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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퍼플

원성원 개인전

2025-09-12 ~ 2025-10-31 / 손이 만든 길

갤러리퍼플은 오는 9 월 12 일(금)부터 10 월 31 일(토)까지 원성원 개인전 《손이 만든 길》을 개최한다.


원성원은 자신의 주변에서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와 현실의 이미지를 토대로,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사진은 한순간을 담아낸 기록이 아니라, 계절과 날씨, 서로 다른 장소와 풍경을 오가며 얻은 수천 장의 사진을 정교하게 결합해 한 화면으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주제에 맞는 대상과 장소를 탐색하고 자료를 수집한 뒤, 작가는 사진 속 요소를 가위질하듯 하나씩 세밀하게 잘라내고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손의 노동을 통해 화면을 완성한다. 마우스로 쉽게 이미지를 추출하고 붙여 넣을 수 있는 편집 기능을 배제한 채 그가 집요하게 만들어낸 장면은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섦과 긴장감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손이 만든 길》은 원성원이 지나온 작업의 궤적, 그가 ‘발’로 뛰고 ‘손’을 통해 만든 대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불안을 응축해 만든 작품 《일곱 살-오줌싸개의 빨래》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면 이미 집을 비운 엄마를 하루 종일 초조하게 기다리던 경험이 훗날 자신이 겪어온 불안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작업을 통해 그 기억을 되짚으며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었는데, 축축하게 젖은 이불에서 일어나 엄마를 찾아 나서고, 길을 잃지 않으려 손에 실을 매단 채 헤매는 아이의 모습은 이러한 기억을 담은 상징적 장면으로 제시된다. 이 작업을 계기로 작가는 점차 작가 주변의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내면과 환경을 탐구하는 서사로 확장된다.

확장된 세계에서는 중심을 차지하는 인물도, 그림자처럼 그 주변을 배회하는 이도, 겉으로는 완전해 보이지만 내면의 결핍을 감춘 인물도 있다. 한때 큰 꿈을 품었던 평범한 가장, 주어진 몫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군상이 현실에서 길어 올린 이미지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화면에 자리한다. 작가는 평소 인간관계 속에서 느낀 사람들의 내면의 모습과 본능적인 성향을 동물과 자연의 형상에 빗대어 보여주며, 나무와 얼음, 동물과 같은 반복적인 모티프를 통해 성장과 불안, 과시와 고독, 균열과 균형과 같은 근원적인 정서를 호출한다. 특히 2017 년 작 《타인의 풍경》 시리즈는 이러한 특징들을 잘 보여준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언론인, 약사, IT 개발자, 교수, 금융인 등 주변의 특정 직업군을 다루며, 그들을 동물 형상에 빗대어 표현하면서도 바다와 빙산, 풀숲, 금빛 돌산과 같은 풍경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어 장면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작가는 직접 체험하지 못한 타인의 삶을 존중과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직업 세계가 지닌 구조와 현실, 그 속에 드러나는 인간적 조건을 폭넓게 탐색한다. 이때 수천 개의 세부적인 이미지들은 이음새 없이 매끄럽게 이어져 화면은 더욱 밀도 있게 구성되고, 관객은 실재하지 않는 풍경 속에서도 강한 사실감을 경험한다.


동시에 이번 전시는 변화의 지점에 선 작가의 태도도 살펴볼 수 있다. 《자라는 돌》은 쌓여가는 돌, 이끼가 낀 부드러운 돌, 몸집이 커지는 돌 등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돌이라는 동일한 사물에 시간과 상상을 함께 겹쳐 놓음으로써, 자신의 성장을 다각도로 사유하려는 원성원의 시선을 보여준다. 《기다리는 가지》는 낮은 곳을 향해 뻗어 나가는 가지의 이미지로, 작업의 출발점과 그 첫 마음을 되새기려는 의지를 담는다. 두 작업은 모두 머물기보다 성장과 회귀를 함께 지향하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이처럼 원성원의 작업은 ‘나’와 ‘나’의 시선을 통해 본 타인,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진 세계로 확장되며, 그 과정에서 파생된 발상과 호기심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종이 위에 색연필 등을 통해 표현된 드로잉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는 사진과는 대비되는 지점에서 또 하나의 표현적인 면모와 솔직함을 보여준다.


작가가 작품 곳곳에 심어둔 은유적인 상징들을 통해 우리는 그의 내면이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또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비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발견한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기민하게 포착된 순간들,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아 온 감정들이 쌓여 만들어낸 장면 속에서, 우리는 지금 여기의 ‘원성원’을 가장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글쓴이
갤러리퍼플
자기소개
2007년 8월 문을 연 갤러리퍼플은 (주)벤타코리아의 후원으로 갤러리퍼플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되었으며, 유망한 작가들에게 개인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해주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년의 입주 기간동안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과 전시 공간의 지워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프로모션 기회와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하는 "G.P.S Navigator"프로그램을 통해서 개인 또는 기업 입주 작가를 지정하여 매달 정기적인 후원금을 제공하는 메세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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