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우리가락 꽃 피울래

2019-09-28 ~ 2019-09-28 / 2019년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9월말 주말 오후 청평우리병원에 도착하자 입구부터 공연 준비로 시끌벅적했다. 사물놀이 복장을 한 어르신들과 한복 차림의 어르신들이 로비에 가득했고, 공연을 위한 장비들이 여기 저기 놓여 있었다. 왁자지껄 즐거운 분위기였지만 왠지 여느 공연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끼며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3층에서 내리자마자 안에서 열어줘야 하는 자물쇠로 잠긴 문을 통과해야 했고, 4층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했는데, 그 좁은 통로마저 출연진들이 모여 연습을 하고 있어 번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를 통과해 다다른 4층에는 ‘신바람~ 한마당! 이웃사촌 ‘어울림’ 공연‘이라고 쓰인 입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사실 신바람 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뭔가 답답함이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4층은 로비도, 대기실도 없이 출연진과 관람객들이 좁은 공연장에서 뒤섞여 정신이 없었다. 관객들은 대부분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이었고, 링거가 걸린 행거를 끌고 온 환자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뒤쪽에는 공연을 위해 치워둔 탁자들이 쌓여 있었고, 그 사이에 출연진들이 서서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관람객들은 등받이 없는 불편한 간이의자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 말로 멋진 공연장도, 멋진 옷을 차려입은 관람객도, 무대 뒤에서 우아하게 등장하는 출연진도 기대할 수 없는 어찌 보면 정말 볼품없는 낯선 공연장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가평전통예술단이 추구하는 소외된 이웃사촌과 함께 하는 ‘어울림’ 공연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기도 했다. 가장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사람들이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 어쩌면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외면하고 싶은 그 곳에 자원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기쁨을 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사에 대한 지역민들이나 지역 기관들의 인식과 평가가 점차 높아지면서 갈수록 공연 요청이 늘어나고 있으며, 관공서, 국악협회, 지역마을회관 등에서 홍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가평전통예술단은 대중교통의 사용이 어려울 만큼 외진 곳인 조종면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에서 자율적으로 구성된 시니어들의 문화예술모임이다. 이들은 시니어 구성원들의 놀이 문화를 개발하고 향토애를 고취할 목적으로 모임을 조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고, 뜻을 모아 문화소외 지역과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생활 문화의 창작 활동과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봉사활동를 시작했다. 평균 60-70대로 구성된 시니어 모임이지만, 활동만큼은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날도 주말도 반납한 채 오전에 다른 곳에서 공연을 마친 후 바로 청평우리병원으로 이동해 공연을 진행했다. 애초에 4~5명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현재는 1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활동으로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목적과 함께 지역의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을 지향하여 문화예술의 오지에서 전통문화를 꽃피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민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누구라도 원하면 우리 가락을 배워서 함께 공연을 다닐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이다.


 지역의 작은 모임이지만, 교육에는 전문강사를 섭외하여 관람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사물놀이, 민요, 클래식 음악 등이 공연되었는데, 전문가 수준의 공연을 선보였다. 가평전통예술단 공연은 이와 같은 방문 행사 외에도 여러 활동으로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농작물 홍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하고자 가평팜파티 두네토 장터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잣고을 전통시장에서 이루어진 이 공연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작물 생산에 힘쓴 농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자연스럽게 전통음악을 즐기게 하면서 전통음악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 대중화를 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악협회와 함께 하는 연주회도 기획하고 있다. 그동안 쌓은 실력을 국악정기연주회에 참여하고 선보이는 것인데, 이와 같은 공연에 참여한 경험이 시니어들의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일상생활에 활력을 더하고 사회적 관계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고 했다. 남을 사랑하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것처럼 이렇게 형성된 행복감과 자신감이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확대되어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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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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