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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변하고 있다!

[칼럼] 부천 사이버 – 문화기획학교 매니페스토

부천 사이버 - 문화기획학교 매니페스토



2020.05.29

글 : 주성진(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 멘토)



DJ. Eisenstein의 Cyber Seoul을 Youtube로 들으면서 읽어 주셔도 좋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변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할 수 있었던 공원 산책이, 거래처 미팅이, 호프집 수다가 불가능해졌다. 코로나19가 대지모신의 분노인지, 각국 의료자본 경쟁의 산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삶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아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누군가에 의해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미성년자가 인터넷을 통해 타인의 성을 착취하고, 상품화하여, 대량 유통했다. 그 범죄의 악랄함, 가담 규모를 밝히는 일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은 우리 사회가 그런 일이 가능한 곳이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200여 년 전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의 변화였다. 사진과 영상, 그리고 철도가 만들어졌다. 대중이 예술 작품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차창에 비치는 스펙터클을 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변화는 작게는 미술의 개념을 바꾸었고 크게는 파시즘의 원동력이 되었다. 100여 년 전에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바뀌었다. 대통령의 사생활을 초등학생도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치 지형이 변화했다.


‘볼 수 있는 것’과 ‘알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카메라, 기차, 텔레비전 송출 시스템은 해당 시기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그것을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것’과 ‘알 수 있는 것’은 같을지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달랐다. 이제 누구나가, 지구상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미디어화되었지만 현실과 연결된 세상, 사이버 공간이 있다.


문화기획은 사람들의 관점과 태도, 그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문화기획이란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필자의 다른 글 ‘문화기획자의 눈으로 보는 문화기획자’, 예술경영 418호.)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통째로 변하고 있는 이 시기에, 문화기획이 축제 현장, 전시장, 지역의 골목만을 다루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부천이라는 ‘지역’의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에서 다루기에 너무 큰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천의 청년들이 오늘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신중동역이 아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다.


이제 사이버-문화기획을 함께 이야기하자.


N번방 성 착취 사건과 같은 사이버공간에서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범죄들의 현황과 그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사회 문제들을 이해하고, 오아시스 딜리버리와 같은 대안적 접근들과 그러한 접근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방법론들을 함께 학습해보자.


나의 삶에 풍미를 더하거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Cyber-문화기획 프로젝트를 동료들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보자.


청춘남녀가 코로나 시대에 더 안전하게 만나고 사랑을 나눌 방법을 고안해 보자. 주야장천 탕수육만 먹던 이들이 동파육과 오룡해삼을 먹어볼 계기를 마련해보자. 동네 구석에 숨겨진 마실 자리를 찾고 공유해 보자. 그 자리가 얼마나 안전한지, 편의점과 화장실은 얼마나 가까운지 조사해보자. 그림 잘 그리는 옆집 친구가 브라질 작가와 협업할 기회를 만들어보자. 그 둘의 작업을 세계의 오타쿠들에게 선보이자. 부천의 모든 버스정류장에 철봉을 설치하도록 여론을 모아 관공서를 움직여보자. 그 결과들을 함께 추적하고 기록해보자.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상상하는 대로. 싸이버!


이 글은 부천문화재단 정책웹진 「10,000(만)」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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