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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기개(氣槪)의 노래 자연의 소리

문학-고전-운문 분야 『윤선도 시조집』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선도 시조집』

윤선도 지음, 김용찬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기개(氣槪)의 노래 자연의 소리


이형대 - 고려대 국문과 교수





고시조를 지은 수많은 작가 중에서 1인자를 꼽으라면 단연 고산 윤선도를 첫손에 꼽는다. 일찍이 18세기의 탁월한 가객이자 시조 작가, 요즘 말로 하면 싱어송라이터였던 김수장은 윤선도의 시조에 대해 “이 분의 노래는 티끌도 없이 맑고 고결하다. 내가 이를 보니 오르기 어려운 만장봉이다”라고 칭송하였다. 말하자면 가요계의 평가이다. 한국문학 연구의 1세대인 도남 조윤제 선생은 “고산의 시조는 자연의 소리요, 자연미의 율동”이라면서 “고산은 자연시인으로 시조의 절묘를 얻어 시조문학의 진가를 최고로 발휘하였다”고 단언했다. 학계의 평가인 것이다.


그만큼 고산의 시조는 탁월한 문예미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노래를 일반 독자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엮은 책이 있으니, 바로 김용찬 선생의 『윤선도 시조집』이다. 이 책의 장점은 참으로 많은데 그 가운데 몇 가지만 꼽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전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1796년(정조 20)에 목판본으로 발간된 『고산유고』 권6하 ‘가사’에 실린 시조 작품 76수(중복 1수)를 저본으로 했는데, 작품의 수록 순서뿐만 아니라, 발문과 한역시의 위치, 심지어 한 글자씩 한자 다음에 한글을 적어넣은 표기 방식까지 원전을 그대로 따랐다. 말하자면 활자와 조판만 현대식으로 바꾼 것이다.


둘째, 이러한 바탕 위에 작품의 섬세한 현대역과 치밀한 어석 그리고 상세한 작품 해석을 했다. 아울러 발문과 한역시는 모두 번역하여 현대의 독자들이 쉽게 읽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시조의 현대역은 전문가조차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원전의 표기만 현대식으로 바꾸면 원전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운 난삽한 텍스트가 되고, 그렇다고 현대어로 상세하게 풀어 놓으면 원전 특유의 리듬과 고아한 멋을 상실해버리기 때문이다. 김용찬 선생은 이를 고려하여 전혀 어색하지 않게 간결한 현대어로 옮기면서도 원작품 특유의 율동감을 그대로 살려냈다. 작품 해석 또한 주목할 만하다. 대개 학자들이 대중서를 출간하면, 대체로는 특유의 학자적인 문체를 구사하여 딱딱하고 어려운 느낌이 드는데, 이 책의 작품 해제는 해석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평이하여 웬만한 상식을 갖춘 독자라면 누구라도 금방 이해할 수 있게끔 하였다. 옮긴이는 “금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했다”고 했는데 독자들로서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셋째, 윤선도의 시조가 실린 『고산유고 별집』(권6하 ‘가사’)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고산의 생애에 대한 개괄이다. 문집에 실린 저자의 작품들은 대체로 창작시기별로 순차적으로 수록되는데, ‘가사’의 수록 순서도 대체로는 그러하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가장 먼저 지은 「견회요」와 「우후요」가 가장 뒤에 수록되어 있는데, 옮긴이는 이러한 사실을 잘 밝혀 놓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작품들의 창작 배경이나 성격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설명하여 작품 전반에 대한 안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윤선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적 형상으로 멋지게 펼쳐낸 시조 작가이다. 특히 그는 전대의 작가들과는 달리 순연한 감각적 차원에서 아름다운 자연 세계를 포착하고 그 강렬한 인상을 유미적으로 재현하는 데 남다른 솜씨를 발휘했다. 곧 현상 세계에서 발현되는 미적 현상을 세련된 언어로 즉각적으로 표현하기에 즉물적이고 감각적이다. 그래서 자연 세계를 그려낸 윤선도의 시조 작품을 읽노라면 마치 서구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대하는 듯하다. 그래서 조윤제 선생도 그의 시조를 “자연의 소리, 자연의 율동미”라고 규정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만 윤선도의 시조를 파악한다면 그의 작품이 지닌 절반의 측면만 이해하는 것이다.


