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상상캠퍼스

동네장인 1. <양지이용원>


이 글은 생활 속 경험과 지혜로 자신만의 소소한 재능을 익힌

우리 주위의 사소한 장인들을 만나보는 장인 발굴 프로젝트의 본문 내용입니다.


“머리 자르는 일이 즐거우신가 봐요?50년을 하셨는데 실증 나진 않으세요?”

“즐겁죠. 실증날게 뭐가 있어요. 밥도 만날 먹는데.”





연구원(이하 연) 이발을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사장님(이하 사) 63년도에 이발사 면허를 땄어요.


그럼 거의 50년 동안 계속 하신 거네요?


그렇죠.


처음에 어떻게 이발을 하게 되셨는지 알고 싶어요.


어려서 없이 살다 보니까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산다고 생각해서 했죠. 공부 못하면 옛날 어르신들은 기술을 배워야 산다고 그랬어요.


서둔동에는 언제 쯤 오셨어요?


92년도. 20년쯤 됐지.


서둔동에 자리 잡으신 까닭이 있으세요?


큰 아들 직장이 여기에 있었어요. 아들을 따라왔지.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글쎄, 크게 어려운건 없었어요. 욕심 없이 일했거든요.


가게 안에 시계가 많은데요, 시계를 수집하시는 건가요?


아, 시계는……. 어느 날 내가 어딜 지나가다가 시계가 있기에 주워 다가 한번 걸어봤거든. 그때부터 취미가 생겨서 만들어도 보고 하다가 모였어요.


그러면 천장에 붙어있는 비누곽이랑 치약 곽은요? 왜 저기에 붙여놓으신 거예요?


아, 그건 천장에 오줌 싼 거 마냥 얼룩이 져있어서 그거 가리려고 박스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세입자라 건물 보수를 하긴 그렇고 해서.




단골손님들은 많으세요?


그럼 많지. 진짜 많아.


대략 몇 사람 정도에요?


세본 적은 없는데 아침에 열시쯤 나오면 두시 반까지는 일한다고 보면 되요.


가장 오래된 단골손님은요?


있죠. 20년 넘은 손님. 창설자분들이 많지. 여기 시작했을 때부터 오는 분들.


가게 운영하시면서 가장 행복하셨던 일이 뭐예요?


손님 받는 게 행복한 거죠 뭐. 그거 밖에 없죠.


머리 자르는 일이 즐거우신가 봐요? 50년을 하셨는데 실증 나진 않으세요?


즐겁죠. 실증날게 뭐가 있어요. 밥도 만날 먹는데.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발하시겠네요?


몸만 괜찮으면 계속 하죠. 이 일은 손 떨리면 안돼서 손 떨리기 전까지는 할 거예요.


이 근처에 미용실들도 굉장히 많잖아요. 그 가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요?


미용실들은 대부분 패션으로 머리를 하는 곳이잖아요. 여기는 머리를 옛날처럼 한 올 한 올 반듯하게 깎아주지. 옛날에는 반듯하게 했거든 머리를.


젊은 사람들이 와도 깎아주세요?


그럼요 다 깎아주죠. 안와서 그렇지. 젊은 사람들은 안와요. 젊어봐야 35세지. 어쩌다 한 번 할아버지가 손자들 데리고 올 땐 있어요.




여기 커트는 얼마예요?


5,000천원이요. 노인들은 3,000원.


다른 곳에 비해 꽤 저렴한 것 같아요. 그동안 금액은 왜 안올리셨어요?


올리면 뭐해요. 다 서로 어렵게 사는데…….


제가 오다가 쉼터에 계신 할머니께 들었는데, 사장님이 봉사활동을 아주 많이 하신다고요.


네 그전엔 많이 했어요.


어떤 봉사활동을 하셨어요?


내가 면허가 없어서 운전을 못해요. 근데 봉사 신청을 해놨더니 다들 운전 되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나는 안하는 걸로 합시다, 그랬지. 대신 나 나름대로 할머니 할아버지들 머리 깎아드리는 걸로 봉사를 했어요. 공짜로. 한 15년 동안 했지. 80명 정도. 지금은 한 세분밖에 안 계셔. 다 돌아가셨거든. 젊은이들은 안하고 노인들만 해드렸어요.


와, 정말 오래도록 좋은 봉사 하셨네요! 한 가지 일을 계속 해오셨는데 혹시 직업병 같은 건 없으세요?


뭐 이것 때문에 아픈 건 없었고, 대장암 수술한지는 6년 정도 됐어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늘 조심해야지. 음식만 조심하면 돼요. 지금은 말기만 아니면 다 살아요. 대신 음식을 엄청 조심해야해. 고기는 기름기 때문에 안 먹어. 그래도 오리고기는 많이 먹었어. 오리고기 기름은 뭉치지 않아서 먹어도 되거든.


고기 너무 드시지 마시고 오래오래 이발 하세요.


에이, 그래도 조금은 먹어야지.



세부정보

  • 장인 발굴 프로젝트

    총괄/ 박희주

    PM/ 경기천년문화창작소 강유리

    기획‧진행/ 소한연구소 강우진, 이연우, 하석호, 오린지

    편집‧디자인/ 40000km 오린지

    사진/ 강우진, 이연우, 오린지

    일러스트/ 김진아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