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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

문화 분야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2015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


이원형 - 건축가 (주)에이플레이스건축 대표




햄버거 패티와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나면 먹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햄버거야 멀리하면 그만이지만 정책은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에 그냥 넘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책을 이해하려 하고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며 투표를 독려한다. 경험했듯, 알고 나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가 어느 날 하늘에서 똑 떨어진 공간이 아닌 바에야 이곳도 우리가 원하는 장소로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동안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을 뿐이다.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밀쳐둔 것도 있고, 도시의 어느 지점을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지 못한 탓도 있다. 도시를 바꾸려 한다면, 그래서 우리 생활환경을 개선하려 한다면 먼저 도시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책 부제처럼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을 따라 도시를 다르게 보면 이전에는 몰랐던, 하지만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도시의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가장 익숙한 도시 공간인 ‘거리’를 먼저 분석한다. 사람이 많이 찾는 거리와 그렇지 않은 거리의 차이를 정량화하여 ‘이벤트 밀도’, ‘공간의 속도’ 등의 독창적인 분석 틀로 비교하며 설명한다. 길가에 상점이 많으면 사람들은 구경하거나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고민하면서 자주 선택의 순간(이벤트)을 겪게 되고, 이는 연쇄적으로 보행 속도를 둔화시켜 더 많은 사람이 느리게 걸으며 거리를 즐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명동과 가로수길, 홍대 앞 거리 등을 예로 든다. 반면 강남대로 테헤란로는 폭은 넓지만 곧게 뻗은 데다 연접한 상점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통과를 목적으로 빠르게 걷기만 한다고 지적한다. 느리게 걸으며 사람들 간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거리와 앞을 향해 빠르게 걷기만 하는 거리의 활력도 차이는 확연하다.


거리를 확장하면 광장이 된다. 저자는 광화문광장의 단조로운 이용 방식도 같은 관점으로 비판한다.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여행객이 잠시 머무르며 사진만 몇 컷 찍을 뿐 일상의 이벤트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양옆 도로로 가로막혀 도심 속 섬처럼 광장이 다만 ‘비워져’ 있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공간은 어떠한 행위자로 채워지느냐에 따라서 그 공간의 느낌과 성격이 달라지”는데, 광화문광장은 행위자(시민)를 불러들이지 못하기에 국가주의적 성격의 공간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얘기다.


거리든 광장이든 저자는 그 장소를 디자인한 사람이나 집단의 힘이 드러나기보다 사용하는 시민의 이야기가 담기길 바란다. 그동안 우리는 ‘도시’ 역시 공급자가 공급하는 대로 사용해왔다.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공급 효율을 우선시했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권력의 사용과 과시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제는 잊혔지만 100만 명이 모여서 연설을 들었다는 여의도광장이 그렇고, 논밭을 밀고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큰 단위 블록으로 필지를 구획해 만든 강남이 그렇다. 저자는 이를 ‘휴먼스케일’의 부재로 일갈하는데, 시민의 일상이 벌어지고 인간적인 향내가 담기는 공간은 우리 신체로 인지 가능한 규모라고 말한다. 이는 공원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강을 끼고 있어서 녹지율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지하철을 타고 가서 산을 오르거나 한강 둔치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일상에서 공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저자는 그 이유를 “작은 공원이 도시에 산재해 있지 않아서”라고 답한다. “서울숲 주변에는 대부분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도로 같은 고속도로가 접해 있어” 걸어서 가기 어렵기에 멀리 느껴진다고 지적하면서, 작지만 잘 가꾸진 공원이 도심 곳곳에 있는 도시와 비교할 때 서울은 1시간 이상을 걸어야 다른 공원에 다다를 수 있다 보니 공원의 열악함이 더 잘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공원을 어쩌다 날 잡고 가야 하는 곳이 아닌 평소 걸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도시를 휴먼스케일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휴먼스케일’의 관점을 토대로 도시를 설계할 때 ‘공간의 속도’ 등 공감각적 척도를 적용하길 제안한다. 그동안 도시 설계는 수용인구 예측을 기반으로 용도 지역을 나누고, 이를 토대로 블록을 구획하며 도로와 거리의 크기를 결정했다. ‘양’이 도시 설계의 절대적 기반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간의 질적인 예측과 전망 없이 다만 균등한 도시만 만들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저자는 시민이 도시의 다양한 맥락과 느낌을 인식하고 참여한다면, 도시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제안한다. 도시에 산다면, 더욱이 신도시 계획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제 최소한 ‘무작정 넓은 보행로나 공원은 필요 없어요’라고 말할 수는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그 해악 또한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저자는 공공 공간의 질이 도시의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태도를 유지하며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글을 전개한다. 거리 광장의 공원 공공 건축 등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다. 그렇지만 저자의 시선은 결국 주거로 향한다. 우리 건축(도시)이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고 진단하며 “아파트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하면서 말이다. 마당과 골목을 없애고 지은 아파트, 빨래 널던 베란다마저 창틀로 막으면서 우리가 이웃만 잃은 게 아니라면서 아파트 외의 ‘집’에 대한 욕구가 없으니 건축 또한 정체되어왔다고 털어놓는다. 그 여파로 아파트가 무너뜨린 도시 문제 또한 다각도로 밝힌다. 저자는 건축 설계의 어려움을 수차례 토로하면서 시민의 이해와 동조 없는 건축의 한계를 인지시키고 독자의 참여를 독려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었다. 비 오는 금요일이면 시간이 더 걸렸다. 한여름이면 출근하면서 이미 지쳤고, 퇴근길이 지구 끝까지 가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몇 년을 다녀도 출퇴근길의 피로감은 해소되지 않았고, 그건 직장과 가정생활의 고단함으로 전이되는 듯했다. 집이든 직장이든 옮기고 싶었지만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았다. 서울은 그것이 가능한 도시가 아니었다. 도시를 바꾼다는 건 우리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걸 뜻한다.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살아가는지’ 이제 우리는 그 구조를 들여다볼 때가 된 듯싶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제인 제이콥스 지음, 유강은 옮김, 그린비, 2010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찰스 몽고메리 지음, 윤태경 옮김, 미디어월, 2014


『헤드스페이스: 영혼을 위한 건축』

폴 키드웰 지음, 김성환 옮김, 파우제, 2017







이원형 -  (주)에이플레이스건축 대표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지금은 작은 설계사무실 대표로 일하고 있다. 공공건축과 주택을 주로 설계하며 좋은 건축을 하려고 분투 중이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건축교양모임 ‘건축은 놀이다’, 공동체주택독서모임 ‘도시 마을 공동체’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에서 건축도시 책 서평단으로도 활동했다. ‘문제는 건축(도시)야!’라고 생각하는 건축가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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