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걷고쓰는사람

맹꽁이와 반딧불이

군포 초막골생태공원 한 바퀴

 

초막골생태공원 사진=군포시


초막골생태공원은 사계절 군포시민들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곳이다. 연못과 산책로, 시원한 인공폭포와 다채로운 테마 정원, 생태전시관,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 교통체험장, 캠핑장 등을 갖춘 대형공원이다. 사실 도심공원이라고 하면 규모는 달라도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아무 준비 없이 나와서 무방비로 산책해도 아무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잘 정돈된 녹지. 그게 딱 도심공원이다.

요즘은 공원마다 ‘생태’라는 이름을 붙여 자연 친화적인 장소라는 점을 부각하기에 사실 2016년 조성된 초막골생태공원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혹은 도심 캠핑장을 찾는다면 군포 인근 도시에서 한 번쯤 찾아도 괜찮을 법한 대형 공원이라는 점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다.



초막골생태공원 사진=군포시


그런데 인상적인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일단 습지가 있다.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들이기도 하고 물을 뿜어내기도 하는 습지는 스스로 수질을 정화하고 가뭄과 홍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자연이 창조한 청소부이자 댐이며 수많은 생물의 터전이다.

초막골생태공원의 습지에는 맹꽁이가 산다. 맹꽁이는 멸종위기야생동물2급의 깃대종으로 보호받는 생물이다. 깃대종은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한 종을 살리면 생태계 전반을 되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생물종을 가리킨다. 맹꽁이 소리를 들어본 지 언제인가 싶다. 습지 구석구석에 숨어 갈 때마다 볼 수 있는 맹꽁이는 아니지만 도심공원에서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반가운 일이다.



초막골생태공원 사진=군포시


그런데 반가운 존재가 하나 더 늘었다. 2021년 습지 근처에서 늦반딧불이가 발견되었다. 군포시는 곧바로 반딧불이를 깃대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개체수 증가를 위한 복원사업에 나섰다. 반딧불이가 잘 살 수 있도록 밤에는 산책로 조명을 일부 소등하고 방문객들에게는 반딧불이 교육도 한다. 초막골생태공원 반딧불이 복원보고서에는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군포의 환경은 사람이 살아가기 가장 좋은 환경’이라 쓰여 있다. 저녁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반딧불이를 본다면 나 같아도 거주 환경에 아주 만족할 것 같다. 거기에 맹꽁이 울음소리까지 들린다면? 우와! 도심에서 이런 천혜의 자연을 만나다니?



초막골생태공원 사진=군포시


초막골생태공원에서 산본역 번화가까지는 자동차로 단 5분 거리다. 주변 아파트단지에서는 더욱 가깝다. 예전에 한 번 만났던 부동산 전문가가 내게 말하길 “여행작가면 전국 곳곳을 다니니 부동산 투자를 해볼 만하지 않냐”며 자기라면 취재지에서 시간을 할애해 ‘매물’들을 둘러보겠다고 했다. 그의 말인즉슨 취재 다니며 임장을 겸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는 것이었다. 임장이란 부동산을 사려고 할 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건물, 토지, 근처 환경 등을 보고 매매 가치를 판단하는 일을 가리키는 소위 업계 용어다. 내집마련도 벅찬 나로선 그저 웃고 말았지만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낯선 동네에 가면 여행지가 아닌 거주지로서 환경은 어떨까 살펴보곤 한다.


평생 살고 싶은 지역을 만난 적은 아직 없지만 한 계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지역들은 꽤 많았다. 군포도 그중 한 곳이다. 맹꽁이가 울고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초막골생태공원이 도심공원으로 있고 교통, 주거, 교육, 문화 등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니 거주 환경이 썩 괜찮지 않나 싶다. ‘살기 좋은 지역’ 조사를 하면 군포시는 항상 상위권에 든다는 뉴스도 보았다. 어떤 조건을 고려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대인이라면 일상의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 상권이 형성된 도심을 기본으로 자연 속 휴식과 여가 공간이 갖춰진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클 것이다. 띄엄띄엄 군포를 둘러본 이방인의 눈에는 적어도 군포가 그러한 조건을 대체로 갖춘 도시로 비쳤다.


글·사진 여행작가 유승혜


※ 본 글은 '경기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중 제45권 『너머의 도시들- 경기 중부로 떠나는 시간여행』, <군포시 : 수리수리 마수리>에서 발췌했습니다.


글쓴이
걷고쓰는사람
자기소개
경기도 구석구석을 걷고 기록하는 일을 합니다.
누리집
https://www.youtube.com/@yooseung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