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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근대 전환기의 사회와 가정

문학-현대-산문 분야 『삼대』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대』

염상섭 지음, 정호웅 해제, 문학과지성사, 2004









근대 전환기의 사회와 가정 


우찬제 -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






『삼대』는 1920년대 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조씨 가문의 삼대에 걸친 특징적인 가족사의 이야기와 집 안팎에서 벌어지는 욕망의 갈등을 극적으로 다룬 문제적 장편이다. 이 소설에서는 두 축에서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가정소설 또는 가족사 소설의 관점에서 보면 가정 혹은 가족사 내에서의 욕망의 경쟁이 문제고, 다른 측면에서 보면 조덕기를 중심축으로 하여 벌어지는 가정적 욕망과 사회적 욕망 간의 경쟁이 문제를 일으킨다.


먼저 조덕기의 가정 내부를 살펴보자. ‘조의관-조상훈-조덕기’로 이어지는 삼대로 구성된 이 가정에는 크게 보아 ‘가문의 명예욕’ ‘금전욕’ ‘애욕’ 등 세 가지 욕망이 얽히고설키면서 집안의 복잡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1대인 조의관에게는 ‘사당’과 ‘열쇠’로 상징되는 가문의 명예욕과 금전욕이 주요 욕망이고 애욕은 부수적 욕망이다. 가문이나 돈이나 할 것 없이 열악했던 조의관이었기에 그는 일종의 보상심리로써 이 둘을 우선으로 욕망한다. 조의관에게 주요 욕망인 명예욕과 금전욕은 보완적이다. 그 보완관계는 금전욕의 실현 결과인 돈을 통하여 가문의 명예욕 추구로 나타난다. 그가 아들인 조상훈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기독교도인 아들이 자신의 욕망의 방향과 다른 쪽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2대인 조상훈에게 가문의 명예욕은 단지 부수적이거나 아니면 욕망의 권외로 밀려난다. 대신 가정 외적인 사회적 욕망을 추구하고자 했으나 방종과 타락으로 무분별한 애욕에 매몰되고 만다. 그에게 애욕은 아버지의 주 욕망이었던 가문의 명예욕의 대체 욕망의 성격을 띤다. 결국 애욕과 금전욕을 주요 욕망으로 삼고 있는 조상훈은 가정 대신 개인을 추구하지만, 근대적인 개인성에 이르지는 못하고 분열적인 면모를 보여줄 따름이다. 이렇게 1대와 2대는 주요 욕망의 차이로 경쟁하고 서로 질시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런 양상은 3대인 조덕기에 이르면 한층 더 복잡해진다. 그는 가정 내에서 금전욕만 주요 욕망으로 택한다. 조부는 자신이 견지했던 가문의 명예욕과 금전욕 모두를 물려주고자 했으나, 전자는 현저히 약화되어 다만 부수 욕망으로 전락한다. 그는 시대적으로 일본이 유교적 가치관과 신분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돈만 주요한 욕망으로 삼는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금전욕은 여타의 욕망들을 제치고 최상위로 부상한다. 이런 사정으로 조덕기는 그에 앞선 1, 2대와의 경쟁에서 최종 승리자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볼 때 표제인 ‘삼대’는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단지 가족사적 측면에서 1, 2, 3대에 걸친 ‘삼대’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중 세 번째 세대(‘삼대’)인 조덕기에 구조적으로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대』는 조덕기로부터 시작하여 조덕기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삼대’인 조덕기를 초점화하여 관찰하면, 그의 욕망의 절반은 가정 밖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1대인 조의관의 욕망이 주로 가정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작품에서 조의관의 동선이 주로 가정 안에 맴돌고 있는 것과 달리 조덕기는 가정과 사회 사이에서 왕복 운동을 한다. 친구인 병화를 만나 홍경애의 카페에 가거나, 필순네 집에 가거나, 멀게는 동경까지 가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다. 조덕기는 왕복운동을 하면서 대치되는 욕망과 의식을 체험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욕망 간의 경쟁을 목도한다. 외출하는 길에서 그는 수평적인 사회를 향한 탈 가정적 욕망의 부추김을 받는다. 그것은 병화와 같은 이른바 ‘주의자’(사회주의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모방하고 촉발된다. 그래서 그는 병화, 장훈, 홍경애 모녀, 필순과 그 부모 등이 연루되어 있는 피혁사건에 관계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 개혁 또는 혁명을 통한 민족해방을 지향하는 그들을 ‘냉담히 방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도 않는다. 다만 ‘동감’하는 선에 머무를 따름이다. 그는 후일을 기약하는 준비론자이며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중간층 이기주의자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은 그의 귀갓길에 도드라진다. 귀갓길에서 그는 탈 가정적 욕망을 접어놓고 수직적으로 전개되어 내려온 가정적 욕망으로 그의 의식을 채운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자기 집에 있는 돈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덕기의 왕복 운동은 가정적 욕망과 탈가정적 욕망,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욕망, 수직적 욕망과 수평적 욕망이 교차되는 진자 운동이다. 이 혼란된 과정 속에서 덕기는 새로운 탈출을 예비하거나 전망하지는 못하지만, 현실을 뒤쫓아 따르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봉건적인 조부, 반봉건·반근대적인 부친, 사회주의자인 김병화 등 여러 이질적인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근대적 개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인다. 그것은 예의 야누스적 왕복 운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만세전』에서 이인화가 ‘신생의 발견’을 예비하는 과정에서 근대적 개인의 조짐을 보인 인물이었다면, 『삼대』의 조덕기는 이인화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근대적 상황을 체험하면서, 이 혼란스러운 근대적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인물이다.


물론 작가 염상섭의 입장에서는, ‘개인’ 중심의 이인화의 문제의식을 넘어서, ‘개인’과 ‘가정 및 ‘사회’를 가로지르며 새로운 중도적인 이념을 모색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1931년의 식민지 현실에서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중간자의 고뇌 및 동감을 그리는 선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채만식의 생각이 달랐다. 『태평천하』에서 그는 일제에 협력하여 부자가 되고 가문을 번성시키려 하는 윤직원네 집안의 몰락을 그린다. 조의관이나 윤직원처럼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돈을 번 집안에 대하여 민족주의 윤리에 입각한 단죄를 내린다. 그것은 『삼대』의 머뭇거림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삼대』의 고뇌로부터 배운 타산지석의 결과처럼 보인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태평천하

채만식 지음, 이주형 엮음, 문학과지성사, 2005


만세전

염상섭 지음, 김경수 엮음, 문학과지성사, 2005


무화과

염상섭 지음, 동아출판사(두산), 1995 







우찬제 -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팔봉비평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소천이헌구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욕망의 시학』『상처와 상징』 『불안의 수사학』 『나무의 수사학』 『애도의 심연』과 공역서 『서사학강의』 편저 『오정희 깊이 읽기』, 공편저 『한국문학선집: 소설2』 『4.19와 모더니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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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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