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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

장인인터뷰 1. <국선도> 강수혁 장인

이 글은 생활 속 경험과 지혜로 자신만의 소소한 재능을 익힌

우리 주위의 사소한 장인들을 만나보는 장인 발굴 프로젝트의 본문 내용입니다.


"국선도는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게 하는 운동인 것 같아요"





국선도를 시작한 계기


연구원(이하 연)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강수혁 장인(이하 강) 대우그룹에 2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퇴임을 했어요. 그 후엔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따 부동산도 운영해보았죠. 최근에는 렌즈회사 공장 총 책임으로 있다가 지금은 마케팅회사에서 수출 쪽을 맡고 있어요.


국선도는 어떻게 접하게 되셨어요?


대우그룹에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인도 지사에 발령을 받아 가게 되었어요. 인도는 요가가 유명하잖아요, 그곳에 있으면서 요가를 2년 정도 배웠어요. 그 후 IMF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죠. 그동안 배운 요가를 계속하고 싶어서 수련할 곳을 찾다가 우리나라 전통 수련법인 국선도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때가 2000년도니까 16년 정도 한 거죠.


(놀라며) 정말 오랫동안 해오셨네요. 회사에 길게 근무한 것에 영향을 받은 점도 있을까요? 보통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그렇기도 하구요, 예전부터 동양사상이나 동양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학생때 부터 노자사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처음 국선도를 배운 곳은 어디였나요?


이전엔 수원에 국선도장이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제가 시작하려고 할 때 첫 도장이 개장을 했어요. 제 종교는 불교인데 계룡산 아는 절의 주지스님이 국선도를 추천하셨거든요. 아쉬워하던 차에 도장이 생겨서 우리 집 식구들이 모두 가서 수련했어요.


다행이네요! 국선도를 시작하고 나서 특별히 생각나는 일화가 있을까요?


일화는 따로 없는데, 국선도를 배우면 기혈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수련 중에 방귀가 많이 나와요. 그런 경험은 좀 있어요.


(웃음) 음악을 필히 틀어놔야겠네요.




국선도란?


그 전엔 요가를 하셨다고 했는데 요가와 국선도의 차이점은 뭘까요?


가장 큰 차이는 호흡이죠.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인도는 사계절이 덥기 때문에 호흡법이 다르거든요. 인도는 더우니까 요가에선 내뱉는 호흡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사계절이 있어 음/양, 좌/우 같은 균형이 생기지요. 국선도는 거기에 맞는 호흡법을 해요. 또, 육체적인 운동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 마음 단련하는 것,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 등등 지덕체를 두루 합친 운동이라고 볼 수 있죠.


국선도는 한국 고유의 것인가요?


국선도는 단군시대부터 존재했어요. 예전 TV 드라마 중에 ‘연개소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죠? 그걸 보면 연개소문이 국선도를 수행하는 도인으로 나오거든요. 연개소문이 들어 있는 건물에 악당이 불을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연개소문은 멀쩡히 살아서 걸어 나와요. 수련을 통해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해요.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선도를 60년 대 이후 청산선사라는 분이 대중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접하는 장르라 사람들은 ‘이게 뭐냐’라는 반응을 보였죠. 그래서 그 분이 불속에서 걷는 모습이나, 물속에서 15분 이상 있는 모습 같은 시범을 보여주었어요. 그게 호흡법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라는 것을 알려주셨죠.


그럼 청산성사는 도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국선도의 선도라고 볼 수 있겠죠. 보급을 하기 시작하셨으니까. 거기서 후에 여러 분파 가 나뉘어서 단전호흡이란 말도 생기고, 단학선원이라는 분야도 생긴 거죠.


아, 단전호흡은 많이 들어봤어요. 국선도의 분파였군요. 국선도를 하면서 건강이 달라진 부분,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국선도는 우리 몸이 병들고 피곤해지는 원인인 순환을 바로 잡아줘요. 기혈순환이 잘 되면 병은 잘 일어나지 않거든요. 병을 얻은 다음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병이 오기 전에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하는 거죠. 국선도 수련할 때 구성이 어떤 식으로 되어 있냐면, 처음 20분 동안은 기혈순환유통법이라고 해서 온몸의 기혈을 풀어줘요. 그 후 40분 동안은 단전 호흡을 하고 마지막으로 정리운동으로 마무리를 해요. 총 한 시간 이십 분 코스가 보통이고 상황에 따라 삼십 분에서 한 시간으로 단축해서 할 수도 있어요. 기혈순환유통법만 해도 온 몸의 기혈이 잘 풀어지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죠. 또, 단전호흡과 명상호흡을 하는 것이 면역력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어요. 아주대학교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요. 옛날엔 육군사관학교처럼 훈련이 필요한 기관에서도 많이 응용했어요.


