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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강과 산으로 이루어진 친환경 도시 양평

읍단위 도시의 개발과 보존의 단면


조선후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분단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까지 격동의 시기를 보낸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역사 속에서 서울과 인접했던 경기도 또한 많은 근대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기천년 근대문화 유산답사'에서는 경기도에 있는 근대문화를 소개하고 경기도의 역사와 정체성,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호진 지음건축도시연구소 소장


양평은 한반도의 중서부에 있는 경기도의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이다. 북동쪽으로는 강원도 홍천군, 동쪽으로는 강원도 횡성군, 남동쪽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남쪽으로는 경기도 여주시, 남서쪽으로는 경기도 광주시, 서쪽으로는 경기도 남양주시, 북쪽으로는 경기도 가평군과 인접한 곳이다. 면적은 서울시의 1.45배, 경기도에서는 가장 넓은 877.69㎢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산림이 73%를 차지하고 있다.



양근천의 수변 문화공간


양평군은 1908년 9월 양근군과 지평군을 합병하여 현재의 양평군이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양근군은 고구려 시대에 항양군, 신라시대에 빈양으로 불리다가, 고려시대 초기에 다시 양근으로 바뀌었다. 고려 고종 때에는 영화라 칭해오다가 공민왕 5년(1356)에 군으로 부활하면서 양근군으로 승격하였다. 조선시대 말 고종 32년(1895) 양근군과 지평군이 춘천부에 속하였다가, 1908년 양근군과 지평군이 병합되어 현재의 양평군이 되었다.


양평은 하천이 산이 발달되어 있어 청정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역이다. 양평군의 서쪽 경계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고, 중앙에는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인 용문산이 자리하고 있다. 군 중심의 용문면과 맞닿아 남한강 위로는 양평읍이, 원주 방향으로는 지평면이 일찍 지방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왔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경관은 최고의 역사문화자원이며, 근대 이후, 교통과 도시의 발달의 흔적들도 잘 살펴 미래의 자원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양평군의 중심 양평읍


양평읍은 군청소재지로서 행정과 지역 문화의 중추기능이 집중돼 있다. 군청, 보건소, 군립도서관, 군민회관, 여성회관, 실내체육관, 경찰서, 우체국 등이 모여 있다. 또한 역과 시장, 주거지역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북쪽의 용문산(1,157m)에서 내려오는 백운봉(940m) 아래에서 시작되는 양근천이 읍을 관통하여, 산과 물이 있는 읍은 남한강의 바로 북쪽으로 넓게 도시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양평 지명은 양근과 지평의 명칭에서 비롯되었고, 양근은 남쪽 강변에 칡이 많다 해서 부쳐진 이름이라도 한다.


기차를 타고 양평역에 내리면 남한강이 불과 500m 안쪽 거리에 있다. 남서쪽 강변 방향으로는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역이 넓게 형성되어 있고, 역의 북동쪽으로는 중고등학교와 아파트단지가 계속 확장되어 가고 있다. 양근천의 북쪽으로는 미술관과 군민회관 단지가 만들어져 있고, 3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서울과 횡성으로 연결되는 6번국도인 경강로를 만나게 된다. 강원도 홍천, 횡성 등지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버스는 양평을 거쳐가야 했다. 이 교통의 요충지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 전철의 연결로 점점 통과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자전거도로의 연결과 친환경농업 등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양평의 문화시설


중앙선 철도와 양근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천변과 남쪽으로는 상업시설과 주거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양평 물맑은시장은 도시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통5일장의 대표격인 시장으로 3일과 8일로 끝나는 매 5일마다 장이 열리린다. 양평전통시장은 중앙선 전철 양평역에서 도보로 2분이면 갈 수 있어 장이 열리는 날마다 인근 지역주민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천변에는 높이차를 이용하여 지상으로 한옥이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시장 안쪽 골목으로는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옥도 발견할 수 있다.



