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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상업의 발전과 장터

남한산성의 경제


<길 위의 이야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옛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북입니다.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중요한 도로 중 한 곳이었던 남한산성 옛길은 조선시대 왕의 행차길이자 떠돌이 보부상의 생계를 위한 길이었고, 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올라오던 길이었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는 남한산성 옛길에 새겨진 발자국을 따라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자급자족으로 부족한 땅, 상업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남한산성실황도|출처_장서각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남한산성의 토지 활용규모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토지규모는 보통 결이라는 단위를 사용했는데 이 결은 오늘날의 미터 법처럼 측정값에 따른 절대 규모가 아닌 토지의 소출량에 따른 상대적 규모였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성내의 토지규모가 124결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미곡 단위로 환산해보면 남한산성에 속한 토지에서 1년간 생산되는 곡식은 22톤이었는데, 사실 이것은 매우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모민 정책을 추진하여 일정 수 이상(4,000명)의 주민이 살아가기 시작한 인조 이후에는 산성 내의 경작지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산성 내부에는 행궁 및 관아를 포함한 각종 관청과 기관, 또 거주하는 주민들의 가옥이 들어서기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농사지을 땅은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따라서 산성 외부에 경작지를 마련하였고, 이마저도 부족하여 주변 지역에서 식량을 수급해야 했으니, 남한산성이 상업의 중심지가 되고 소비도시화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한강 남부 교역의 중심지, 남한산성 성내장






남한산성은 거래할 물건을 운송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고지대입니다. 심지어 동문과 남문을 제외한 북문과 서문은 길도 좁고 경사도가 매우 가파르기까지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편한 지역의 장터가 유명한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남한산성의 특수성과 남한산성 옛길(봉화로)이 지나가는 중심지역이라는 조건때문이었습니다. 중요한 도로망의 기착지이자 인구가 밀집된 지역은 어김없이 큰 장터가 서기 마련이었는데요. 산성장(성내장)은 조선후기 한양 남부에서 송파장, 수원읍장 다음가는 장터였습니다. 수원읍장이 삼남대로의 중요한 장이었다면 성내장은 봉화로의 중요한 장터인 셈이죠. 성내장에 우시장이 섰다는 점, 그리고 송파장에서도 팔지 않는 매우 독특한 거래품목도 있었 다는 점으로 미루어, 송파장보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송파장의 배후 장시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주둔지와 관아가 있는 군사와 행정의 중심지에 위치한 장시였기 때문에 송파장에 필적할 정도의 큰 규모였을 것이라는 점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작물과 장시의 거래품목




장터표석



인조의 남한산성 증축과 개축 이후 1626년 읍치가 산성 내로 이전하고 모민정책으로 인구가 4,000여 명으로 급증하며 산성리의 경제는 자급자족 중심에서 소비도시에 맞춘 형태로 급격하게 변화하게 됩니다. 작물의 종류도 이런 농지 상황에 맞게 산성에 가까울수록 자급 위주의 소규모 밭작물인 콩이나 채소를 재배하고, 산성에서 멀어져 넓은 농지를 확보할수록 쌀과 보리 등의 미곡과 담배와 같은 상품작물의 재배가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장시의 거래품 목들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요 거래 품목은 미곡, 배, 젓갈류, 사기그릇, 병아리, 송아지, 담배 등이었는데, 전국의 어떤 장시에도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거래품목으로 엿이 있었습니다. 성내장의 품목에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엿은 성내장의 특산품목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산성을 포함한 주변 지역이 명실상부한 소비도시였다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information

  • 길 위의 이야기

    발행처/ 경기도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발행일/ 2017년 11월

    총괄/ 이지훈(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센터장)

    기획 및 진행/ 채치용(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박다슬(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연구원)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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