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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더 나은 자본주의를 촉구한다

경영경제 분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부키, 2010





더 나은 자본주의를 촉구한다



박일호 - 이야기경영연구소 연수사업단장 




어느 책에서 읽은 대목이다. 스탈린이 루스벨트에게 미국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300달러쯤 될 겁니다.” “그럼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합니까?” “대충 200달러쯤 들겠지요.” “그럼 남는 100달러는 어디에 사용합니까?” “그건 그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알 바가 아닙니다.” 이번엔 루스벨트가 러시아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얼마인지 물었다. “대략 800루블입니다.” “그럼 생활비로 나가는 돈은 얼마가 됩니까?” “1000루블입니다.” “그럼 200루블이 더 있어야 살아가겠군요.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그건 그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알 바가 아닙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도 비슷한 유머가 등장한다. 1980년대에는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져 갔고, 사회주의 국가 전체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중앙 계획 시스템에 대한 냉소주의가 퍼졌다. “우리는 일을 하는 척하고 그들은 보수를 주는 척한다”라는 우스개가 공산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였다. 이 우스갯소리는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를 상징하는 이야기로 자주 오르내린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주의 성공 신화가 대공황과 금융위기를 겪으며 깨지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여기저기서 자본주의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1929년 대공황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 경제 위기라 할 수 있는 2008년 금융위기는 자칫 세계 경제의 완전한 붕괴로 이어질 뻔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컸다. 이 재앙은 정확히 따지고 보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지난 30여 년간 자본주의 세계를 지배하고 신자유주의로 통칭해온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그 이데올로기에 원인이 있다.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에 대해 승리한 것이지 그 자체가 완전한 체제가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23가지 키워드로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한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작동할 수 있을지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쓴 책이다.


저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 학위도 받기 전인 1990년, 27세 나이에 한국인 최초의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3년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을, 2005년에는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기존의 좌파 혹은 우파 이념에 교조적으로 얽매이지 않는다. 그 탓에 좌파와 우파 양쪽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주류 경제학의 통설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로 내는 책마다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왔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사설에서 “노동당은 장하준 교수에게 배워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이 책 역시 영국 언론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가디언〉이 전통적으로 좌파 경향을 띤다는 점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주류 경제학의 진원지인 영국에서 비주류 경제학파 교수에게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저자는 그동안 『사다리 걷어차기』『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이전 책들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집요하게 비판해왔다. 이 책에서도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세우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다양한 테제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와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라는 항목을 대비시키는 방식을 통해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다른 자본주의’,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설파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 자유주의가 최선’이라는 경제학의 오랜 믿음 속에 감춰진 이면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또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다”,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등의 흥미로운 주장을 통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친숙하게 품고 있던 통념과 상식을 깨뜨린다.


저자는 이 책 말고 다른 지면에서도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업 쪽으로 가서 쉽게 돈 벌려는 생각이 제일 걱정된다며 제조업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이나 금융 쪽에만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업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는 정책 당국자가 있다면 귀담아들어야 할 고언이다(실제로 지난 금융위기 직전에 리먼 브라더스가 봉 잡으려는 생각으로 망하는 회사를 한국에 팔려고 했다. 그때 만약 산업은행이 그 회사를 샀으면 나라가 거덜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얘기들은 그의 전작을 읽어온 독자에겐 그리 낯설지 않다. 그렇다고 동어반복은 아니다. 주장은 더 단호해졌고 논리는 한층 정교해졌다. 거기다 다양하고 풍부한 비유와 사례로 설득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 책을 읽는 7가지 방법까지 알려주는 친절함까지 갖췄다. 그러나 이 책이 ‘초보자를 위한 경제학 입문서’는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생소한 논리에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재앙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기존의 정책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예전과 비슷한 대참사들을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 마치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중병에 걸렸음을 통보받는 당혹스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그 병을 치료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유능한 의사를 앞에 둔 일말의 안도감이 함께 들어 다행이다.


영국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는 지난 7월 ‘2010년대 최고의 브레이니북스(Best Brainy Books of this Decade)’를 선정하는 특집기사에서 8년 전인 2010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을 참고할 중요한 도서로 꼽았다. ‘브레이니북스’란 식자층을 위한 교양서를 뜻하는 말로, 우리말로 치면 ‘뇌섹남, 뇌섹녀를 위한 책’쯤 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2018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014


『한국 자본주의』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2014





 

박일호 - 이야기경영연구소 연수사업단장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단체에서 21년 동안 교육연수 관련 일을 했다. 출판서평전문잡지 〈기획회의〉에 경제경영전문서평을 6년 동안 연재하는 등 서평가로 활동하며 경제경영서평집 『경제는 살아있는 인문학이다』 등 2권의 책을 냈다. 현재는 문화콘텐츠 창출과 스토리텔링 사업을 하는 인문경영플랫폼 기업인 (주)이야기경영연구소에서 연수사업단장으로 일하며 대학, 도서관, 50+캠퍼스 등에서 ‘서평 글쓰기’와 ‘스토리텔링경영’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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