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씨 회원 가입 안내
경기도내에 위치한 국·공·사립 문화예술기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기관 회원부터 경기도 예술인 및 개인 회원까지 도내의 문화예술 소식과 정보를 발행해주실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지지씨 회원은 경기도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지씨플랫폼에 직접 올려 도민들과 더욱 가까이 소통할 수 있습니다.
기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사업별 보도자료, 발간도서 등 온라인 게재가 가능하다면 그 어떠한 콘텐츠도 가능합니다.
지지씨를 통해 더 많은 도민에게 문화예술 사업과 콘텐츠를 홍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세요.
지지씨 회원으로 제휴를 희망하는 기관 및 개인은 해당 신청서를 작성하여 메일로 제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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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씨플랫폼 운영 가이드
지지씨는 회원 여러분의 게시물이 모두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해 줄 거라 믿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은 여러분이 작성한 게시물을 소중히 다룰 것입니다.
제1조(목적)
본 가이드는 재단법인 경기문화재단의 ‘온라인 아카이브 플랫폼 지지씨(www.ggc.ggcf.kr. 이하 ‘지지씨’)’의 기관회원(이하 ‘회원’)의 정의 및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회원의 생산자료에 관한 기록 저장과 활용에 관한 내용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제2조(정의)
본 가이드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지지씨’는 경기도 소재 문화예술기관의 생산자료 등록과 확산을 위해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온라인 아카이브 플랫폼입니다.
② ‘회원’이란 소정의 가입 승인 절차를 거쳐 지지씨 글쓰기 계정(ID)을 부여받고, 지지씨에 자료 등록 권한을 부여받은 경기도 소재 문화예술기관 및 유관기관을 의미합니다.
‘생산자료(=콘텐츠)’란 ‘회원’이 지지씨 플랫폼 상에 게재한 부호, 문자, 음성, 음향, 그림, 사진, 동영상, 링크 등으로 구성된 각종 콘텐츠 자체 또는 파일을 말합니다.
제3조(가이드의 게시와 개정)
① 경기문화재단은 본 가이드의 내용을 ‘회원’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지지씨 플랫폼의 기관회원 등록 안내 페이지에 게시하여, 자유롭게 내려받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② 본 가이드는 경기문화재단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 정책 및 저작권 등 관련 법규에 따라 개정될 수 있으며, 가이드를 개정, 적용하고자 할 때는 30일 이전에 약관 개정 내용, 사유 등을 '회원'에 전자우편으로 발송, 공지합니다. 단, 법령의 개정 등으로 긴급하게 가이드를 변경할 경우, 효력 발생일 직전에 동일한 방법으로 알려 드립니다.
1. 본 가이드의 개정과 관련하여 이의가 있는 ‘회원’은 탈퇴할 수 있습니다.
2. 경기문화재단의 고지가 있고 난 뒤 효력 발생일까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을 경우, 개정된 가이드를 승인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제4조(회원자격 및 가입)
① ‘지지씨’의 ‘회원’은 경기도 소재 문화예술기관과 유관기관으로 합니다. ‘회원’은 글쓰기 계정을 부여받은 후 지지씨에 생산자료를 등록하거나, 게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② ‘지지씨’의 가입 신청은 지지씨 누리집에서 가능합니다. 회원가입을 원하는 기관은 계정 신청서를 작성,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1. 회원가입을 원하는 기관은 지지씨에서 내려받기 한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지지씨 계정 신청서’를 지지씨 공식 전자메일(ggc@ggcf.kr)로 제출, 승인 요청을 합니다.
2. 한 기관에 발급되는 계정은 부서별/사업별로 복수 발급이 가능합니다. 단, 사용자 편의 등을위해 기관 계정 관리자 1인이 복수 계정의 발급을 신청한 경우, 승인 불가합니다.
3. ‘회원’ 계정은 신청인이 속한 기관명/부서명/사업명 등의 한글로 부여됩니다.
4. ‘회원’은 계정 발급 후 최초 로그인 시 비밀번호를 변경합니다.
5. 계정의 비밀번호는 가입 승인된 계정과 일치되는 ‘회원’임을 확인하고, 비밀 보호 등을 위해 ‘회원’이 정한 문자 또는 숫자의 조합을 의미합니다.
③ ‘지지씨’ 가입 신청 방법은 내부 방침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가입 신청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지지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④ 경기문화재단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신청에 대하여 승인 불허 혹은 사후에 계정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1. 과거 회원자격 상실 회원. 단, 경기문화재단과 회원 재가입 사전 협의, 승인받은 경우는 예외로 함
2. 정보의 허위 기재, 저작권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한 저작물 게시 등 제반 규정을 위반한 경우
⑤ ‘회원’은 회원자격 및 지지씨에서 제공하는 혜택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할 수 없습니다.
