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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퍼플

김남표 개인전

2026-09-11 ~ 2026-10-31 / Polytropos

 갤러리퍼플은 오는 9월 11일 (금)부터 10월 31일 (토)까지 김남표 개인전 《Polytropos》를 개최한다. Polytropos는 고대 그리스어 poly(많은)와 tropos(방향, 방식)에서 비롯된 말로, 직역하면 ‘여러 갈래로 움직이는 사람’, ‘여러 길을 떠도는 사람’을 뜻한다. 하나의 길을 따라 직선적으로 나아가기보다 여러 방향으로 꺾이고 돌아서며 탐구하는 태도. 서로 다른 대상과 재료, 방법론을 매개로 여러 시리즈를 동시에 전개해 온 김남표의 작업 방식은 이러한 Polytropos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퍼플 스튜디오 입주작가로서 현재 병행하고 있는 여덟 개의 시리즈 가운데 여섯 개의 작업을 선보인다.


1. 〈Memento Mori〉는 화병 속 꽃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드러낸다. 꽃이 화려하게 만개한 순간은 동시에 시들기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아름다움의 절정 속에서 이미 시작된 소멸의 순간을 포착한다. 이때 꽃은 인간의 영광과 삶의 한 찰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은유가 되며, 죽음을 통해 역으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2. 〈Annapurna〉는 2023년 3월, 박영석 대장 수색대원으로 네팔 안나푸르나를 직접 마주한 경험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대상에 대한 기억을 피부에 저장한다”는 작가는 몸으로 감각한 경험과 기억, 감정을 화면에 옮겨 담고자 했다. 특히 '빛'을 중심으로 묘사함으로써, 단순히 외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마주한 경외와 그 깊은 숭고함을 드러낸다. 이는 회화를 특정한 미학이나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지 않고, 회화 자체가 지니는 본질을 탐색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3. 〈Napoleon〉은 프랑스혁명과 권력, 영웅과 독재, 그리고 몰락이라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의미를 지닌 나폴레옹을 소재로 한다. 작가는 익숙한 역사적 인물의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반복하여 화면에 담아내는데, 이를 통해 한때 절대적인 권력을 지녔던 영웅의 모습이 회화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체되며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와 권력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방식을 질문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4. 〈Aewol Sea〉는 2019년부터 서울과 제주 애월을 오가며 진행해 온 시리즈이다. 작가는 캔버스를 직접 애월 해변으로 가져가 거친 바닷바람 속에서 ‘풍경을 온몸으로 받는’ 태도로 작업한다. 거대하고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낮추며, 그림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아닌 풍경과 화면의 변화에 유연하게 따라가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자연과 인간, 작가와 작품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그 안에서 서로가 하나로 연결되는 감각을 드러낸다.


5. <Unmask〉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미지와 그 이면의 실재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바라본다. 작가는 “현존하는 모든 대상은 본질과 그것을 감추려는 ‘마스크’의 관계”라고 말하며, 이러한 관점이 인간에게도 적용된다고 본다. 용맹하고 힘찬 사자의 형상이 우리가 기대하는 ‘사자다운 이미지’라면, 작가는 무리에서 밀려난 늙고 초라한 사자의 모습에서 현실과 더 가까운 '사자다움'의 본질을 발견한다. 이처럼 쓰임을 다한 존재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써, 작품은 실존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6. 〈Origin Instant Landscape〉는 사전에 정해진 계획 없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따라 그린다는 의미에서 ‘순간적 풍경’이라 이름 붙여졌다. 작가는 검은 인조털의 결을 바늘로 스크래칭(scratching)하고, 긁힌 털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를 이용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손으로 한 번 쓸어내리는 순간 그 풍경은 이내 사라진다. 그리는 행위와 지우는 행위가 하나의 동작 안에서 일어나는 이 과정은, 생성과 소멸이 분리되지 않는 역설적인 순간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이후 이어지는 ‘Instant Landscape’ 연작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제목의 ‘Origin’은 바로 그 시작을 의미한다.


 김남표는 “예술가는 본질을 재현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실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라고 말한다. 작가에게 예술가는 이미 익숙하고 그럴듯한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미지 너머에 놓인 현실과 본질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꽃과 풍경, 자연과 역사적 인물, 그리고 그 이미지 자체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여섯 개의 시리즈는 표면적으로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질문하며, 본질에 다가가려는 공통된 태도가 자리한다. Polytropos는 이러한 탐구의 과정을 함축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보아온 이미지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가능성을 제안한다.

글쓴이
갤러리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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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문을 연 갤러리퍼플은 (주)벤타코리아의 후원으로 갤러리퍼플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되었으며, 유망한 작가들에게 개인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해주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년의 입주 기간동안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과 전시 공간의 지워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프로모션 기회와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하는 "G.P.S Navigator"프로그램을 통해서 개인 또는 기업 입주 작가를 지정하여 매달 정기적인 후원금을 제공하는 메세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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