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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달콤한 사이비에 맞서는 진짜 심리학

경영경제 분야 『딱딱한 심리학』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딱딱한 심리학』

김민식 지음, 현암사, 2016







달콤한 사이비에 맞서는 진짜 심리학


강양구 - 지식 큐레이터





끔찍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치자. 그러면 꼭 TV, 신문 같은 언론에 등장해서 한두 마디씩 논평을 보태는 이들이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엽기적이다” “폭력 행위가 점점 가혹해지고 있다” “정상 상태에서는 저지를 수 없는 끔찍한 범죄다” “경쟁 사회에서 소외된 청년 세대 일탈이 문제다” 등. 이런 분석에 과연 세상의 진실이 있을까? 『딱딱한 심리학』의 까칠한 심리학자 김민식의 설명을 들어보자.


“연구실에 있다 보면 기자로부터 가끔 전화가 온다. 며칠 전에도 한 기자가 전화를 해서 ‘요즘 난폭 운전, 보복 운전이 문제 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보복 운전을 하나요? 보복 운전을 하는 심리는 뭐죠?’라고 물었다. (중략) 사실 보복 운전과 관련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한 적도 없고 알고 있는 지식도 미천하여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모든 운전자가 난폭 운전, 보복 운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운전을 어떤 사람이 했다고 해서 늘 그렇게 운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운전자 가운데 난폭 운전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그런 경험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빈도로 난폭 운전을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난폭 운전을 하는지, 난폭 운전을 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그 당시 상황은 무엇인지 면밀히 조사해봐야 한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왜?’라는 질문은 인과 관계를 설명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어제 낮 12시에 A라는 사람이 서울 종로에서 보복성 난폭 운전을 했다고 하자. 그리고 그것이 뉴스거리가 되어 기자가 나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면? 심리학 교수가 무슨 점쟁이라도 되는가? 그 A라는 사람이 아침에 직장 상사에게 야단을 맞았는지, 조금 전 애인과 전화로 말다툼을 했는지, 자동차에 에어컨이 고장 나서 짜증이 났는지, 오늘 신은 신발이 불편했는지, 혹은 상대 차가 A라는 사람이 싫어하는 종류의 차종이었는지 등등 무슨 이유였는지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읽고 나면 『딱딱한 심리학』이 서점이나 도서관에 널리고 널린 말랑말랑한 달콤한 심리학책과 어떻게 다른지 감이 올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학이 마치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나 고통을 치유하는 상담 수단으로 오해받는 세태에 반기를 든다. 그가 지향하는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요즘 많은 사람이 심리학에 눈길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힐링’이나 ‘행복’에 도움을 주는 자기 계발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진지한 심리학 연구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진지한 심리학은 오히려 그런 ‘힐링’이나 ‘행복’과 같은 마음 상태가 도대체 어떤 자기기만에서 비롯한 것인지 따져 묻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과학’이라는 가면을 쓰고 인간의 마음이나 영성 등에 대해 자기 계발적인 책들과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중략) 새로운 과학적 실험이나 연구 없이 자신의 통찰(?)을 지지해 주는 사례들만 가지고 새로운 진리를 발견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면 행복해진다’, ‘이것을 깨달으면 건강해진다’고 떠들어 대고 있다.”


“아무리 명문 대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교수거나 의사면 뭐하겠는가? 수십 권의 자기 계발 책을 출판하고, 대중 매체가 세계적인 아이콘이라 떠들어 대고, 많은 대중이 몰려다니는 유명 강연자면 뭐하겠는가? 주장하는 바는 전혀 과학적 엄밀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부흥 강사나 사이비 교주와 같은 말들만 쏟아 낸다. 여러분은 그 사람의 타이틀이나 대중 인기를 믿고 그 권위에 따라 지식을 얻겠는가 말이다. 그런 책을 보고 그런 강연을 들으면서 헛된 지식을 얻고 잘못된 신념을 갖느니 차라리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는 것이 낫다.”


어떤가?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머릿속에 베스트셀러 책 제목이 몇 개 떠오른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직접 읽어보고 환멸을 느꼈겠지만 그렇게 사이비 교주처럼 상처를 치유하고, 절망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약속하는 책치고 제값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을 읽을 때 잠시 달콤한 기분이 들지 모르지만 책만 덮으면 현실은 시궁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딱딱한 심리학』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이 1부다. 즉,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심리학, 사이비 종교 같은 심리학에 속아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김민식은 2~3부에서 진짜 딱딱한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을 놓고서 가르쳐주는 지식을 차근차근 전달한다.


저자를 비롯한 진지한 심리학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딱 한 가지다. 인간의 마음을 투명하게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자신이 ‘나의 마음’이나 ‘나의 선택’이라고 믿고 있는 것조차도 사실은 진실과 거리가 있다. 인간은 다양한 수단으로 자신을 감쪽같이 속이는 재주가 있다.


이렇게 나의 마음조차 믿을 게 못 된다면, 그동안 막연히 세상의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은 얼마나 그 기초가 엉성할까? 수많은 사이비가 목소리 높였던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달콤한 속삭임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딱딱한 심리학』은 사이비의 달콤한 심리학이 넘쳐나는 시대의 죽비 같은 책이다.


더구나 이 책을 천천히 읽다 보면, 그동안 진지한 심리학자가 만들어 놓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의 도구도 머릿속에 장착하게 된다. 심지어 핵심적인 내용이 빠짐없이 들어있는데도 책도 얇다. 진짜 심리학자가 너도나도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최인철·김미정·서은국 옮김, 김염사, 2006


『마인드웨어』

리처드 니스벳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6


『인코그니토』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소희 옮김, 쌤앤파커스, 2011






강양구 - 지식 큐레이터



지식 큐레이터.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2003~2017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과학·보건의료·환경 담당 기자로 일했다. 현재 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의혹을 최초 보도했고, 제8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 2』『과학수다 1, 2』(공저)『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등이 있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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