⑥ ‘지지씨’는 계정과 생산자료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별표〕에 따라 ‘회원’을 구분합니다. 회원 구분에 따른 이용상의 차이는 없습니다.
제5조(회원 정보의 변경)
① ‘회원’은 언제든지 가입정보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기관명, 부서명 등의 변경에 따른 계정 변경도 가능합니다. 단, 계정 변경시에는 계정(신청/변경)신청서를 다시 작성, 제출해야 합니다.
② ‘회원’은 계정 신청 시 기재한 사항이 변경되었을 경우 전자우편 등 기타 방법으로 재단에 대하여 그 변경사항을 알려야 합니다.
③ 제2항의 변경사항을 알리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에 대하여 재단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제6조(회원 탈퇴 및 정지‧상실)
① ‘회원’은 지지씨 공식 전자메일, 전화 및 경기문화재단이 정하는 방법으로 탈퇴를 요청할 수 있으며 경기문화재단은 ‘회원’의 요청에 따라 조속히 탈퇴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수행합니다.
② ‘회원’이 탈퇴할 경우, 해당 ‘회원’의 계정 및 가입 시 작성, 제출한 개인정보는 삭제되지만, 탈퇴 이후에도 등록자료는 ‘지지씨’에서 검색, 서비스됩니다.
③ ‘회원’ 탈퇴 후에도 재가입이 가능하며, 탈퇴 전과 동일한 아이디를 부여합니다.
제7조(생산자료의 게시와 활용)
① ‘회원’은 글쓰기페이지(www,ggc.ggcf.kr/ggcplay/login)를 통해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 ‘지지씨’에 접속합니다.
② ‘회원’은 ‘지지씨’ 에디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해당 기관의 문화예술 관련 자료를 게시 및 수정, 삭제할 수 있습니다. 단, 사업의 일몰, 기간의 종료, 추진부서의 변경 등의 사유로 삭제는 불가합니다.
③ ‘회원’은 ‘지지씨’에 게시한 해당기관의 자료를 뉴스레터, SNS 등 온라인 매체로 확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 타기관의 자료를 사용하는 경우 사전 사용 협의 및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④ ‘회원’의 게시물은 도민 문화향수 확산을 위해 출처를 밝히고 뉴스레터나 SNS 등의 채널에 가공 없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제8조(회원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의 관리에 대한 의무)
①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에 관한 관리책임은 ‘회원’에게 있으며,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습니다.
② ‘회원’은 아이디 및 비밀번호가 도용되거나 제3자가 사용하고 있음을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경기문화재단에 알리고 재단의 안내를 따라야 합니다.
③ 본조 제2항의 상황에 해당하는 ‘회원’이 경기문화재단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알린 경우라도 경기문화재단의 안내에 따르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에 대하여 경기문화재단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제9조(회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의무)
① 경기문화재단은 지지씨 계정 신청시 수집하는 개인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정 관리자 이름 2. 사무실 연락처 3. 담당자 전자메일
② ‘회원’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경기문화재단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라 보호됩니다.
③ 경기문화재단 개인정보처리방침은 ‘지지씨’ 누리집 하단에 공개하며, 개정시 그 내용을 ‘회원’의 전자메일로 알립니다.
제10조(사용자 권리 보호)
① ‘회원’의 게시물이 저작권 등에 위배될 경우 경기문화재단은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바로 삭제조치합니다. 이와 관련한 분쟁은 「저작권법」 및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따릅니다.
② 경기문화재단은 ‘회원’의 게시물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거나, 관련 법령을 위배하는 등지지씨의 운영 정책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 ‘회원’과 협의 없이 삭제할 수 있습니다.
‘지지씨’의 게시물로 기관의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를 당하셨다면, 경기문화재단 지지씨멤버스의 고객상담(VOC)을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정책 규정을 따라 처리될 것입니다.
본 약관은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승인을 얻은 날부터 시행됩니다.
