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악극 "모정의 세월"

2019-08-07 ~ 2019-08-07 / 2019년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극단 크낙새’는 남양주 지역의 주민 20여명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진접문화의집’의 연극동아리이다. 진접문화의집은 4년 전부터 지역의 사할린 어르신들과 음식과 놀이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왔는데, 그 분들과 친분을 나누면서 듣게된 타국에서 고달팠던 삶과 고국에서의 외로운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그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자는 아이디어를 계기로 2018년 3월에 창단되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양주의 대표적인 새인 ‘크낙새’를 따서 극단 이름을 짓고, 지역에서 연극에 관심 있는 단원들을 모집한 후 약 9개월간의 연습기간을 거쳐 지난 해 12월 첫 공연인 <사할린 겨우살이>를 무대에 올렸다. 첫 작품이라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1990년대 초반 남사할린 탄광으로 강제징용을 떠났다 돌아오지 못한 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사할린 어르신들의 삶과 고충을 이해하고 가슴 아픈 우리 민족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았다.


<사할린 겨우살이>에 이어 이번 악극 <모정의 세월>은 극단 크낙새가 무대에 올린 두 번째 작품이다. 왜 악극을 선택했는지 물으니 앞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을 생각하고 있어 50대~70대가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다 보니 <모정의 세월>을 선택했다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내용이고, 변사가 등장하는 악극 형식이라 향수를 불러 일으켜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연극과 달리 악극은 춤과 노래를 함께 해야 해서 역할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더구나 감독님을 전문 연출가로 섭외했는데, 아마추어 실력으로 감독님이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초반에는 혼도 많이 나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갈수록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뿌듯함도 있었고, 자신감이 생길수록 무대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모정의 세월>은 변사가 나와 극단과 극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서 약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17년 전 남편이 몰래 갖다 버린 딸을 죽는 순간까지도 찾아 헤매는 절절한 모정과 폐암 말기의 친모를 찾자마자 떠나보내야 하는 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의 조연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더해져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우는 공연이었다. 지역 동아리다 보니 관객들 중에 지인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반응들이 적극적인 것이 극의 재미를 더 살렸다. 배우들이 직접 스태프 역할도 병행하며 연기를 했는데, 큰 문제없이 모든 것이 순조로운 가운데 극이 잘 마무리되었다.


회원들에게 연극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일단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기쁨과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소통이 잘되고, 서로 격려해주는 사람들을 얻게 된 것이라고 했다. 회원들은 주부부터 사회복지사, 방문판매원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화․목 저녁시간에 정기적으로 진행된 연극연습에 참여할 때만큼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등장인물이 되기 위해 열심히 참여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젊은 시절 연극을 했던 사람이 회원으로 들어왔다가 연극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 대학로로 진출한 에피소드도 있다고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예전에는 남성회원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직장 문제로 참석이 어려워 현재는 여성회원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남성회원들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공연 리허설 현장에 들어서니 등장인물의 반 이상이 남성이라 남장을 한 여성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사실 이번 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했다. 평소 연극에 관심이 있거나 어렸을 때 꿈이 배우였던 사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사람 등 각자 열정을 가지고 모인 회원들이지만 직장인들도 많다 보니 열정만큼 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또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대사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때로는 회원들이 사비를 털어야할 만큼 재원이 부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직까지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은 이제 개인의 자아실현을 넘어 더 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극단 크낙새는 앞으로 무대에 올린 공연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경로당, 요양원 등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봉사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요양원, 성당 등과 협의하여 공연일자를 받아놓은 곳도 있다. 지역 사할린 어르신들을 위로하고자 극단을 창단했던 첫 마음가짐으로 외롭고 소외된 지역민들을 직접 찾아가 공연을 통해 함께 울고 웃으며 위로를 전하는 비전을 실현하고자 어려운 일이 있더라고 이 모임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글쓴이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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