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고양시예술창작공간해움

2024 해움·새들 입주작가 프로젝트 유리성《어스름한 빛이 자장자장》

2024-10-22 ~ 2024-10-31 / Lullaby of Dusky Light

☀ 2024 해움·새들 입주작가 프로젝트



유리성(해움 2기)

YULISUNG


어스름한 빛이 자장자장

Lullaby of Dusky Light



2024. 10. 22. - 10. 31.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전시공간’

11:00 - 17:00, 휴관일 없음



📍오프닝 행사(전시투어): 10. 22.(화) 4p.m.



유리성 작가는 사물이 지닌 의미와 상징을 다르게 보게 한다. 각 사물의 의미가 문화와 시대마다 다르게 통용되는 현상에 대한 흥미를 기반으로, 의미간 충돌하는 틈에 새로운 감각을 유발시키는 작업을 즐긴다. 작가의 이러한 작업은 현대사회의 층위가 복잡다단해질수록 이전에 명확했던 일련의 의미나 가치들이 파편화되거나 희미해지고, 그 가운데 사물마다 지닌 가치들이 얄팍해지는 현상에 주목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가령, 일상적 물건이 구도나 배치에 따라 신성해지는 순간, 특정 숫자나 물질이 문화권에 따라 상반된 기호와 해석의 차이를 갖게되는 현상이 그렇다. 유리성은 이렇게 하나의 언어로 박제하기에는 모호한 자의적인 기호를 전시장에 떠내어 다발적으로 겹치고 포갠다.


이번 전시 작품 중 <7개의 땅>은 우리의 ‘사방치기’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hopscotch’, ‘Laylay’, ‘Kith-Kith’와 같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보편적인 놀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땅에서 하는 놀이라는 공통 성질이 로마 시대부터 시작해 시대와 지역, 사회적 속성에 맞게 변화하며 언어의 차를 갖게되는 변의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이전 전시에서는 이를 십자가 모양으로 벽에 걸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기호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는 놀이의 본질에 맞게 바닥에 설치하였다.


이번 전시 《어스름한 빛이 자장자장》 에서 작가는 육아를 하며 겪은 긴장, 불안, 무기력 따위의 감정을 이와 상반되는 단어, 예컨대 ‘기쁨’, ‘가벼움’, ‘친근함’을 드러내는 사물에 옮겼다. 먼저, 장난감의 스프링이 풀려 고장나더라도 개의치 않고 - 혹은 기능을 다해 무용해졌다는 어른의 해석에 도달하지 못한 채로 – 그것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모습은 작가에게 모종의 위안을 주었다. (<풀려버린 경계>) 육아로 인해 날카로워진 부모와 대비되는 아이만의 순수한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실제 장난감을 분해하였다. 이는 화단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낮은 울타리가 학습된 어른에게만 본 기능으로 해석되는 지점과도 맞물린다. 아이가 하던 실뜨기 놀이를 상징하는 <반짝반짝, 작은 별>에는 작가가 직접 만든 유리를 달았다. 육아를 위해 날이 서고 경계를 지어내는 부모와는 대조되도록, 투명하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나타낸다. 유리 구슬은 어느덧 경계와 통제를 쉽게 벗어나는 아이를 보면서 더 이상의 보호가 불필요하다는 안도감, 또는 통제가 무용해진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며 뾰족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유희적으로 풀어내는 장치다.


이처럼 이번 전시 작품의 대부분의 사물은 작가의 육아 장면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침대 형상의 <자장자장> 역시 실제 아이가 썼던 것과 같은 모델의 제품을 사용하여 조형했다. 아이를 재우던 밤, 아이를 침대에 내려놓음으로써 안도감과 해방감, 나아가 이 아이를 밤새 지켜내준 사물이라는 신성함까지 느끼게 해준 침대를 빌어 매일 밤 의식행위처럼 외던 주술의 시간을 담았다. 유리성은 유한한 인간과는 달리 시대를 거듭하고 장소가 달라져도 지속, 확장되는 사물의 무한한 의미에 의지하곤 한다. 순식간에 과거로 접속시키는 육아의 사물을 통해 희미해진 감정과 감각을 전시장에 소환하고, 안도와 무력감이라는 상충된 감각을 담고 있던 순간을 끄집어내어 사물에 파편적으로 중첩시킨다. 따라서 전시는 사물들 틈에서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지표에서 미끄러지며 자의적인 감각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일상적이고 유희적지만 너무 가볍게 볼 수 없는, 또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시간을 드러내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도록. 전시 《어스름한 빛이 자장자장》은 한편으로는 모두에게 기시감을 주는 입체적인 이러한 감각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있다.



*전시해설: 매일 11시 (주말, 월요일 제외)

- 사전예약: https://forms.gle/sgNaQ4WHLvpFFUNv8



2024 HAEUM SAEDEUL Artist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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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호수공원에 위치한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은 시각예술인의 창작 공간 및 지역민의 예술 쉼터로 활용하도록 조성된 공간입니다. 고양시가 주최하고 운영하며 예술가와 시민간, 그리고 미술과 타 분야간의 교류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시각예술 플랫폼입니다. 접근성이 높은 일산 호수공원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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