대분류 | 외부기관 | 경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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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분류 | 뮤지엄(박물관,미술관)/협회/문화예술공공기관/시군청 담당부서 등 | 본부/기관 |
아이디 | 사업부서명/사업명 | 사업부서명/사업명 |
글쓴이 노출 | 아이디와 동일(한글) | 아이디와 동일(한글) |
콘텐츠 등록/수정 요청
01. 콘텐츠 등록 및 수정 요청서 양식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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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right now, turn on empathy
설원기 작가
right now, turn on empathy
먼 데서 오는 손님처럼 그는 가끔 실학박물관을 찾곤 했다. 때로는 가죽 차림에 커다란 헬멧을 쥐고, 때로는 검은 세단 승용차를 타고. 마지막으로 그가 실학박물관을 찾았을 때, 우리는 볕이 잘 드는 강변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모두 함께 멋진 식사를 했다. 식사 끄트머리 어디쯤엔가 누군가의 시작으로 10월 뉴스레터로 '설 작가' 인터뷰가 농담처럼 나왔다. 자리를 털고 나서는 그를 돌아 세워 다시 물었다. 그렇게 잡힌 인터뷰 날짜는 퇴임식이 끝나고 이틀 뒤였다.
이젠 인터뷰로 묘기를 부릴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어지간히 애매한 상대였다. 실학박물관의 특별한 초대석에 왜 그인가. 10월호를 기다리던 박물관 안팎의 독자를 나는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를 통해 나는 무엇을 보고 듣게 해야 하는가. 2만 명의 독자를 대신해 전사처럼 서 있을 나는 그와의 관계를 어디까지 어떻게 설정해야 옳은가. 수많은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가 있는 아산을 향해 1시간쯤 달렸을 때, 차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망했다.
너무 막막할 때, 나는 가장 가까운 것부터 정확히 보려고 애쓴다. 그때 나는 가장 정직해진다. 나는 거름종이다. 나는 정직하게 상황을 묘사하고 투과시켜 그들에게 그를 전달해야 한다. 내가 만나는 상대는 설원기 전 경기문화재단 대표. 나의 독자는 그의 마지막 퇴임식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이들, 설원기 작가를 작가와 학교 교수로만 알던 2년 전 이들, 설원기 작가를 경기문화재단의 대표로만 알던 2년간의 이들, 설원기 작가가 누군지 몰랐던 이들까지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설원기는 덕성여대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퇴임할 때까지 20년 넘게 대학 강단에 섰고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 50회 가까운 전시회를 가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던 현역 작가다. 2016년 9월에 경기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했던 그는 지난 9월 7일, 2년간의 여정을 마쳤다. 퇴임식이 있던 날, 그는 마지막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년 동안은 내게 큰 일탈이었다. 배도 나오고. 결과보다 의미 있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칸막이 없애고 'ㄷ'자형으로 앉아서 모니터를 눕히고 서로 얼굴보고 대화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걸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고, 아쉽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행복한 감정은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란다. 나도 여러분에게 고맙다."
많은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 결과보다 과정, 일보다 사람, 게다가 행복.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그가 말하면 아이러니하게 도덕교과서도 검정고무신 같은 만화책이 된다. 좀 더 용감하게 솔직하자면, 건전한 만화책보다는 건강한(?) 15세이용가 플레이보이지(誌)다.
"여러분은 행복을 전수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여러분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어떤 연구에서 그러는데, 행복지수를 나타내는 그래프의 정점이 결혼 날짜였단다. 그러니까 결론은 뭔가. 결혼을 자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그게 어려우면 연애라도 자주 해야 하는 건가(모두 웃음). 행복해지려면, 하고 싶고 아쉬워지는 일로 24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하다. 그게 개인의 행복지수를 결정한단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가. 그러니 옆에 있는 동료가 그렇게 되도록, 행복해지는 시간이 많아지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각자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이건 중요한데, 하고 싶은 일만 계속 해도 안 된단다. 그것만 하고 싶어서 뇌가 그 버튼 누르기만 몰두하다가 굶어죽을 수 있다니까. 실제 연구 결과다. 그러니 스트레스와 직원간의 피할 수 없는 충돌 같은 건 성취감을 위한 과정쯤으로 여기는 지혜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경기도 사람이 아니어서, 행정전문가가 아니어서 '부적절하다'고 경기도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던 설원기 작가는, 지난 2년 동안 진심을 다해 경기문화재단 직원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했고, 소통을 위해 '말하기'보다 '듣기'에 치중하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그 결과, 재단 대표를 마주할 기회가 적었던 남양주 강변의 작은 기관의 직원들조차 그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었고, 조직으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가 있던 직원들은 그의 신중함에 감동했다. '직원의 인사 관련 결재에 무엇보다 신중했던 사람', '미술관, 박물관 학예사들까지 세심하게 돌아봐준 흔치 않은 사람.' 실학박물관에서 그는 이렇게 묘사된다. 이것은 그가 오랜 외국 생활로 유연해진 사람이어서, 경기도 안팎으로 넘나드는 게 자유로운 비(非)경기도 사람이어서, 마음과 위로가 필요한 곳에 종이만 들이미는 행정전문가가 아니어서, 혹시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을까.
