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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꿈을 담는 그릇, ‘꿈틀’


글  황록주(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미술관, 어린이를 위한 문을 만들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한다. 정작 한두 번 다녀간 사람들도 그곳을 어떤 특정한 의미로 다시 떠올리기 어렵다 말한다. 현대미술관은 특히 그렇다.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과 수시로 드나드는 삶 속의 여러 공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미술관은 내내 물음표로 남아 있다. 과연 미술관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미술관이 굳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리고 삶과 하나가 되는 미술관을 위해 미술관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해답은 무엇인가. ‘꿈틀’은 이 오랜 물음에 대해 경기도미술관이 제안하는 하나의 응답이자 화두이다.



《컬러풀》전시 전경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2013년, 기획전시실 한 공간을 어린이를 위한 전문 미술관으로 만들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혹은 문턱 앞에 디딤돌 하나를 놓는 작업을 진행했다. 창의상상 어린이미술관 ‘어린이 꿈틀’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이 공간은 어린이를 포함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의 비율이 높은 미술관이라는 그간의 데이터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텄다. 그러므로 이러한 흐름은 이 땅의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더 풍성한 문화적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암묵적 동의가 만들어낸 성과이기도 했다. 미술관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향유의 기틀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은 비단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뿐만 아니라 수요자 집단의 보편적 기대치였던 것이다.


물론 같은 시기, 유사한 목표를 가지고 새롭게 등장한 공간들의 사례가 몇몇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어린이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은 그 중요한 예시다. 서울시립미술관 또한 북서울 분관을 설립하며 어린이미술관을 마련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방향을 갖게 된 문화계의 새로운 움직임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해 사람과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고 미래를 여는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는 일이 어느 한 집단의 수고를 통해서만 이룰 있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의 반증이기도 했다.



《컬러풀》전시 전경


‘어린이들의 꿈을 담아내는 틀’이라는 뜻을 지닌 ‘어린이 꿈틀’은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색한 우리의 문화 환경 속에서 경기도 지역의 유소년층을 위한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경기도미술관의 ‘어린의 꿈틀’은 현대미술이라는, 다소 난해한 인류의 문화적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 대상층에게 유효한 접근 경로를 개발해내며, 직접 작품 앞에서 감상과 체험교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관람객 행동을 유도해내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 결과 안산과 시흥을 비롯한 어린이 교육 기관을 비롯한 다수의 가족단위 관람객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었고, 경기도미술관이 도민들에게 제공하는 미술 문화 서비스의 스펙트럼을 한 층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열린 가능성의 공간, 꿈틀


다수의 긍정적인 효과의 이면에는 한편 또 하나의 문제의식이 싹텄다. ‘어린이 꿈틀’이 미술관 서비스 제공 면적의 꽤 많은 영역을 차지하게 되면서, 기존의 고객들로부터는 현대미술관 본연의 모습이 다소 퇴색되고 있다는 반응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미술관 종사자들의 업무 범주 또한 재개편이 불가피했다. 경기도미술관 관람객으로 구성된 비지터 패널과 운영자문위원회, 그리고 다수의 관람객 설문 결과로부터 나온 이러한 제안은 설립 목적에 근거한 미술관 운영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시기에 따라 목표의 설정은 관람객과 호흡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수정될 수 있지만, 그 일시적인 행보들이 본연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경기도미술관이 다시금 생각해야 할 과제였다.




