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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정약용 열수에 돌아오다’ 기획연재 (1) 다산과 석천

2018-04-16 ~ 2018-07-15 / 견해가 달라도 서로를 믿어주는 친구 : 다산 정약용과 석천 신작의 만남과 우정

이 글은 실학박물관 다산 정양용 해배 2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정약용, 열수에 돌아오다》 리뷰 글 입니다.


고향에 돌아와 그리운 가족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학자로서 정약용은 고독하였다. 모진 귀양살이를 견디며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안고 돌아왔지만, 함께 읽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보석같은 그의 책을 읽고 학문적 업적을 인정해 주는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석천石泉 신작申綽(1760~1828)이다. 1819년 음력 8월 초 마현에서 가까운 광주 사촌(현 광주시 초월읍 서하리)에 살던 신작의 집을 정약용이 찾아가면서 두 살 터울의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신작이 60세, 정약용이 58세였다.


정약용은 예학禮學 관련 저술인 『상례사전喪禮四箋』과 『매씨상서평梅氏尙書評』을 신작에게 보여주고 두 저술에 대한 비평을 부탁하였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자주 왕래하고 빈번하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1828년 5월 25일, 신작이 69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깊은 만남을 주고받았다. 정치적으로 소론인 신작과 남인인 정약용, 당론당색이 다르고 학문적으로도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한강을 마주하고 살던 두 학인은 서로의 학문을 인정해주는 사이였다.


신작은 강화도에서 윤증의 문인이자 강화학파의 시조인 정제두鄭齊斗의 외증손이자 강화학을 이은 신대우申大羽의 둘째 아들로, 50살 때 부친이 마련한 세거지인 광주 사촌으로 이사하여 선영을 지키며 크게 이룬 경학자였다. 정약용의 시집에는 두 사람의 사귐의 모습들을 전해 주는데, 사촌 사마루 석천의 서재에는 4,000여 권의 장서가 있었다고 한다. "천권의 경서"라고 한 석천의 가학家學은 이른바 강화학으로, 그의 경학은 일찍이 정인보가 신작과 정약용을 경학자[經師]와 경세가로 지목하여 그 학문적 지향을 함께 말한 뜻을 짐작케 한다.


정약용은 석천과의 우정을 “아무 일 없이 흉금을 헤치고 서로 마주하는 사이로 마치 강호에 둥둥 떠다니는 배”와 같다고 읊었다. 이들의 사귐은 학문과 우의로 두 가문의 세교世交로 이어지기도 했다. 1827년 120일 동안 병석에 있었던 66세의 정약용은 30년 만에 천진암으로 유람을 가게 되었는데, 이 길에 강 건너 살던 신작과 그의 아들 명연命淵도 동행하였다. 두 집안의 아들들이 함께 어우러진 천진암 유람길은 "좋은 때에 어른들을 시종하여 조용한 놀음으로 운림雲林을 찾아오니"라고 명연이 읊은 시(<次韻上天眞寺>『다산시문집』권7 <천진소요집>)에 잘 나타나 있다.




 성도일록 成都日錄 신현, 조선후기, 경기도박물관 소장



신작의 동생인 신현(申絢, 1764~1827)이 13년 동안 쓴 일기이다. 신현 개인사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광주 퇴촌에 거주하던 신작·신현과 정약용 집안의 교우 관계를 알려주는 내용도 일부 실려 있다. 신현은 정약용의 장자인 정학연의 효성에 대해 “아버지가 사옥에 걸려 숱한 세월을 귀양살이로 보냈는데, 그는 의술에 정통하였고 권세가들과 사귀어 마침내 죄에서 풀려 돌아오게 하였으니 가히 효孝라고 할 만하다”고 칭송하였다.“정승지 약용이 가까운 여점旅店에 왔다기에 둘째 형님(신작)을 모시고 가서 만나보고 함께 집으로 왔다. 정승지는 여러 해 귀양지에 왔다가 풀려서 돌아왔다.”(󰡔성도일록󰡕 권12, 기묘년(1819) 8월 16일).




우경산수도 雨景山水圖 조선후기, 서강대학교박물관 소장


우경산수도는 작자 미상이나 왼쪽 상단의 시는 정약용의 시이다. “구리의 소나무 앞 삿갓 쓴 정자 하나(九里松前一笠亭) / 짙은 안개 낀 강이 병풍처럼 둘렀네(濛濛煙水繞雲屛) / 강 남쪽은 어두워 모두 바다 같은데(水南瞑色渾如海) / 노 젓는 소리만 삐거덕 조용히 들리네(柔櫓伊鴉尙可聽) / 열초(洌樵)”라는 내용이다. 한강 주변 풍경으로 구리 부근 강 위에 배를 띄우고 유유자적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구름 자욱한 원산을 배경으로 전경의 언덕 위에는 정자가 배치되어 있고, 강에 떠있는 배에는 낚시하는 인물을 묘사한 남종문인화이다.  



세부정보

  • 다산 정약용 해배 2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정약용, 열수에 돌아오다》

  • 실학박물관/ 특별기획전 리뷰

    / 정성희 수석학예연구사(실학박물관 학예팀)

    편집/ 김수미(실학박물관 기획운영팀)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6

    문의/ 031-579-6000

    실학박물관 홈페이지/ http://silhak.ggcf.kr

    이용시간/ 10:00~18:00

    휴일/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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