설 작가의 작업실은 아산에 있다(위치는 특별히 비공개를 부탁받아서, 부러운 이들을 전멸시킬만한 구조를 상세히 적는다). 예전에 도자기 공장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했는데, 학교 학생과 함께 의논하며 직접 설계했다. 서너 개 층계를 오르면 출입구가 있는데 문을 열면 다시 왼쪽과 오른쪽에 문이 나 있다. 거실은 왼쪽이고 작업실은 오른쪽이다. 들어서면 기막힌 주방을 겸한 남향의 거실인데, 전면에 탁 트인 커다란 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닫이문으로 공간을 나눈 안쪽에는 단정한 침실이 소박하게 마련되어 있고, 설 작가 작품이 가득 걸린 갤러리는 주방과 나란히 놓인 식사 공간이다. 주방 뒤쪽으로 좁은 복도가 있다. 후배나 동료, 학생들의 작품으로 채운 복도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일자로 나란히 놓여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다시 거실만한 크기의 공간이 나온다. 오른쪽 왼쪽 각 벽의 절반을 차지하는 창이 적절하다. 작업실에는 대략 1,000장쯤 CD가 꽂힌 CD장이, 그 앞에 중앙을 향한 책상이 놓여 있고 정면에는 두 개의 이동식 작업대가, 왼쪽에는 납작한 서랍이 가득한 작품보관함, 적당한 크기의 쇼파와 테이블이 있다. 정면의 벽은 작품을 걸고 내리기 좋게 비워놓았다. 촬영 콘셉트로 실학박물관이 선물한 작업 앞치마를 입히고 작전상 붓까지 손에 들려주고는 아까부터 이상하다 싶던 점을 중얼거렸다. 작가 작업실이란 데가 이거 뭐, 너무 싱겁게 깨끗한 거 아닌가?
“내가 원래 잘 묻히질 않아. 작업한다고 군데군데 묻히는 사람들이 난 더 이상해. 난 옷에도 잘 안 묻히거든. 그래서 작업 앞치마도 별로 안 입고 해. 안 묻거든.”
인터뷰 시작 전에 설 작가는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내줬다. 음식을 내줄 때마다 그는 빈 그릇과 사용한 도구들을 부지런히 싱크대로 넣었고, 열린 뚜껑들은 이내 조용히 닫히고 덮였다. 그의 이러한 일상적 취향은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평론가 강신선은 그가 물감 흡수가 좋은 캔버스나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얇은 구리판, 설계도면용 폴리에스터 필름(마이러)을 바탕으로 선호한 데에서 그의 ‘취향’을 읽었다. 흡수가 전혀 없이 붓질 흔적이 예민하게 남는 바탕. 밑바탕이 비치도록 투명하게 겹치고 또 겹쳐내는 끈기, 흔적을 지우기보다 남기는 쪽을 선택하는 이성적인 터치의 신중함. 한편, 뉴욕의 평론가 칼 리틀은 설원기의 취향을 그의 독특한 제목 붙이기에서도 읽어냈다. 설 작가의 작품에는 ‘하나의 작업에 대한 반응이나 사후의 생각처럼, 아이러니컬한 해석을 유발하는’ 제목이 많고, 그것들은 칼 리틀의 표현처럼 ‘건전한 자기 비판적 경향’을 보여주며 ‘번득이는 유머’를 유발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완벽하게 정상적인 동시에 비상하게 완벽한 인간”이 되기를 바랐다는 그의 부친의 소망을 현현시키려는, 마치 설 작가의 희망처럼도 읽힌다. 그 추상적인 감성은 그의 그림처럼 그다지 해석이 어렵지 않은 착한 구상으로, 혹은 유머러스하거나 센스있는 제목으로 다가온다. 추상 위에 명쾌한 제목들을 조합시키는 재치있는 작가 설원기는 생활에서도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나는 성격에 어쩔 수 없는 양면이 있다. 미국에서 절반, 한국에서 절반을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살았으니 환경에 따라 온-오프가 되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다. 사람들도 나를 자유분방하게만 보는 사람도 있고, 무슨 사업가처럼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저 상황에 적절한 온-오프를 할 뿐인데."