2015년 가을, 새롭게 선보인 ‘꿈틀’은 ‘어린이 꿈틀’과 경기도미술관이 동시에 품고 있던 이러한 고민에 대한 결과물이다. 먼저 ‘꿈틀’은 ‘어린이’라는 한정사를 덜어냈다. 그러면서 어린이는 물론 미술관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유효한 형태의 콘텐츠를 담아내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했다. ‘어린이들의 꿈을 담아내는 틀’은, 미술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을 향해 지향점을 확장했다. 그러면서도 ‘꿈틀’은 먼저 ‘어린이 꿈틀’을 애용하던 미술관 고객에게 여전히 친근한 ‘어린이 미술관’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기존의 어린이 미술관 교육 기능을 충실히 담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유아 및 어린이의 창의체험학습이 꾸준히 확대되고, 가족단위 관람객의 주말 방문 수요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미술관 관람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교육 콘텐츠를 탑재한 ‘어린이 꿈틀’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 공간을 통해 풍성한 문화를 경험했던 관람객이 어린이 교육의 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초석이라 판단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꿈틀’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을 포함하는 모든 연령층이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구성하고자 했다. 교육 활동을 위해 미술관을 찾는 분들은 물론, 이와 무관하게 미술관을 이용하는 관람자들에게 ‘꿈틀’의 전시에서 일반 전시의 관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미술관의 콘텐츠가 어린이 대상층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전시뿐만 아니라 하나의 전시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탑재했다. 영유아 교육을 기본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생까지의 어린이 교육,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생에 이르는 청소년 교육과 성인 교육이 모두 하나의 전시실을 토대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꿈틀’은 그야 말로 미술관 교육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




상설 전시실의 구현


또한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꿈틀’을 위하여 새롭게 도입된 또 하나의 방향은, 전시 작품을 모두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사실 소장품 상설전에 대한 요청은 경기도미술관의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대미술관의 특성과 전시 공간의 부족 등의 이유로 상설전시실은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실현된 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적 교육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하여, 학교 교육이 연간 단위의 방문계획을 세울 수 있을 만큼의 장기적인 콘텐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미술관의 오랜 과제였다. 특히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 등의 교육 이슈는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미술관이 교육 활동과 효과의 확장을 학교 교육과 함께 고민하게 하는 단초가 되어주었다.




상설전시실이라는 묵은 숙제는 새로운 ‘꿈틀’이 지속가능한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꿈틀’의 전시를 전적으로 지역 공동의 자산인 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하여 기획함으로써,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상설전시실은 교육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인 전시로서의 기본적인 운영 토대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상설공간의 신설은 미술관 운영에 혹여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적인 콘텐츠로서도 기능하게 되었다.



공간을 향한 도전


미술관의 기본적인 교육 플랫폼, 그리고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상설전시실로서의 기능까지를 담당하게 된 ‘꿈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간의 확보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해 미술관의 체험교육실과 세미나실 등 교육공간 대부분이 사고 수습을 위한 사무실과 인근 단원고 학생 유가족을 위한 회의실 등으로 활용됨에 따라, 경기도미술관은 교육을 위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온 국민이 마음을 움켜쥐고 슬픔을 삭여야 했던 사고의 수습을 위해 공공기관으로서 마땅히 동참해야 하는 사안이었으나, 미술관으로서는 기본 기능과 활동 유지를 어렵게 하는 하나의 위기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미술관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미술관의 로비 일부를 개방형 교육 공간으로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획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활동이 가능해졌다. 또한 미술관 직원들의 업무시설 일부를 성인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했다. 이는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며 공간의 문제로 중단되었던 미술관 아카데미의 재개로 이어졌다. 교육 공간 확보를 위한 마지막 해법은 ‘꿈틀’ 전시실 내부에 복층형 구조물을 설치함으로써 교육실을 전시실 안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교실 한 개 규모의 ‘꿈틀’ 전용 교육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새로운 ‘꿈틀’은 기본 계획의 초기 단계부터 ‘적정비율의 공간 활용’이라는 화두를 안고 있었다. 그것은 로비와 체험교육공간, 전체 전시실의 1/4에 해당하는 기획전시실과 야외설치 및 행사를 위한 2층 테라스 공간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어린이 꿈틀’이 어떻게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며 적정 규모를 찾을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해당 전시실을 전체 규모의 1/6 정도로 조정하는 것은 물론, 전시실 내 가용 면적의 확대를 위한 구조물 제작 논의가 가시화되었고, 그 결과 교육실을 전시실 내에 직접 설치하게 되는 긍정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속적인 고민과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의 과정은 결국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꿈틀’이 펼치는 새로운 미술 교육


