기소개
2007년 8월 문을 연 갤러리퍼플은 (주)벤타코리아의 후원으로 갤러리퍼플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되었으며, 유망한 작가들에게 개인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해주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년의 입주 기간동안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과 전시 공간의 지워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프로모션 기회와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하는 "G.P.S Navigator"프로그램을 통해서 개인 또는 기업 입주 작가를 지정하여 매달 정기적인 후원금을 제공하는 메세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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