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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같지만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

사회 분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엄기호 지음, 푸른숲, 2010







같지만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


오찬호 - 사회학 연구자






부실 대학 판정을 몇 번이나 받은 곳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했다. 퇴출 대상 대학 목록에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이름이 소개되는 곳에서 구성원들의 패배의식은 절정이었다. 이십 대 초반의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친 오명이었으니, 풀이 죽은 채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희망을 품는 건 금기였다. 학생들은 누가 학교 어디냐고 물으면 “그냥 00에 있는 학교에 다녀요”라면서 얼렁뚱땅 말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기력한 대상과 정해진 시간마다 마주한다는 건 고욕이었다. 동료 강사는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늘 이렇게 말했다. “애들이 말이야, 꿈이 없어! 노력을 저리 안 하니 지잡대 다닌다는 소릴 듣는 거지!”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숨이 막힌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하루는 ‘부실스럽다는’ 대학 캠퍼스 안의 편의점을 갔다. 문 앞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구인한다는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근로 조건 목록에 ‘최저임금 보장’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눈을 의심했다. 최저임금은 어떤 경우에도 보장받는 것인데, 경쟁력 있는 광고를 하려면 최저임금보다 10원이라도 더 준다고 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강의실에 와서 학생들에게 ‘바보 같은 사례’를 찾았다면서 키득키득 거리며 말해줬다. 그런데 학생들은 나처럼 웃지 않았다. ‘진짜?’, ‘어디?’ 이런 제스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전달을 잘 못했다고 생각하고, 재차 고용주가 무조건 지켜야 하는 법이니, ‘최저임금 준수’라는 말 자체가 어색한 것 아니냐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때 강의실에 울렸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선생님, 이 동네에서는 최저임금 다 주는 곳 별로 없어요!”


믿지 못했다. ‘나쁜’ 점주들만이 유독 특정 공간에 모여드는 우연이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실마리는 쉽게 풀렸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최저임금 받으려면 00대 근처로 가서 일하는 게 좋다’는 정보가 이미 널리 공유되고 있었다. 00대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국립대였다. 학생들은 00대 근처에서는 점주가 ‘똑똑한’ 00대 학생들 눈치를 봐서인지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는 경우가 적다고 했다.


정말 그런지가 궁금해서 두 대학의 상권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부실 대학 근처에서 불법이 일어나는 경우가 2배 이상으로 많았다. ‘공부 못한다고 알려진’ 학생들이 주로 일하는 곳에서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도’ 묵묵히 일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공부 잘한다고 알려진’ 대학 근처에서는 누군가가 문제제기를 하면 미흡하더라도 사과와 개선 조치의 흉내라도 등장했지만 불과 몇 킬로 떨어진 다른 대학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점주들은 부실 대학 타이틀을 지닌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법 준수를 요구하면, 이상한 논리를 당당하게 펼쳤다. “너희들이 권리를 이렇게 따지면 사회생활 못한다는 소리 들어. 학교가 좀 그렇고 그러면 성실하게라도 살아야지.”


가게 주인만의 입장이 아니었다. 당연한 권리를 부정당한 이들은, 가족에게, 교수에게 그리고 심지어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털어놓아봤자 ‘왜 네 주제에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아느냐’는 눈초리와 마주하는 민망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이상한(?) 대학을 선택한 이상 약간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감추는 주변인들은 없었다.


오래전부터 이런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러니 많은 이들이 이미 체념인지 순응인지는 몰라도, 또 자신의 위치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몰라도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고 산다. 부당함을 ‘참을 때’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들에게 ‘성실하다’는 것은 살얼음판을 버텨나갈 유일한 장점이었다. 겉으로는 고상하기 짝이 없는 이 성실이라는 프레임은 ‘철인’처럼 노동을 해야 하는 당위가 되었다. 자신을 ‘몸으로’ 돈을 버는 팔자로 받아들였고 ‘몸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약간의 부당함과 마주하는 것임을 인정해야 했다. 어차피 공부해서 될 일은 없으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빨리 찾아야 했다. 당연히 일반적인 회사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스펙을 마련하지 못하니 취업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장기화되고 사회에서는 그 결과를 보면서 ‘객관적으로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차별을 정당화한다. 취업 결과가 좋지 않은 대학은 언제나 평가순위가 낮아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다. 기업도 외면한다. 돈이 없으니 발전이 쉽지 않다. 그러니 한번 지방대는 영원히 지방대가 된다. 자 이제 처음부터 무한 반복이니 악순환의 선순환은 완벽하다. 학교 분위기는 말 그대로 개판 아니겠는가.


에고, 말이 길었다. 편견과 혐오가 만들어 놓은 섬에서 많은 이들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이런 섬이 참으로 많다. 사람들이 흔히 기억하는 스무 개 남짓의 대학 이름에 소속되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쥐 죽은 듯이 살아간다. 괴로워도 기뻐도 호들갑 떨지 말아야 한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해외여행 한번 못 가봤다고 투덜거리면 ‘주제도 모르고 별 걸 다 하려는 자’가 되고, 어떻게 갔다면 ‘한가하게도 별 걸 다하는 자’가 되어버린다. 별수 없어 이들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차라리 유령으로 살아가는 게 편했을지도 모른다. 한 사회학자가 지긋이 묻는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세상은 잘난 사람들이 고꾸라질 때만 걱정이다. 학력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차별의 피해자가 우짖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는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학력에 따라 보상을 ‘많이’ 받는 것이 당연했던 집단에게 위기가 오자 태도가 돌변한다. 명문대를 나와도 비정규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자 기성세대는 급기야 반성까지 한다. 하지만 ‘청춘’이라고 호명 받지 못했던 이들이 모인 곳에서는 늘 있었던 일이다. 삶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대우를 받는 조건이 되어버린 대학을 포기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즐비하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언어를 일부만이 독점한 시대에 대한 경고다. 경고지만 이야기는 잔잔하다. 저자는 소외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수집했고 우리에게 ‘듣기’만을 원한다. 지금껏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음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놀라운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거대한 사기극』

이원석 지음, 북바이북, 2013


『자기계발의 덫』

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모요사, 2011


『불평등한 어린 시절』

아네트 라루 지음, 박상은 옮김, 에코리브르, 2012






오찬호 - 사회학 연구자


사회학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차별을 당연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민낯을 비판하는 글을 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진격의 대학교』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등 여러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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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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