그렇다면 교육 플랫폼과 상설전시실로서의 ‘꿈틀’은 어떤 내용으로 관람객과 새롭게 만날 수 있을까. 경기도미술관은 미술관의 교육이 미술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또한 미술이 사회와 어떠한 연계를 통해 소통하고 서로에게 적절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이를 해결해나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워진 ‘꿈틀’의 첫번째 주제는 ‘색채’로 설정되었다. 색채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본적인 요소이고, 연령과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의미화되는 미술의 한 부분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색채 활동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만큼 중요한 활동이며, 이러한 색채 커뮤니케이션의 근간은 사회적 약속으로도 확장되어 우리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의미를 폭넓게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꿈틀의 첫 번째 전시 «컬러풀»은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중에서 기본 색채를 근간으로만들어진 50여점의 작품을 선정했다. 각각의 작품은 개별적인 작품의 의미론으로도 소통되지만, 이 전시에서는 특히 색채의 의미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이를 작품 이해의 근간으로 삼았다. 무채색으로부터 시작하여 분홍, 파랑, 초록, 빨강, 노랑을 거쳐 혼합색으로 이어지는 전시 구성은 다양한 색채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데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전시 관람의 종결부에서 자연스럽게 복층의 교육실로 이어지는 동선 배치는 꿈틀이 더욱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위한 전시실임을 확연히 드러내주는 물리적 장치로도 작동한다.




특히 교육실에서는 하얀 색을 배경으로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새로운 공간체험을 할 수 있으며, 다소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전시실에서 올려다보게 되는 작품을 교육실에서는 자연스럽게 내려다보는 또 다른 시선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전시와 교육의 효과를 위해 전체적인 맥락을 살짝 비껴나간 파격의 요소도 몇 가지 상존한다. 전시실 초입에 있는 고낙범 작가의 화려한 색채 띠 벽화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의뢰한 작품이다. «컬러풀»을 위해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서를 띤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선택하여 그 작품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색채를 분석하여 추출한 다음, 그 색으로 여러 개의 색 띠가 상승하는 형태를 가진 벽화를 기꺼이 제작해주었다. 전시실 바깥으로 확장된 공간에서도 꿈틀의 색채 탐험은 이어진다. 호수를 조망하는 미술관 1층 회랑에는 양주혜 작가의 색채 바코드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고, 로비 교육 공간의 상공에는 윤정원 작가의 화려한 샹들리에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이끈다. 모두 색채가 이루어낸 소통의 결과들이다.





지난 2013년, ‘어린이 꿈틀’로부터 시작된 경기도미술관의 새로운 도전은 2015년 가을, 상설교육전시 ‘꿈틀’로의 개편을 통해 미술관의 역할, 기능, 공간의 사용과 향유자의 층위, 교육, 지역사회와의 호흡 등 다양한 미술관의 화두를 담지한 공간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꿈틀’은 그야 말로 ‘어린이 꿈틀’이 갖고 있던 고민이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앞으로도 색을 비롯한, 선, 공간, 형태, 비례 등 미술의 단위 요소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주제로 하는 기초 미술 교육 활동을 구체화하고, 그것이 우리 삶 전반과 어떤 영향관계를 갖는지를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미술 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열린 사회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더욱 폭넓은 계층에게 의미 있는 미술관 경험을 선사하게 될 ‘꿈틀’의 진일보에, 그리고 지역사회와 한 층 더 깊은 교감과 교육적 소통을 이루려는 경기도미술관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참여작가


강운 고낙범   곽인식   김기린   김봉태   김수연   김신일   김희정   노상균   문범   문봉선 

박성수  박형근  방명주  아파랏. 체  양주혜  유비호  유현미  윤석남  윤정미  윤정원 

이기봉  이기일  이민호  이불  이재삼  이진혁  정광호  정직성  홍명섭  홍승현


information

  • 컬러풀

    기간/ 2015.9.17~2016.8.28

    장소/ 경기도미술관 2층 꿈틀 전시실

    관람시간/ 10-18시(7,8월 10-19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단체 관람 프로그램/ 주중 매일 3회 운영

  • 주최/ 경기문화재단

    주관/ 경기도미술관

    협력/ 삼화페인트(주)

    홈페이지/ gmoma.ggcf.kr

    문의전화/ 031-481-7000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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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가 지원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도립미술관으로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작품의 수집, 동시대적이고 창의적인 기획전, 그리고 관람객과 경기도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미술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