윤선도는 올곧은 선비이자 남다른 경세적 실천을 보인 정치가였다. 그는 평생 동안 부패한 중앙 정치 권력에 대하여 조금의 타협도 없이 강경한 자세로 맞섰다. 윤선도는 벼슬하기 이전, 즉 대북파들이 정국을 주도하던 시기에도 그 우두머리인 이이첨의 국정 농단과 이를 묵인한 박승종과 유희분의 죄상을 강경하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귀양을 갔다. 당시 정치적 권력이 약한 남인 세력이었던 윤선도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민본과 덕치가 실현되는 유교적 이상국가 구현을 위해 매진했다. 그 결과 20년 가까운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윤선도의 시조에는 순연하고 아름다운 자연만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고뇌가 담겨 있다. 예컨대 김용찬 선생이 이 책에서 설명하였듯이 「조무요」는 월출산을 가린 안개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언뜻 자연을 노래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임금의 귀와 눈을 가리는 조정의 신하들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작품 한 편을 감상해본다. “몰래 우희 그믈 널고 둠 미틔 누어 쉬쟈/  여라  어라/ 모괴를 믭다랴 蒼蠅과 엇더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다만  근심은 桑大夫 드르려다”(「夏詞 8」)


「어부사시사」의 여름 노래 가운데 한 수이다. 이 작품은 어부가 하루의 조업을 마치고 나른한 몸을 뜸 아래 눕혀 휴식을 취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어부가 평온한 의식을 깬 것은 난데없이 파고드는 모기들이다. 어부의 일상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이 작품은 알레고리의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가차 없이 남의 피를 빠는 모기는 수탈자나 모리배에 비견되고, 종작없이 앵앵거리는 쉬파리는 참소꾼에 비유된다. 이렇듯 해충들을 부정적 인물형과 대응시키면서 불평을 늘어놓다가, 화자는 이러한 푸념마저도 용납될 수 없는 사악한 현실 권력에 생각이 미치고 있다. 한나라의 수탈자였던 상대부(桑大夫)같은 무리들, 즉 현실공간의 집권 소인배들이 엿듣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하는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다.


이렇듯 윤선도는 자연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회를 걱정했다. 부정적 현실로 인하여 몸은 자연에 은거했으되, 그의 사회에 대한 관심은 때로는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으로, 때로는 이상적 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으로 표출됐다. 그런 점에서 윤선도의 시조는 자연의 노래이자 기개의 노래인 것이다. 어느 선학은 윤선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한 세계는 자연도, 사회도 아니고, 자연과 사회를 포괄한 우주적 자연(天)이라고 규정했다. 참으로 타당한 견해라고 여겨진다. 진정한 자연과의 조화는 사회와의 조화와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찬 선생의 이 책은 윤선도의 시조에 나타난 미학적 특성과 이러한 세계관의 면모를 아주 적실하게 설명하여, 윤선도의 예술 세계를 쉽고도 온전하게 드러내고 있다. 윤선도의 작품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멋지게 구사하고 있지만, 때로는 난삽한 고사를 사용하여 읽어가다 보면 막힐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옮긴이와 같은 친절한 안내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독자들의 큰 행운이라 할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윤선도 평전』

고미숙 지음, 한겨레출판, 2013


『고산 윤선도 원림을 읽다』

성종상 지음, 나무도시, 2010


『윤선도』

정운채 지음, 건국대학교 출판부, 1995





이형대 - 고려대 국문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학위를 마치고,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고전시가를 가르치고 있다. 스승·선후배 학자 및 대학원생들과 함께 한국고시조와 근대시조, 잡가, 신민요, 창가 등의 자료를 수집·정리하여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12년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우리의 옛 노래인 향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를 지었다. 현재 한국시가학회와 한민족문화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외의 교육자 및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국고전시가의 멋과 아름다움을 공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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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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