그는 천재적인 기질의 그림쟁이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보인 재능 정도였는데, 사학을 전공하려고 입학한 대학에서 취미처럼 시작한 그림이 평생 직업이 되어버렸다. 뉴욕에서의 삶은 치열했다. 돈벌이도 궁리하면서 병행하는 작품 활동이었기 때문에도 그랬지만, 세계 중심인 도시에서의 경쟁은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휩쓸리듯 떠밀려 가는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고, 자연히 계속해서 단계를 밟아 오르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과 아이 등으로 환경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결국 뉴욕을 떠나기로 결정한 순간, 그는 다시 한 번 온-오프의 스위치를 켰다. 뉴욕의 경쟁라인을 달리며 느끼던 쾌감과 흥분의 성취감은 오프(off). 걸어야만 보이는 여유 속에서 전체를 관망하는 미학적 관점으로 온(on).
“예전엔 차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런데 한국에 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오토바이를 탔다. 차는 과정이 목표가 아닌데, 오토바이는 과정이 목표다.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오토바이는 나랑 닮은 점이 많다. 나는 내 삶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 나를 즐겁게 만들도록 애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일탈하려고 노력한다. 운동도, 음식도, 오토바이도 일탈이 되면 즐거운 거다. 커다란 목표보다 작은 성취감이 중요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 부자나 대통령을 꿈꾸라고 하는 건 평생 우울하게 살게 할 수도 있단다. 직장에서도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을 많이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정이 괴로우면 안 되지 않겠나. 칸막이해놓고 혼자 우울해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원기는 경기문화재단에서 대표로 있는 동안 특히 미술관과 박물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유독 기관의 직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쓴 까닭은 “지난 10년 동안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있던 환경을 바꿔보려는 노력”이었다. 선구적인 연구도 많고 훌륭한 인재들도 많은 공간인데 많은 직원들이 이상할정도로 우울해한다고 느꼈다. 적당한 수준까지만 맞추려는 수동적인 태도와 시도도 않고 주저앉으려는 모습을 볼 때에는 속도 상했다. 적은 인력과 적은 예산도 문제지만, 돈 없고 사람 없어서 우울한 건 아니다. 기관에는 좀 더 다른 건강한 관점이 필요했다.
“박물관이 제일 안타까웠다. 보편성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한번 달리 해보면 안 될까. 지방 박물관이 성공하려면 나름의 독창적인 정체성이 필요하다. 모든 걸 잘할 수도 없고, 잘하려고 해도 안 된다. 적은 인력과 예산에는 물론 물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문제였던 소장품 예산을 올해 처음 마련한 것도 그래서다. 박물관에 집중했지만 6개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했고, 11억 정도였던 올해 예산 이후에도 지속적인 출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내년부터는 도비와 국비가 매칭해서 3개년 계획으로 70억 규모의 개조개선 작업이 들어갈 거다. 좀 더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박물관의 정체성과 역량 강화에 좀 더 힘썼을 것이다. 다 할 수는 없다. 다 잘 할 수도 없다. 적더라도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게 중요하다.”
평론가 칼 리틀은 설원기가 말하는 '화가'를 이렇게 설명한 적 있다. ‘자기 자신을 통해서 발산되는 모든 감정이입(empathy)을 숨김없이 토해내는 사람’. 엠퍼시는 공감, 혹은 감정이입이다. 다른 사람의 느낌과 감정을 마치 제 자신의 것 인양 나누는 능력, 혹은 감정의 특수한 친밀성에 근거하는 깨달음. 그것이 경기문화재단의 대표로서의 그가 함께한 공동체의 일원을 감싸 안던 방법이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은 알고 있었다.
설원기 작가는 인터뷰를 마치고 3주간 친구들과 함께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의 피레네 산맥으로 오토바이 여행을 떠났다. 퇴임을 앞두고 피레네 산맥의 오토바이 일주를 계획하는 남자라니. 살아가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노력, 작은 성취감, 스트레스와 릴렉스의 적절한 온-오프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자연 속을 달린다는 건 정말 최고의 일탈이다. 하루에 300km정도 달리는데, 가다가 경치 좋은 카페를 만나면 차도 마시고 구경도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한 번도 없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그 정리가, 내게도 필요하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진정한 행복이란 주변의 경치를 보면서도 동시에 숟가락에 담긴 참기름 두 방울, 자신에게 부여된 목표를 기억하는 것.' 그를 우리가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이유는 코엘료의 말마따나 주변의 경치를 보면서도 동시에 참기름 두 방울을 기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떠났고 선택은 우리 몫이다.
To be happy, turn on em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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