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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

장인인터뷰 4. <육아> 김가화 장인

이 글은 생활 속 경험과 지혜로 자신만의 소소한 재능을 익힌

우리 주위의 사소한 장인들을 만나보는 장인 발굴 프로젝트의 본문 내용입니다. 


  실컷 논 아이가 나중에 커서 좋은 어른이 된다.  





장인의 육아철학  


연구원(이하 연) 어떻게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김가화 장인(이하 김) 이 프로그램 취지를 듣고 저도 육아에 관해선 나름 소소한 장인이 아닐까 해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저는 특히 건강한 먹을거리나, 얽매이지 않은 교육방식, 품앗이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그에 대해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내고 조금씩 실천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유로운 육아하면 좀 광범위한 느낌이라서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데, 어떤 육아철학이나 교육철학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철학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제가 읽은 책에서 인용하는 걸로 제 나름의 생각을 얘기할게요. 저에게 심리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책에서 나온 구절이 있는데 그 말대로 실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컷 논 아이가 나중에 커서 좋은 어른이 된다.’ 라는 문장이에요.


아, 자유롭게 커야한다는 말인 것 같네요. 그럼 자녀분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요즘 아이들과는 좀 다르겠네요?


네. 학원을 무조건 보내진 않아요. 스스로 원할 경우 악기나 말 타기 같은 것들을 배우게 하는 정도죠. 딸은 친구를 따라 영어 학원에 다니고 싶어 하기에 보내줬어요. 아들은 지금 다니는 학원이 없고요.


두 자녀를 두셨나 봐요. 몇 살이나 되었나요?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아, 터울이 좀 있네요. 중 2학년이면 앞으로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으시겠어요. 대개 일찌감치 방향을 정하던데요.


그렇긴 하지만 첫째는 고등학교를 안 보낼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마음이 그쪽으로 더 기울었는데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면 갈 수도 있고요.


대부분 주변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과정을 으레 밟잖아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걱정되진 않으세요?




네. 그렇진 않아요. ‘고등학교를 안 가는 게 뭐 어때서?’ 그런 생각도 있고요. 학력의 높고 낮음이 아이의 앞길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요. 그냥 아이가 원하는 걸 했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많이 시킨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사실 아이가 어릴수록 ‘조기교육을 시키고 싶다.’ ‘ 우리 아이는 꼭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보내고 싶다.’ 엄마들이 아주 의욕적이죠. 그러다 아이가 다섯 살 정도만 되어도 꿈에서 깨기 시작해요.(웃음) 저도 키우면서 나중에 깨달았어요.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결국 아이 인생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는 거지’ 라고요. 엄마가 순간마다 아이의 관심과 재능을 보고 미래를 열심히 계획해 두어도 소용없어요. 아이가 자라면서 꿈도 계속 바뀌거든요. 둘째를 가질 때쯤 첫째가 특공무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꿈이 경찰이었다가, 3학년이 되어 첼로를 배우면서는 지휘자로 바뀌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또 꿈이 달라졌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을 부모로써 이끌어 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음, 특별한 건 없고요. 그냥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주는 것으로 그 역할이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자면 제 아들은 보드게임을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게임도구를 사는 것보다는 집에서 나오는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본인만의 게임기를 만들며 놀기를 즐기죠. 박스를 여러 개 붙이고 구멍을 뚫은 후 카드를 넣어서 자동카드선택기를 만든다거나 하면서요. 덕분에 집이 얼마나 난장판인지.(웃음) 그럴 때 아이들이 본인의 아이디어를 실행 할 수 있게 조언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고 그러죠.


자녀분들이 만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나 봐요.


맞아요. 앞서 말했지만 저희 아들 꿈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는데 지금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 제작을 통해 문화상품권을 벌어요. 그리고 요즘엔 혼자 게임을 하나 개발하고 있어요. 이번에 만들고 있는 건 테트리스인데 아직은 테스트중이긴 하지만 구글에 제 돈 25달러를 긁고 사업등록을 해놨더라고요. 정식등록을 하려고요.


굉장히 놀라운데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그런 생각 안하고 뭐했나 싶고요(웃음). 그럼 아드님은 게임제작자가 꿈인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이 굉장히 자발적이네요. 아이들 성향이 부모님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금은 그렇겠죠? (웃음) 제가 독립적인 편이긴 한 것 같아요. 아이들 엄마로만 만족하지는 못하거든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큰 아이를 키울 땐 한 곳에 정착한 시기도 아니었고, 아이랑 함께 노는 게 좋아서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원에 이사 온 뒤로는 좀 외로워졌어요.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가 두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제가 그 시기에 우울해했더니 우리 엄마가 아이들만 바라보지 말고 너의 관심사를 찾아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제 바깥생활이 시작되었죠. (웃음).


바깥생활이라면 어떤 활동을 말씀하시는지요?


 2011년부터 이것저것 배우러 다녔어요. 처음엔 손으로 만드는 것이나 아이들을 위한 천연용품 만드는 걸 배웠어요. 그러다 2012년부터는 제 자신을 위한 강연이나 워크숍들을 듣기 시작했어요. 화성시 사회적경제센터에서 진행한 마을공모사업, 따복에서 하는 마을 강사 육성사업 같은 마을과 공간에 관련한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죠. 그래서 현재는 다른 마을에도 찾아가 마을 강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경기문화재단의 다사리학교에 참여한 것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서핑 하던 중에 알게 되어 신청했어요. 장인프로젝트를 신청해서 이렇게 참여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품앗이 육아, 육아방식의 변화  


전 품앗이육아도 실천하고 있어요. 올 여름부터 시작했어요. 아는 목장에서 체험 강사를 찾고 있기에 동네엄마들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해 보았죠. 엄마들이 요일별로 아이들을 돌아가면서 돌봐주는 거예요. 품앗이 육아는 엄마나 아이 모두에게 아주 도움이 되요. 아이들은 또래끼리 모이니 같이 공부하는 것도, 노는 것도 신나하죠. 엄마들은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게 되어 쉬는 시간이 생겼고요.


정말 일석이조네요. 하지만 여러 아이들을 한꺼번에 돌보다 보면 힘든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세 명 이상의 아이들을 보살필 때는 어떻게 하세요?


바깥 활동을 많이 해요. 차 뒷좌석에 아이들을 조르르 태워 공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죠. 공원에 가게 되면 거의 두 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놀아요. 지치죠. 눈에 보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게 정말 조심해야 하니까.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면 불끈 힘을 내죠. 마이크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거기 아니야, 일루와~” 라고 목청껏 외쳐야 할 때가 많거든요 (웃음).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과 학업스트레스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잖아요. 지금 까지도 여전히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친구들이 많은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으니 교육에 대한 생각이 점점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갑네요.


맞아요. 어떤 엄마도 제게 그런 말을 했어요. 우리 엄마들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요. 아이들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면서 자신의 앞길을 열어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요즘 제가 사는 화성시에 제안을 해보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어요. 화성에는 아직 수원만큼 아이와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거든요.


아, 정말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세부정보

  • 장인 발굴 프로젝트

    총괄/ 박희주

    PM/ 경기천년문화창작소 강유리

    기획‧진행/ 사소한연구소 강우진, 이연우, 하석호, 오린지

    편집‧디자인/ 40000km 오린지

    일러스트/ 김진아

@참여자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