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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쓰는사람

습지와 금개구리

광명 구름산 아래 안터생태공원에서


광명 구름산 북쪽 아래에 안터저수지가 있다. 변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저수지로 본래 농업용으로 축조되었다가 경작지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낚시터로 운영되었다. 그런데 2000년, 광명시가 자연환경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생물인 금개구리는 일단 발견되면 보호가 시급한 개체다.

머리에서 뒷다리까지 이어지는 갈색의 또렷한 두 줄이 금줄 같다고 해서 금개구리로 불리는 이 개구리는 행동반경이 좁아서 서식지의 환경이 파괴되면 개체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진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민감한 양서류 특성상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오늘날, 멸종을 막기 위해선 인간의 개입이 필연적이다.

보호의 중요성을 실감한 광명시는 2003년에 안터저수지를 생태보전지구로 지정했고 생태공원 조성 계획을 세웠다. 사유지였기에 85억 원에 달하는 큰 예산을 들여 부지를 사들였고 금개구리 발견 9년 만인 2009년 5월 새롭게 단장한 안터생태공원이 문을 열었다.



©광명시


 처음 금개구리가 발견되었을 때 육안과 울음소리로 추정한 개체수는 300여 마리였다. 서둘러 보호지역으로 지정했음에도 공원이 조성되던 시기에는 개체수가 대폭 줄어 처음의 10%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사실을 저들도 알아서 예민해진 것인지, 서식지의 환경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공원의 개원 이후 환경운동가들과 생태전문가들의 금개구리 보전활동이 이루어지면서 다행히 개체수는 안정적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1,500여 마리의 금개구리가 안터생태공원에 서식한다.    



©광명시


한때 저수지였던 물웅덩이는 이제 갈대, 수련, 부들 등 습지식물들로 가득 찬 완전한 습지가 되었다. 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다. 습지는 금개구리를 비롯한 7종의 양서·파충류와 식물 66종, 버들붕어 등 어류 6종, 쇠물닭 등 조류 27종 등 각종 동식물의 보금자리다. 물을 뿜기도 하고 물을 빨아들이기도 하는 습지는 땅과 물의 경계에서 생태의 보고이자 천연의 자연 지킴이 역할을 한다. 더구나 광명시와 같은 수도권 도시에 있는 내륙습지는 드물어서 더욱 각별하다.


도심 속 습지를 생태보전지구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광명시가 처음이다. 어쩌면 사람이 금개구리를 지킨 것이 아니라 금개구리가 이 도시 마지막 습지를 지켜낸 것인지도 모른다. 습지에 사는 금개구리와 같은 양서·파충류는 습지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 땅과 물을 부지런히 오가는 생물들이기 때문이다. 경계의 삶은 아슬아슬하지만 어느 한 곳에 규정되지 않아서 아름답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습지와 금개구리가 그렇다. 단 인간이 습지를 메우고 금개구리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안터생태공원 탐방로에 걸린 현수막에는 '앗! 발 밑을 조심하세요! 개구리가 산란을 위해 이동 중입니다'라는 주의 문구가 쓰여 있다. 그래서 개구리 산란기인 봄에는 특별히 조심조심, 사뿐사뿐 걸어야 한다. 



©광명시


그러나 금개구리를 맨눈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5월부터 9월 사이에는 활동이 활발하지만 울창한 수풀 안에 있고 몸집도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다행히 생태공원에 있는 안터생태교육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는 주로 학생을 대상으로 생태공원 방문자에 대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회성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상시 진행되는, 안터생태공원 안의 식물, 동물, 곤충 등 여러 생태 분야의 교육이다. 안터생태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매월 공원에서 열리는 지붕 없는 생태교실의 테마를 볼 수 있고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나는 이 작은 습지가 살아 있는 생태 교육장으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에 조금 놀랐고 감동했다. 귀한 금개구리 보호 구역이니 시와 민간에서 관리를 기울이겠지만, 적극적으로 교육에 나서는 경우는 주변에서 잘 보지 못했기 때문에다. 관광자원이 아니라 보호 자원으로 대중에 홍보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과정이 매우 바람직해 보였다.



©광명시


공원 역시 불필요한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습지 주변으로 탐방로를 조성하고 2층의 수수해 보이는 교육센터만 지어놓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려 놓은 듯하다. 다만 빨간색 사각 철제프레임으로 만들어 놓은 포토존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놈의 포토존은 전국 오만군데 명소에 비슷한 모양새로 설치해 놓는 데 경관과 어울리지도 않고 사진을 찍었을 때 딱히 근사한 것도 아니어서 예산 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튼 포토존만 빼면 안터생태공원은 설령 금개구리를 보지 못하더라도 금개구리가 상징하는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곳이다.  


개구리가 잠자는 겨울의 안터생태공원은 황량해서 산책도 조금은 쓸쓸하다. 물론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서 아파트나 산업단지로 가려지는 풍경 없이 자연의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봄과 여름은 초록으로 무성한 습지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가물치, 쇠물닭, 잠자리들을 만날 수 있는 안터생태공원의 성수기다. 특히 7,8월에는 연꽃이 습지 곳곳에 새초롬한 얼굴을 내민다. 


 글·사진 여행작가 유승혜


※ 본 글은 '경기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중 제45권 『너머의 도시들- 경기 중부로 떠나는 시간여행』, <광명시 : 무용의 쓸모>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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