하천변 상업지역의 입구


양평군청 네거리와 양평네거리를 연결하는 양근로에는 업무와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양근로와 남한강 사이에는 관공서 건물과 주거지역이 펼쳐져 있는데, 건축물 기록을 살펴보면 1950년 6.25 전쟁 이후부터 많은 건물이 들어섰다. 1950년대 형성된 골목과 단층 주택들의 모습은 현재 농협 뒤편 해오름길에 있는 주거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오름길은 양평읍사무소와 양평군청 사이의 구도심지역으로, 골목이 좁고 오래된 건물들이 모여있다. 양평초등학교와 양평고등학교 학생들이 통학하는 길로, 차량이 다니는 양근로와 달리 한적한 주거지역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2010년에는 양평읍 안전골목길조성 사업으로 골목에 면한 건물의 벽에 지역주민, 벽화전문봉사단, 작가들이 참여하여 해오름길 벽화그리기 작업이 진행되어 낙후된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해오름길 골목 풍경


해오름길의 중앙에는 성당, 우체국, 경찰서 등이 우치하고 있는데, 타일이 붙여진 2층의 아담한 우체국을 만날 수 있다. 양평우체국은 1905년 양근임시우편소로 개소하여 1949년 양평우체국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현재의 우체국 건물은 1971년 개축한 것으로, 오래된 주거지역에 연결되는 골목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양평우체국


양평네거리에서 중앙선 철도 방향 언덕으로는 양평기상관측소가 있다. 이 관측소는 1972년 1월부터 양평지역의 기상을 관측하고 있다. 관측소 내부에는 다양한 기상관측장비를 이용하여 기온, 강수량, 바람, 습도, 기압, 일조량, 적설, 가시거리, 지진 등을 관측하는데 무인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얕은 언덕을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이 곳을 관측소로 잡은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양평기상관측소


양평역의 북동쪽 언덕에는 1960년대 말 양평여자중학교와 양평여자상업고등학교 설립되어, 현재는 양일중고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교사를 확장하였고, 본관과 확장된 교사들은 외관 디자인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아래로는 저층 주거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좁은 골목들로 연결되어 있다.



양일중고등학교



중앙선의 형성과 변화, 남아있는 역사문화 자원


양평을 가로지르는 철도는 1935년 청량리·양평·원주·제천을 거쳐 단양·영주·안동·의성·영천을 연결하는 345.2km 노선이 확정되며 중앙선(中央線)이라 이름 붙여졌다. 1936년 청량리와 영천 방면에서 각각 착공하여 1939년 청량리역과 양평역 52.5km 구간을 개통하게 된다. 전쟁 이후 아신역, 신원역, 판대역, 석불역, 매곡역 등이 1960년대까지 운영을 시작하였다. 2005년부터는 광역 전철 시대로 들어서게 되어 청량리역에서 덕소역 구간을 시작으로, 구간별로 복선 전철화가 진행이 되어, 2017년 1월에는 지평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운행하게 되었다.


양평역 북쪽으로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저층 주거지역이 있다. 형태는 철도관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건축물 정보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지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로와 가까운 곳에 반듯한 필지 위에 2세대가 지붕을 맞대어 지은 형태는 전국적으로 남아있는 철도관사의 모습과 같다. 지붕은 대부분 개량하였으나, 세대별로 별도의 출입구와 마당을 가지고 있으며, 골목의 풍경도 이채롭다. 아파트에 둘러싸이고 중간중간 빌라가 신축되고 있어, 이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양평역 북측 관사촌


양평읍에서 떨어져있는 매곡역은 1968년 영업을 개시하고, 1972년 역사를 신축하였다. 2008년 역무원 무배치 간이역으로 바뀌고, 현재는 중앙선 복선 전철화로 궤도와 역사 모두 이설 및 이전될 예정이었다. 현재, 레일은 사라졌지만, 역사와 건널목의 침목, 교각을 받치는 구조물들이 기차가 다니던 시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역사 내부에는 작은 간이역의 대합실 의자 등이 남아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농사 용품을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이 흔적이 계속 남아서 가까운 과거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172년 지어진 매곡역(폐역)


양평역부터 원주로 가는 중앙선의 직선화가 진행되며 많은 폐역사, 폐철교들을 남겼다. 일부 레일이 남아있는 곳은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기도 한다. 기존 역사의 주변으로 신역사가 지어지고 역과 역 사이에 직선화가 시행되었지만, 역사가 연결되었던 기존 철로구간과 터널이 양평군 곳곳에 남아있다. 양평 구둔역은 등록문화재가 되었고 영화에 등장하면서 지역 활성화 사업으로 활용하는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폐역사는 철거가 되거나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어, 이를 기록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각이 끊긴 옛 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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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천년 근대문화유산 답사

  • 글, 사진/ 최호진 지음건축도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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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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