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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쓰는사람

이것저것 백운호수

봄날의 의왕 백운호숫가 산책


사실 의왕에서 호수는 왕송보다 백운이 첫손에 꼽혀왔다. 백운호수는 왕송호수에서 북쪽인 안양 방면으로 약 12km 떨어져 있다. 요즘은 레일바이크 덕분에 왕송호수의 인기가 더 많은 것 같지만 백운호수는 오랫동안 드라이브와 데이트코스의 대명사였다. 백운호수 역시 1956년(백운호수 설립기념비 기록)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준공한 인공저수지다.

왕송호수보다 호수 면적은 작지만 산과 인접해 좀 더 아늑하면서도 자연과 가까운 분위기다. 호수 주변에는 ‘레이크뷰’를 자랑하는 식당과 카페가 많아서 저마다 자가용을 끌고 호숫가에 놀러 온 이들은 호수를 바라보며 밥 먹고 차 마시길 즐긴다. 백운호수는 모락산과 바라산을 담장으로, 청계산을 병풍으로 두르고 있기에 동선상 산행을 겸하기에도 좋다.



레일바이크 덕분에 인기가 많은 왕송호수의 해질녘 풍경 


한차례 변신을 꾀한 왕송호수처럼 백운호수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있었다. 사실 의왕은 개발제한구역의 면적이 90%에 다다를 만큼 도심 면적이 작고 백운호수 일대도 한동안 그린벨트에 속해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왕송호수와 가까운 원도심과는 거리가 있어서 도시라기보단 한적한 시골 마을의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의왕 번화가에서 거리가 떨어진 백운호수는 그 주변에 경작지가 많아 한가로운 농촌 분위기를 가졌다. 


그런데 의왕백운지식문화밸리라 명명한, 줄여서 백운밸리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2011년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백운호수 남쪽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나름 이름에 걸맞게 비즈니스센터, 전문의료기관, 특성화 교육시설, 지식정보교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현재로선 젊은 기혼자들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단지다. 아파트 장사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제아무리 ‘산 아래 호숫가 전원 아파트’를 표방해도 내가 살 집이 아니라서인지 떨떠름하다. 아파트단지와 호수 사이에는 대형아웃렛도 있다. ‘프리미엄’이 붙은 아웃렛 덕분에 전보다 호수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운하(경인아라뱃길) 옆 아웃렛에 이어 호숫가 아웃렛도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다.


백운호수 남쪽 멀찍이 보이는 대단지 아파트


아라뱃길은 몰라도 김현아(김포 현대프리미엄아웃렛)는 아는 사람들이 많듯 철도특구는 몰라도 의왕 타임빌라스(롯데프리미엄아웃렛 타임빌라스)는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비약일 수도 있고 꼰대 같은 소릴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지역성과 애향심은 점점 더 희미해질 것 같다. 사람도 도시도 획일화되어 가는 세상은 위태하다. 다양성의 기반이 없으면 비슷한 것끼리 과열되고 경직된 채 꺾이거나,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 따른 귀결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 없이 눈앞의 이익에 다수가 함몰되어 빚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백운호수 둘레길은 목재 데크 보도가 설치되어 산책하기 좋다. 


백운호수와 아웃렛 사이에는 새 공원도 들어섰다. 2023년 개장한 ‘의왕무민공원’이다. 무민은 핀란드에서 탄생한 희고 하마처럼 생긴 캐릭터인데 현재는 미키마우스만큼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렇다 해도 백운호숫가에 무민을 테마로 한 공원이 들어선 것은 생뚱맞다. 공원에는 무민 캐릭터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되고 잔디밭과 놀이터, 영상이 재생되는 아트볼(구형의 스크린) 등이 들어서 있다. 아트볼에서는 매일 저녁 무민 영상이 나온다는 데, 의왕시가 직접 계획해 만든 공원의 주제가 왜 무민이었는지는 물음표다. 의왕이 핀란드의 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것도 아니고 무민을 만든 작가 토베 얀손과의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2025년이 무민 탄생 80주년이라서 그때까지 공원 마케팅을 하겠다는데 무민이 국산 캐릭터인 뽀로로도 아니고 더욱이 호수에 사는 캐릭터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내세우는 이유가 있나 싶다. 그저 캐릭터 인지도에 기댄 시선 끌기에 불과해 보인다. 무민이 싫다는 얘기가 아니라 의왕시, 백운호수와의 연계성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주도에 이미 ‘무민랜드’가 존재한다.


차라리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버스 캐릭터로 인지도가 높은 ‘타요’를 주제로 하거나 세계적인 기차 캐릭터 ‘토마스와 친구들’의 라이선스를 가져와 꾸몄으면 일관되게 ‘철도특구’ 이미지를 챙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러지 못한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백운밸리 개발사업 덕분에(?) 좋아진 점도 있다. 이름도 거창한 ‘백운밸리 도시개발사업 훼손지 복구사업’을 통해 백운호수 둘레길을 새롭게 정비하고 기존에 없었던 500m 구간을 개통한 것이다. 이전에는 길이 끊겨 호수 전체를 완전히 돌아볼 수 없었는데 생태탐방로의 확장으로 단절된 구간이 연결되어 총 2,900m의 호수 순환로가 갖춰졌다.



백운호수의 호수 순환로는 총 2,900m에 이른다. 


백운호수에선 매년 가을에 축제도 열린다. 2003년에 시작해 의왕의 오랜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관록 있는 축제치고 특색이 없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낮에는 아마추어 실버 뮤지션들의 색소폰 무대, 밤에는 유명 가수들의 무대가 주요 콘텐츠로, 백운호수라는 장소에서만 선보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우리나라 지역 축제가 각기 개성 있는 모습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는데 백운호수축제는 아직 저만의 색깔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왕송호수의 철도축제도 사실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그럼에도 철도라는 뚜렷한 테마가 있고 가까이에 철도박물관이 있어 의왕을 대표하는 특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백운호수도 호수라는 장소의 특징을 살려서 관 주도의 관람형 행사가 아니라 인근 거주자들과 타지 방문객들이 두루 주체가 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말이 쉽지 실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행하기까진 까다로운 과정이 수반됨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모든 ‘좋은 결과’들이 나오기까진 지난한 시간과 다양한 생각들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글·사진 여행작가 유승혜


※ 본 글은 '경기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중 제45권 『너머의 도시들- 경기 중부로 떠나는 시간여행』, <의왕시 : 기찻길 옆 호숫가>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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