그럼 선생님도 병에 잘 안 걸리세요?


네. 그런 편이죠. 보통 이 운동 하시는 분들은 감기에 걸리는 일도 드물고 다른 병치레도 별로 없어요. 술을 마셔도 크게 무리가 없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지금도 매일 아침 5시경에 수련을 하고 있어요.


매일같이 하루도 안 빼고 하신다구요~?(놀람)


그럼요. 인도에 있을 때부터 그렇게 했어요. 요가 수련이 새벽에 동 트기 전에 시작해서 동이 틀 무렵 끝나거든요. 국선도도 마찬가지에요. 수련 할 때 선생님이 가이드 주시는 것을 녹음해 놨다가, 핸드폰에 넣어 놓고 어디서든 할 수 있게 가지고 다녀요.


그래서 그런지 혈색이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이나 우울증에도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명상이 머리와 마음을 맑게 해준다고 하던데요.


그럼요. 막 섞여서 잘 보이지 않는 흙탕물도 가만히 두면 어느새 불순물들이 가라앉아 맑아지는 것처럼 명상을 하고 나면 어지러운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요.





함께하는 국선도


국선도 자격증을 가지신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 분들을 가르쳐보기도 하셨나요?


지금 제가 수원사에서 할아버지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는데, 시작하기 30분 전에 단원들 수련을 도와주고 있어요. 그리고 치매노인이나 노숙자 분들 교육을 해왔어요.


그렇다면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수업할 때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물론 사람에 따라 힘든 동작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동작은 굳이 따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억지로 하는 것 보다는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집중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순환에 도움이 되요. 꾸준히 하는게 더 중요하죠. 동작을 취하기 힘든 부분에 정신을 집중해주면 어느 순간엔 할 수 있게 되요.



국선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세요?


우리가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잖아요.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뭐하겠습니까.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하죠. 국선도를 하면서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죽는 순간까지도 편안한 것. 그것이 제일 바라는 목표가 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내내 옆 자리를 지켜주신 아내 분께 질문을 드릴게요. 날마다 수련을 하는 남편을 보시면서 든 생각이나 어떤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면 말씀 부탁드려요.


강수혁 장인 아내 저희는 부부싸움을 한 적이 별로 없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이 술 을 마시고 들어와서 베개를 던진 적이 있긴 해요. 그런데 남편이 베개를 딱 받더니 “감사합니다.”이러고 자는 거예요. 아무리 제가 싸움을 걸어도 소용없어요. 박수도 양손이 부딪혀 야 소리가 나잖아요. 남편은 화를 잘 내지 않아요. 제가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이 받아주질 않으니 싸움이 안 나더라고요. 제가 바깥에서 신경질이 나서 집에 들어와도 남편이 제 얘기를 듣고 저를 가라앉혀주는 말을 해줘요. 어떻게 저런 성격이 되었는지 부럽더라고요. 아이들이 싸울 때도 저는 막 말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아이들이니 싸울 수도 있다는 식이예요. 제 생각엔 남편이 수련을 해서 그런 생각도 가능한 것 같아요. 남편이 제게 해준 말 중 특히 기억에 남는게 있는데, 제 수준으로 아이들을 보지 말래요. 아이들을 볼 땐 아이들 수준에 맞게 봐야 한다고요. 아이가 중학생이면 중학생의 눈으로 바라보래요. 내가 중학생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생각해보라는 거죠.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어요. 많이 배웠어요, 남편한테. 그래서 국선도는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게 하는 운동인 것 같아요. 내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으면 기가 흩어지잖아요. 내가 있는 곳에 마음도 같이 있어야지 집중이 되고 신이나요. 우리가 걸을 때도 발바닥으로 땅을 밟는 것을 느끼면서 걸으면 스트레스가 아래로 쫙 내려오거든요. 땅에 감사한 마음을 보내야 땅에서도 좋은 에너지가 내 몸으로 전해오는 거고. 숨 쉬는 것도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고마운 줄 모르는데 수련을 통해서 숨을 제대로 쉬는 것을 알면 감사해져요.


국선도가 좋은 운동인건 알고 있었지만 두루두루 좋다는 것을 이번에 또 깨달았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부정보

  • 장인 발굴 프로젝트

    총괄/ 박희주

    PM/ 경기천년문화창작소 강유리

    기획‧진행/ 사소한연구소 강우진, 이연우, 하석호, 오린지

    편집‧디자인/ 40000km 오린지

    사진/ 강우진, 이연우, 오린지

    일러스트/ 김진아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