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걷고쓰는사람

꿈과 희망의 나라

대공원의 도시 과천에서의 화양연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총 7개 전시실로 구성되었고 모두 램프코어나 건물 우측의 계단으로 진입할 수 있다. 회화, 조각, 사진, 건축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기획전과 소장품전을 주기마다 다르게 선보인다. 1층에는 국내 유일의 국립 어린이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랜드와 동물원이라는 막강한 경쟁지를 이웃하지만 많은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미술관을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경


미술관 옥상은 ‘시간의 정원’,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라는 작품명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휴식처이자 전망대의 기능을 하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옥상에 서면 과천저수지와 그 건너에 관악산이 보인다. 관악산 앞 활공하듯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의 은빛 건물은 국립과천과학관이다. 사실상 국립과천과학관도 서울대공원 권역 내에 든다고 볼 수 있어 과천은 대공원을 넘어 태공원의 도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면적이 작은 도시(첫 번째는 ‘구리시’다)임에도 불구하고 여가, 문화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시설이 대단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과천시가 서울의 역할을 보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발전했기 때문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뒷부분에 덧붙이겠다. 어쨌든 미술관 옥상에 서면 관악산이 이렇게나 가까웠나 싶게 코 앞에 있고 청계산을 뒷산으로 관악산을 앞산으로 둔 미술관 일대가 새삼 아늑한 요새처럼 느껴진다. 관악산 연주대도 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의 흰색 구형 구조물은 기상관측소이고 그 부근이 연주대다.



국립현대미술관 옥상에서 바라본 관악산과 국립과천과학관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대에 올랐던 지난 여름날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여름에 대공원을 찾고 가을에 관악산을 찾는 편이 좋았을 뻔했다. 무더위를 피하기엔 휴게 공간과 그늘이 곳곳에 있는 대공원이 더 나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여름날의 관악산 등산이 짙푸른 추억으로 남았으니 그것대로의 의미가 있다. 연주대에 올랐던 어느 여름날의 기억은 다음 챕터에서 후술하겠다.


그 전에 비록 기억에는 없으나 사진으로 남겨진 내 인생 첫 놀이공원 서울랜드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기로 한다. 아, 어디까지나 이 책의 지면에 간략하게 쓰겠다는 의미다. 현실에서 서울랜드를 화장실 가듯 잠시 다녀오기에는 입장료가 아깝다. 서울대공원 일대에서는 가장 고가의 입장료를 받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놀이기구 많고 퍼레이드 열리는 대형 테마파크라 그렇다. 그래도 다른 유명 테마파크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고 할인 혜택이 많으며 입장권을 끊으면 내부 놀이기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가성비’ 테마파크다.



과천 서울랜드 퍼레이드 장면


시설이 다소 오래되었지만 나름의 개성과 장점이 있다. 특히 한국적 색채가 돋보인다. 놀이기구부터 동물 마스코트까지 영어가 아닌 우리말 이름이 대다수다. 서울랜드를 대표하는 한 쌍의 거북이 마스코트는 아롱이와 다롱이로 1988년 개장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급류타기, 도깨비바람, 달나라열차, 삼천리동산, 해적소굴 등 우리말 명칭의 놀이기구와 정원도 참 친근하다. 그뿐만 아니라 터닝메카드, 라바, 구름빵, 또봇, 브루미즈 등 한국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놀이기구를 비롯한 테마파크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전통문화를 주제로 조성된 한국민속촌이라는 테마파크가 용인에 있긴 하지만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놀이동산도 우리나라만의 개성이 드러나 있으면 좋지 아니한가.



나름 '한국적인 색채'를 가진 테마파크 서울랜드


덧붙여 내가 경험하면서 좋았던 점은 서울랜드 내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이 체인점들을 포함해 그 가격대가 합리적이고 맛도 무난하다는 사실이다. 신용카드, 통신사 할인카드, 생일 할인 등 할인받을 수 있는 조건을 십분 활용해 서울랜드에 저렴하게 입장 한 후 활기차고 밝은 놀이동산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갓 튀긴 치킨 한 마리에 맥주 한잔하면 어른에게도 서울랜드는 ‘꿈과 희망의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최근의 방문에서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은 기억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서울랜드까지 코끼리열차를 타고 이동하던 꼬마들의 웃음소리였다. 다섯 살, 여섯 살쯤 되는 아이들이 원복을 입고 코끼리열차에 탄 채 단체로 하하하 웃으며 지나가는데 너무 귀엽고 맑아서 점처럼 작아지는 코끼리열차 엉덩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 웃음소리를 어딘가 담아서 우울할 때마다 들으면 방전된 행복이 충전될 것만 같았다. 30여 년 전 사진 속 나도 그런 웃음소리를 내었을까, 그랬을 거다.


글·사진 여행작가 유승혜


※ 본 글은 '경기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중 제45권 『너머의 도시들- 경기 중부로 떠나는 시간여행』, <과천시 : 대공원 화양연화>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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